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김전일님이 '나이 먹으니 별 게 다 슬퍼요' 하고 올리셨던 글, 미처 댓글은 못 달았지만 저도 마음이 아리던데요..

그 글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최근에 의외의(?) 순간에 눈물 주륵 한 적이 있습니다.

여차저차하여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어요.

이 소설이 아마 교과서에 실렸었죠? 그 때는 이거 읽고 그냥 '오올~'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수족관을 열게 된 그 때 그 버찌씨 꼬마에게 어린 남매가 물고기를 사러 와서 택도 없는 동전 몇 닢을 내미는 장면에서부터

마음이 울렁울렁 코끝이 시큰시큰 하더니 결국 거스름 돈까지 주고 마지막에 위그든 씨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장면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주륵, 하더라고요. 이게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였다니!

근데 이 이야기는 나이가 좀 들어야;;; 더 감동적인 것 같고, 교과서에서 배울 당시의 나이에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혹시 저처럼 교과서에서 접하셨던 분들은 어떠셨나요?

 

그러고 보니 다른 일화도 떠올라요. 생각해보니 이런 일에 눈물이 핑 도는 게 꼭 나이 들어서만은 아니네요.

한참 전에, 이촌역에 그냥 1호선만 다니던 시절에;; 이촌역에서 1호선을 타곤 했었어요.

거기가 지상철이라 역사가 밖으로 나와 있는데, 요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녁 시간에 거기서 전철을 기다리다 보면, 노을 지는 풍경이 그렇게 쓸쓸했었어요;;

여튼, 그러던 어느 날 건너편 승강장을 보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커다란 피자 박스를 들고 서 계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그렇게 슬퍼서;; 너무 막 가슴이 아픈 거예요.

이촌역 1호선은 거의 10분에서 15분 (그 이상이었나?) 간격으로 다녀서 한참 기다려야 하거든요.

그 할아버지가 어디까지 가시는 지 모르겠지만, 피자는 벌써벌써 식고 있을 것 같고,

할아버지는 손주들 집에 가느라 피자를 샀는데, 그 식은 피자를 손주들은 반가워 안 할 것 같고.....;;;;

뭐 그런 연상이 쭈르륵 이어졌거든요. 그래서 막 그 건너편 승강장에 전철이 먼저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랬던 기억이..

 

영화 보고 펑펑 눈물 쏟았던 적도 몇 번 있는데, 친구들과 같은 영화를 보고 울었어도 운 이유는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제일 처음 영화 때문에 대성통곡했던 건 <블레이드 러너>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로이가 죽기 전에

쭉 이야기를 하잖아요. 자기가 어떤 것들을 보아왔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이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떨구는데, 아휴, 거기서부터 그냥 저도 모르게 막 엉엉 울었어요. 굉장히 서럽더라구요.

 

<타이타닉> 같은 경우는, 개봉 당시에는 전혀 안 울었었는데, 몇 해 전 케이플에서 우연히 다시 보다가

배가 난파되던 순간에 어떤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확 터졌어요. 뭐였냐면, 그 배 위에 악단(?)이 있었잖아요.

배가 침몰해가는데도 연주를 계속 하다가, 더 이상 안 되겠으니까 이제 우리도 각자 살 길을 찾자, 이렇게 흩어지는데

악단장인지, 기억은 분명치 않지만, 여튼 바이올리니스트 아저씨가 혼자 남아 연주를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본 단원들이 돌아와서 다같이 계속 연주를 하는 장면이였어요.

그게 또 그렇게 슬픈 겁니다. 막 감동적이면서 너무 슬프면서.. 음. 너무 전형적인 코드였을까요?

 

 

쓰다 보니, '이해의 선물'까지는 그래도 밝은 이야기였는데, 점점 슬픈 이야기로 빠져버렸네요;;

어릴 때랑 나이 들어가면서랑 변하는 부분도 있고,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확실히 예전에는 몰랐던, 살아가는 것의 슬픔 같은 걸 더 분명하게 알고 느끼게 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도 어렴풋이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잘 설명할 수 없었다면, 지금은 좀 분명해졌달까.

산다는 것, 인간이라는 존재, 그런 것의 숙명, 처연함, 그러면서도 숭고함(?) 아니면 그냥 어떤 선함(?)이랄까..

엣,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산다는 것의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에게 있는 어떤 선함이 그 어려움을 더 슬프게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산다는 것을 더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는데

이게 뭔말이여;; 전달이 되는지 모르겠네요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1095
53 90년대 이은혜 [블루] 기억하세요? [5] 쥬디 2015.03.26 2560
52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시기를 사는 중일까요 [8] Charliebrown 2014.09.15 1824
51 [바낭] 뒤늦은 감자별 2회 간단 감상 [5] 로이배티 2013.09.25 1953
50 [바낭] 크레용팝, 그리고 쉴드의 애잔함 [15] 로이배티 2013.08.21 4342
49 [회사바낭] 상사에게서 온 문자. [4] 가라 2013.07.23 3003
48 잘 맞지도 않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 사랑하기 [14] Ricardo 2013.07.06 4397
47 [바낭] 이 주의 아이돌 잡담 [21] 로이배티 2013.02.24 3815
46 [바낭] 이 주의 아이돌 잡담 [21] 로이배티 2013.02.17 3552
45 [게임+ 건덕] 저는 요새 건덕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5] 이사무 2013.01.26 1533
44 레미제라블 아이맥스로 다시봤어요 [1] 이요 2013.01.19 1694
43 밑에 여성전용도서관 보니 생각나서.. 이화여대 로스쿨은 어떻게 될까요? [12] DH 2013.01.09 3354
42 [바낭] 주말도 끝나가니까, 또 아이돌 잡담 [17] 로이배티 2012.12.09 2760
41 외국영화에 술 마시는 장면. [9] 고인돌 2012.09.05 2589
40 난데없는 얘기지만 늘 궁금했던 사소한 것 하나+듀나님 글 정말 잘쓰시는군요(새삼)+ 그 밖의 생존신고 [22] Koudelka 2012.08.19 3737
39 젝스키스 강성훈 사기 사건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 를 보았습니다 [16] 로이배티 2012.07.23 5218
38 [바낭] 원더걸스 No body 일본 MV 등등 매우 영양가 없는 아이돌 잡담 [16] 로이배티 2012.07.14 3157
» 나를 눈물 나게 하는 장면들, 이야기들 [34] 13인의아해 2012.06.20 3287
36 멘탈리스트냐 하우스냐 [12] 홍시 2012.04.25 3322
35 P&G 2012 런던 올림픽 광고 : 이거 정말 좋네요. [7] 한캐미남자간호사 2012.04.19 1947
34 [바낭]에잇 신세한탄 [5] subway60 2012.03.21 8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