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결론부터 말 하자면 전 매우 만족했습니다. 제가 원래 간지 좔좔 비주얼로 도배해주면 어지간한건 다 용서해주는 취향이라서(...)

하지만 객석 반응은 매우 안 좋더군요. 제 왼쪽, 오른쪽, 앞, 뒤 관객들이 모두 욕 하면서 나갔습니다. 흥행 전망 매우 어둡겠단 생각이;


근데 정말 비주얼은 끝내주지 않았던가요.

기거 아저씨(이젠 할배겠군요. 찾아보니 나이가 칠순;)의 그 보기 싫어 환장하겠는데 자꾸 눈길이 가는 크리쳐들이나 '엔지니어' 우주선 내부 풍경도 좋았고 주인공들의 우주선이나 각종 장비들도 좋았고 각종 기기들의 인터페이스 화면들도 적절하게 보기 좋았습니다. 그냥 삐까번쩍에만 전념하는 흔한 블럭버스터 SF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이런 구경거리를 접하니 그저 행복했어요. 아카데미든 어디서든 미술상 받았으면.


2.

주인공 둘 빼면 캐릭터가 너무 얄팍하고 기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보면서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어차피 주인공 둘 빼면 나머진 다 병풍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라. 병풍에까지 디테일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없어도 뭐.

다만 딱 한 장면. 마지막 자폭 공격을 결정하는 캡틴과 '우훗! 우리의 내기는 끝난 게 아니야!', '니 마음, 받아주겠어!' 라는 식으로 (좀 다른가요? -_-) 받아주는 두 명을 보니 웃음이 나오긴 했습니다. 이건 뭐 에이리어88 마지막 장면도 아니고. 아니 뭐 사실 그 장면은 처음 볼 땐 멋지다고 생각했었지만(...)

+ 캡틴의 캐릭터가 원래 그런 성향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있긴 했죠. 근데 그 장면조차도 보면서 좀 뜬금 없단 느낌이었던지라;


샤를리즈 테론 캐릭터는 낭비되었다는 생각 들지 않았어요. 애초에 병풍에서 가장 멋진 그림이 서 있는 부분 정도의 역할이었으니 뭐. 팔굽혀 펴기 하던 첫 장면을 제외하곤 온몸을 다 덮는 유니폼만 입고 나오는데도 몸매가 참 대단하시더라구요. 사실 첫 장면에선 '이 분도 늙는구나...' 싶었는데 뒤로 갈 수록 얼굴도 탱탱-_-해져서 만족했습니다. 냉동 수면이 피부 관리에 안 좋았나봐요.


3.

프리퀄은 확실히 프리퀄 맞는데 뒷 일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내키는대로 써갈긴 프리퀄 같았습니다.

하나 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에일리언 시리즈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죠. 마지막의 에일리언 등장씬만 해도 그렇고.


근데 원래 알 까는 애는 '페이스 허거'라고 부르잖아요? 그럼 마지막에 나온 그 거대 주꾸미는 뭐라 불러야할까요. 바디 허거? -_-


4.

1조 달러는 그냥 인플레로 이해하고 납득했습니다. 인플레라고 해도 엄청 큰 돈인 건 사실이겠지만 웨이랜드 컴퍼니 회장님이 삼성 거니 아저씨를 능가하는 제왕적 기업주라고 생각하고 이해하죠 뭐. 하는 짓 보니까 그러고도 남을 사람 같던데요.

헬맷 벗는 것도 맨 처음 벗었던 캐릭터(누미 라파스 남자 친구)의 똘끼 넘치는 성격을 볼 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했어요. (물론 그 뒤에 감염자 나오고 희생자 나온 후에도 다들 벗고 다니는 건 이해 불가-_-) 샤를리즈 테론의 정직한 직선 주행도 '사람이 당황하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이해했구요.  누미 라파스가 수술 받으려고 도망칠 때 따라간 사람이 없었던 건 원래 괴상할 정도로 승무원이 적은 우주선이니 또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정말 승무원 몇 안 되지 않습니까? 자동화 시스템 덕이라고 우긴다 하더라도 학자 수도 너무 적어요;)


하지만 그 징그러운 물건을 보고 귀엽네 예쁘네 우쭈쭈쭈 하면서 다가가던 생물학자 아저씨는 용서가 안 되더군요. 야! 그게 귀엽냐!! 그게 이뻐?? 넌 죽어도 싸. 라는 생각을.


5.

배 째는 씬은 정말 으악스러워서 부동 자세로 봤습니다. -_-;

에일리언 시리즈가 원래 좀 그래왔긴 하지만 이번 편은 이 씬 하나 때문에라도 여성 관객들에게 충격 3배일 듯.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 씬 이후론 누구든 한 명 - 그러니까 샤를리즈 테론 - 이  누미 라파스 옆에 붙어서 데리고 다녀줄 거라 생각했거든요.

진통제 다발로 들고 다니며 걷고 뛰고 싸우고 구르고 살아남고. 누미씨는 참기 대장이구나... 라는 생각이;


6.

귀찮으니 기준도 없는 번호는 그만 붙이고.

 - 데이빗의 농구 장면은 시고니 위버의 장거리 슛 장면에서 따온 거겠죠? 시고니 아줌마는 객기로 끝까지 직접 하겠다고 우기다가 진짜로 넣어 버린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이 영화에선 안 그랬겠죠. 직접 하겠다고 우기다간 리들리 옹에게 한 대 맞았을 듯.

 - '엔지니어'의 디자인과 캐릭터가 맘에 들었습니다. 베이킹 파우더를 넣어 구운 사람 같은 느낌인데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 같지 않고. 막판에 본색 드러내고 회장 두들겨 패 버리고 데이빗 머리 뽑고 루니 마라 쫓아 올 땐 에일리언에 버금가는 괴물 같은 것이 아주 박력있더라구요.

 - 충분히 철학적이지 못 했다든가, 철학적인 척 폼 잡으면서 답도 없다는 식의 비판이 많이 보이던데.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안 됩니다. 전 그냥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만 해도 괜찮았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준비해서 끝 없는 별의 바다를 건너 창조주를 찾아가 '저희를 왜 만드셨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머리통을 뽑아 버리더라. 이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버렸거든요 전.

 - 프로메테우스호는 그래도 노스트라다무스호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았네요. 이런 영화들의 'xx호'들 중 최악을 꼽으라면 전 주저 없이 이시무라호를 선택하겠습니다. 아직까진 그만큼 처참하게 망한 배는 본 적이 없네요. 가장 무섭기도 했었구요. 

 - 가이 피어스는 나왔다는 것만 알고 봤는데. 보는 내내 까먹고 있다가 다 보고 나서야 '누구였드라?'라고 궁금해하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패닉에 빠졌습니다. 아니 왜 굳이 분장까지 빡세게 해 가며 그런 역을. orz

 - 흥행이 어지간히 망하지 않는 이상엔 속편은 꼭 만들 것 같은데... 설마 엔지니어들의 별에 도착한  누미 라파스가 책임자들의 목을 꺾는 영화를 만들진 않을 테고. '사실은 리부트였다 이것들아!! 아핫핫하!' 라면서 그 별의 에일리언과 이어지는 내용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들리가 속편을 만들진 않겠지만 그 양반은 에일리언 시리즈 때도 그러셨으니까요 뭐.

 - 사실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엔지니어의 의도, 에일리언 시리즈와의 연관성 이런 게 아닙니다. 그래서 캡틴은 10분 후에 어떻게 된 겁니까! 왜 그리 중요한 걸 그냥 넘기는 거죠!!?


7.

지구를 지키고 떠나가신 선장님께 생전에 좋아하시던 노래를 바치면서



잡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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