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MC


(이런 게임입니다?)


아주 재밌게 잘 만든 칼질 액션 게임입니다.

제작사가 바뀌었지만 원래 시리즈 고유의 콤보 만들어 넣기 놀이를 썩 잘 살려냈습니다. '리부트'가 되어 버리는 통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단테의 캐릭터도 나름 괜찮구요.

스테이지별로 분위기가 확확 달라지도록 신경써서 디자인한 미술 요소들은 이전 시리즈들보다 오히려 나은 수준이고 유래 없이 개연성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스토리도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리부트... 이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장면만 봐선 이게 리부튼지 그냥 속편인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리부트의 와중에서도 원작 삘을 많이 내 보려고 애쓴 게임이지요.)


뭔가 전반적으로 '원작 덕후 흉내를 내려는 그냥 팬'이 만든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에서 스토리 따위가 뭐가 중요합니까. 스토리는 그저 단테, 버질 같은 녀석들이 맘껏 똥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배경이었을 뿐입니다. 근데 이 DMC는 그 스토리를 뭔가 말이 되면서 제대로 된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그리고 그 일은 꽤 그럴싸하게 해 냈는데. 그러면서 원작 고유의 매력을 많이 날려 버렸습니다. 


(양키 스타일로 바뀐 캐릭터 디자인까진 괜찮다 싶은데 다들 너무 평범 무난 흔한 느낌;)


말하자면 오리지널 단테는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얄팍한 캐릭터였지만 그럼에도 고유의 막나가는 매력이 넘치는 재밌는 캐릭터였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장면)


반면에 DMC의 단테는 (오리지널과) 똑같이 싸가지가 없어도 대략 납득이 가고, 또 어렵잖게 이해할 수 있는 행동 양식을 가진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매력도는 오리지널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너무 평범하고 흔하다는 느낌이라서. 그리고 이런 식의 설명이 다른 등장인물들은 물론이고 작품의 스토리, 심지어 게임 플레이에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부분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놓긴 했는데, 이 작품 고유의 개성이나 매력은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재밌게 잘 플레이 해 놓고도 좋은 평을 해주기가 망설여지더군요.


덧붙여서,



이런 식으로 벌어지는 거대 보스전 역시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그리고 캡콤 액션 게임들의 전통입니다만.

비주얼이나 분위기는 원조 못지 않게 잘 살려 냈는데 보기에만 그럴싸하고 다들 너무 단조롭고 쉬웠다는 것도 꽤 큰 감점 포인트입니다.


암튼 뭐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10년 묵은 인기 시리즈의 리부트작이라는 부담 만빵의 기획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느낌이 기대 이상으로 살아 있습니다.

- 하지만 뛰어난 아트 워크와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외한 거의 전부가 뭔가 살짝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고, 특히 게임 플레이가 그렇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만족했습니다. 스팀 75% 세일로 샀기 때문에(...)



2.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


(나는.잡는다.똥폼을.)


굳이 이 글 제목을 보고도 클릭해서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이 게임의 프로듀서가 오리지널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만든 사람이었죠. 캡콤을 때려 치우고 뛰쳐 나가 만든 게임이 '배요네타'였구요. 한 마디로 말도 안 되게 짱 쎈 먼치킨 캐릭터가 튀어 나와서 흉측하게 생긴 적들을 수천발 콤비네이션으로 두들겨 패면서 개폼 똥폼을 다 잡아대는 류의 게임을 지구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얘깁니다. 


사실 딱 보면 굉장히 싼 티(...)가 나는 게임입니다. cg 무비의 퀄리티는 현세대 콘솔 극초반에 나왔던 무난한 레벨의 게임들 수준을 연상시키며 실제 플레이 화면의 비주얼도 비슷하게 허접합니다. 스토리는 '게임에게 있어 스토리란 포르노의 스토리와 같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이고.' 라는 존 카멕 아저씨의 발언이 현시대에도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의 수준-_-이구요. 심지어 게임의 조작 방식이나 메뉴 인터페이스들까지도 싼 티나게 구립니다. '메탈기어 솔리드2'를 지금 하는 기분이랄까요; (제작사인 플래티넘 게임즈가 좀, 아니 아주 많이 영세합니다.)


(인물 그래픽도 별로지만 배경을 보면 이건 뭐 정말...;)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나게 재밌습니다. -_-b 궁서체로 쓰고 싶었습니다

적이 보이면 우다다다 달려가서 최대한 폼나게 두들겨 패고 패고 또 패는 것. 그것 하나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붇고 그것과 관련 없는 부분들은 게임 플레이에서 최소화 시킨 작품인데 그 '최대한 폼나게 두들겨패기'가 아주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검으로 벤다'라는 것에 중점을 둔 액션 구성 덕에 '데빌 메이 크라이'나 '배요네타'의 재탕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구요.

정말 엄청나게 단순한 게임입니다. 그저 패고, 패고, 또 패다 보면 끝나는 게임인데 만든 사람이 그 '패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재밌어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거죠. 그냥 이렇게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orz


그래서 할 얘기가 없으니 이 게임 얘기는 여기서 끝. <-


암튼 올해의 화제작이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나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보다 훨씬 더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이었습니다.

앞에도 적었듯이 작품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총체적 난국스런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액션 하나는 최상급으로 잘 짜 놓았고, 이 게임은 액션 게임이니까요.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 아. 가장 중요한 얘기를 깜빡할 뻔.

DMC나 메탈기어 라이징이나 결국엔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식 '똥폼' 잡기를 바탕에 깔고 가는 작품들입니다만. 두 작품이 그 '똥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재밌습니다.

DMC의 경우엔 자꾸만 그 똥폼들을 축소하고 합리화하려 합니다. 말하자면 똥폼을 계속 잡아대긴 하는데, 그걸 청년 단테의 인격적 미성숙과 결부지어 버리는 거죠. 말하자면 '그럼 쫄쫄이 라텍스라도 입을 줄 알았냐?'라는 농담을 던져 넣는 극장판 '엑스맨'의 느낌과 좀 비슷해요. 딱 서양 제작사의 사람들이 생각해냄직한 접근법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반면에 메탈기어 라이징은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계에에에에에속 똥폼을 날려댑니다. 진지하게 하고, 웃기게 하고, 비장하게 하고, 쌩뚱맞게 하고. 그렇게 쉴 틈 없이 쏟아지는 폼잡기의 소나기 펀치에 두들겨 맞다 보면 어느샌가 거기에 설득되어 'xx같지만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_-;; 심지어 최종 보스전에선 최종 보스 캐릭터의 황당 무계함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감동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


(이딴 걸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수치스럽지만 멋집니다!! ;ㅁ;b)


그래서 결론은.

덕후들을 상대로 장사하려면 스스로 뼛속까지 덕후가 되어야 한다... 라는 게 되겠습니다(?)

어설픈 흉내로는 어려워요. 덕있는 사람들은 다른 덕있는 사람들을 알아보게 마련이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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