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4 01:03
며칠 잇달아 바퀴벌레가 나와 구제업체에 무료진단 신청을 했습니다.
어지간하면 잡고 살겠는데 커도 너무 커서 실제 바퀴벌레 모형같은 것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니 집에서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더군요.
불을 밤새 켜고 아로마 향도 밤새 피우고 언젠가 미드에서 거미가 귀에 들어간 여주인공 얘기가 내 얘기가 될 것같고.
오늘 기사님이 오셔서 일본 바퀴라고 원래 크다고 하시고 집 구석진 곳곳을 보시더니 들어올 데를 짚어 주시는데 그냥 벽과 천장재가 바퀴라고
생각해야 맞는 수준입니다. 집이 하도 낡고 창틀과 몰딩이 뚫린 데가 많아서.
그래도 저 사는 데는 삼층인데 높은 곳에서 이 정도 나오는 게 이상하다고 하시고 혹시나 하고 옥상에 올라가 보셨는데 거기서 원인을 찾아 주셨어요.
집주인 할머니네 큰 화분이 많이 있는데 겨울내내 그 안에 있다가 내려오는 거라고.
알려만 주신 게 아니라 기사님은 약을 가져다 임시로 바퀴의 본거지를 소탕해주셨습니다. 잠깐 올라와 보시라고 하셔서 본 광경 덕에 지금 온몸이
스멀거리고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죽을 때까지 화분도 흙도 멀리하고 살려고요. 그러고 보니 꽃집 딸내미에게 들은 적도 있네요.
바퀴가 작은 게 아니라 큰 거면 흙에 사는 거라고.
기사님께 너무 감사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침에 옥상을 집주인께 보여드리고 금액 분담하시면 신청하려구요. 이 집 구할 때 어떤 종류든
벌레가 나오냐고 물었을 때 집주인도 전 세입자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고 (지금 생각하면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셨는데.
약을 피해 내려온 놈을 고양이가 귀신같이 찾아내는 통에 살충제를 들고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엄마가 된 지 육개월인 친구가 비몽사몽 통화하는 게 그렇게 안쓰러웠는데, 나는 며칠 잠을 못 자면서 그 내용은 천국과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