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대는 괜찮았습니다. 아니 잘 했어요 정말. 어쨌거나 이 프로에선 박지민이 왕이구나... 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죠.

그래도 원숙하고 안정된 느낌으론 이미쉘이 한참 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분은 목 때문인지 아님 그냥 거품-_-이었던 건지 생방송 들어오고 나선 계속 아쉬운 느낌 뿐이구요.

다른 경쟁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포스를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근데...



2.

일단 심사위원들의 반응과 점수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네요. -_-;;;

100점 100점 99점을 줄 정도로 완벽하고 압도적인 무대였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거든요. 점수와는 별개로 생각해 봐도 그렇구요.

박진영의 느끼는 표정(...) 시전과 보아의 기립 박수, 양현석의 '짜게 줘서 100점ㅋ' 모두 다 저를 좀 벙 찌게 만들더군요.

'정말 그 정도였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Daum 영상을 몇 번 반복해서 들어봤는데...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또 음모론을 쓰는 편이 더 납득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3.

근데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또 그래요.

어제까지가 자유 경쟁(?)이었고 이번 주부터 다시 또 소속사 체제로 간다죠. 이게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들어본 적이 없긴 한데 애초에 제가 그런 정보를 열심히 찾아본 적도 없으니 원래 계획대로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어쨌거나 중요한 건 어제가 생방송의 전반부가 '일단락'되는 시점이었다는 것. 근데 그 타이밍에 또 이런 기가 막힌 선곡을 들고 나왔고. (물론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선곡이기도 하죠. 누차 강조하지만 박지민의 실력에는 전혀 불만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점수, 심사평, 무대 퀄리티 등으로 엄청나게 버프를 받고 후반전에 접어들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건 참 대단한 운이죠. 실력으로 불러온 운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게다가 지난 주 인기 투표 결과를 보니 이런 심증이 더 굳어져요.


1위 이하이 29% 17,791표

2위 박지민 16% 9,615표

3위 이승훈 14% 8,368표

4위 백아연 12% 7,093표

5위 박제형 10% 6,279표

6위 윤현상 9% 5,700표

7위 이미쉘 9% 5,604표

(어제 kiwiphobic님의 불판 글에서 무단으로 퍼왔습니다. ^^;)


보시다시피 이하이는 무슨 짓을 해도(?) 30% 근처를 지키고 있고 박지민은 2위는 지키고 있지만 지지율이 전혀 오르질 않았죠. 오히려 악평만 들었던 이승훈이 상승;

이하이의 팬층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요. 일부러 문자 투표 비중을 줄이고 심사위원 점수 비중을 높여서 3대 기획사의 의사를 존중하기로한 룰의 의도를 가볍게 즈려밟아 버릴 기세. 이러다간 방송 끝까지 가더라도 어지간한 심사 점수 차이로는 그냥 이하이가 낙승을 하면서 끝날 분위기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는 본인이 회사를 골라 데뷔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4.

근데... 사실 뭐 요즘 이 프로가 진행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제작진이나 기획사측에서 뭔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흐름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게 나쁘다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흐름 그대로 '이하이와 친구들' 생방송이 되어버리는 게 재앙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최소한 누구 한 명이라도 라이벌이 있는 게 좋을 거고. 게다가 그 쪽이 노래 실력도 더 낫다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라면 다들 어느 정도씩은 참가자들 중 누굴 밀고 누굴 좀 낮추고 하면서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적으면서 투덜거리고 있는 이유는, 어제의 그 장면은 좀 '역풍'의 가능성이 커 보이더라는 겁니다.

많이 과했어요 여러모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주 많이 훌륭한 무대였는데 말입니다.

가뜩이나 DC갤러리 같은 델 가 보면 올라오는 글의 90%가 이하이팬 vs 박지민팬이 싸우는 글이에요. 더 이상 라이벌 만들어주려 애 쓰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박지민에겐 뭔가 고고한 느낌. '가질 건 다 가진자' 스러운 이미지 같은 게 있습니다. 전 그런 느낌 때문에 박지민이 그 실력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외모도 꽤 귀여운 편... 이지 않나요;) 인기가 폭발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분의 인기를 올려주려면 차라리 좀 억울해 보이게 막 굴리는 게 낫지 지금처럼 노골적인 옹립 분위기로 가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제의 그 장면이 전 참 별로였습니다.


뭐 어쨌거나 어제 무대를 보면 당연히 지지율이 오르긴 하겠죠. ^^; 그리고 이제 다시 기획사 트레이닝 체제로 가게 되었으니 전반적인 무대 퀄리티에도 상승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 하면 남은 생방송들은 캐스팅 오디션 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조금 생기네요.



5.

뭐니뭐니해도 어제 최고의 하일라이트는 박진영의 느끼는-_-표정이 나올 때마다 터져 나오던 객석의 웃음과 양현석, 보아의 민망하다는 반응... orz

근데 참 박진영도 대단해요. 다들 보기 싫다 듣기 싫다던 본인 캐릭터를 끝까지 밀고 나가서 결국 이렇게 프로그램 재미에 큰 도움을 주고야 마네요.

어떤 의미로든 진정한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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