1. 논쟁에 있어 가족논리는, 필요한 경우도 아예 없진 않지만 많은 경우 궁색하고 옹졸합니다…만, 이에 대한 판단은 접어두고 이야기 하자면, “가족이 창녀가 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 가족이 성매매를 하면 좋겠냐는 질문에서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가족이 창녀라면 좋겠냐” 는 가족이 “창녀”가 아님을 미리 전제하죠. 


당연한 것이, 여기 게시판에서 열심히 논쟁을 하는 이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내가, 혹은 가족이 성매매를 해야만 할지도 모른다”같은 가정이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한 계층이거든요, 저 포함. 

그렇기 때문에 순진무구하게 “남이 하는건 상관 없다손 치더라도 네 가족이 창녀가 되는건 싫지? 거봐~”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내 가족이 창녀가 되는건 물론 싫지만”으로 시작되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엔 성매매 여성들이 분명 다수 존재하고 있고, 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이, 동생, 그리고 딸들입니다. 진짜로요.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가족논리, 정말로 필요한 가족논리는, 그럴 걱정 없는 계층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네 가족이 창녀면 좋겠냐?” 따위 소리나 하는게 아닌, “내 가족이 창녀라면” 이어야 하겠죠. 누군가에겐 그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거든요.

살짝 우회하자면, 몇 년 전 외국에서 일을 하던 당시 같은 부서에 있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머리도 제법 비상한 사람으로 저와는 다른 팀의 팀장 위치에 있었는데 나중에 친해지고서 보니 과거가 참 파란만장하더군요. 고등학교 자퇴에 집을 나와서는, 남창 일도 하고, 밤업소 매니저를 하기도 하고, 마약에 쩔어 지내기도 하고…그러다가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하고 있는 일 쪽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일반적으로 성매매라 하면 여성 인권의 문제로 읽히며 이것이 대체적으로 사실이기도 합니다만, 남창의 존재라던가 태국의 트렌스젠더(이들 중 많은 수는 성 정체성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소년들이나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직업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죠)를 보게 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보단 권력구조, 특히 경제력과 얽힌 힘의 문제죠. 당연히 성을 파는 계층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계층이 아닌 소외계층인 경우가 많고, 이들 중 많은 수는 다른 선택지가 없거나 혹은 제한적입니다. 


물론 소외계층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던 어쩌던 신분상승에 성공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고, 대부분은 열심히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 해서도 겨우겨우 살아갈 수 있는 정도죠. 소외계층의 남성들에게 있어서의 선택지가 막노동, 잡역부, 조직폭력배 등 그리 넉넉하진 않다면 여성들의 선택지는 더욱 단순합니다. 그리고 선택지의 다른 옵션들, 예컨대 공장 근로자라던가 청소부, 가정부 같은 직업은 고된 것에 비해 수입은 터무니 없이 적은 경우가 많으니, 성매매에 대한 유혹이 클 수 밖에 없죠. 경우엔 따라선 다른 선택지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기가 막히는 복지, 혹은 뭐라도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윤리니 인간성이니 들먹여봐야 윤리가 밥 먹여주고 집에 불 켜주나요, 어디. 스웨덴이 성매매를 불법화 하였지만 성 매수자만을 처벌하는 것, 그리고 네델란드가 생매매를 합법화하여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에는 비록 정 반대의 해법이지만 이들 소외계층의 인권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담겨 있겠죠. 둘 다 제대로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래도 이를 회색지대에 두고 무시하는 대신 나름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보였다는 점에는 긍정을 합니다. 



여담인데 15세기 프랑스에선 “창녀”가 좋은 결혼상대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지위가 높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천대를 받진 않았다는 것이죠.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다른 인간을 천시하는 시선입니다. 




1. 성매매와 상관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이야기 하나.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사교육이 꼽힙니다. 초등학생, 심지어는 그 이전 연령부터 고액의 개인과외나 학원교육으로 떡 칠을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우리의 사회 구조를 왜곡시키고 계급을 고착시키며,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을 소외시키거나 그 부모들의 큰 짐이 됩니다. 어느 정도 똑똑하고 생각 있는 젊은이라면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 중 많은 수는 이러한 사교육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열을 올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똑똑한 젊은이들이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대부분 하는 것이 과외선생 자리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학벌이 떨어져서, 혹은 학과가 적절치 않아서 과외를 구할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과외를 할 수 있는데도 마다하고 편의점 알바나 식당 알바를 하는 경우는 드물거나 없습니다. 여기엔 무엇보다도, 과외가 대학생들에 있어 시간 당, 그리고 노력 대비 당 가장 큰 수입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바쁜 와중에 돈도 필요하고…그렇다고 부모에게 손 벌리긴 싫거나 벌릴 수 없는 대학생들. 일부는 자기 등록금 자기가 벌어야 하는 젊은이들. 이들이 가장 힘 안들이고 쉽게 돈 버는 방법인 과외의 유혹을 떨치고 막노동이나 다른 시급 알바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해서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혐오해야 할 사교육 판의 일원, 악순환의 고리의 일부분이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부모가 되면 자기 자식에게도 사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고, 그렇게 이어지겠죠.


전 사교육이 사회악이라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과외를 하는 것이 돈에 자신들의 영혼과 지식을 파는 행위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과외를 하는 이들을 혐오하고 경멸하는가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친한 친구가 괴외를 서너 개를 하며 자신의 생활비와 학비를 대는 것이라던가, 지인들 중 열혈 막시스트를 자처하는 이가 고액과외를 하는, 어찌 보면 이중적인 모습 등을 보며 제가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요?


사실 과외라는 것이 워낙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다 보니 한때 “과외 불법화”가 시도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난 것은 이것이 기본적으로 한국의 교육 구조, 그러고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사회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불법화를 시켜봐야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단지 음지로 들어갈 뿐 개선 되지도 그다지 줄어들지도 않죠. 해결 방법이요? 공교육의 강화로 사교육을 완전 불필요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전 국민이 각성하여 사교육의 폐단을 근절하기로 하고 사교육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데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전 자러 갑니다. 여기 시간이 우리나라랑 반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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