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지는 봤어도 '라이어 게임'은 보지 않은지라 어제 게임에 대해서 많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지난 주 예고를 봤을 땐 상당히 재미 없겠다 싶었어요. 첫 회의 가위바위보 1, 2, 3게임은 그래도 확률 승부인 척이라도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2회의 대선 게임은 너무 노골적인 합작, 연횡 only로 가는 게임인지라; 그런데 결국 보고 나니 우려보다는 재밌었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괜찮았네요.


- 조작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보면서 납득이 안 가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뭐 열 몇 명이 복잡하게 우왕좌왕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제 게임에서 '가넷을 활용하여 남을 포섭한다'는 생각을 해 내는 사람이 드문 것까진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원래 사람은 그런 혼돈 상황이 되면 자기가 나서서 뭔가 해 보기 보단 세 보이는 남에게 의지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제게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은 마지막의 탈락자 선정 게임이에요. 탈락 후보자 둘이 결정되고 나면 시간도 그리 많지 않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굉장히 서로 빤히 파악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 모르게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제작진의 개입이 있지 않고서야 어렵죠. 근데 두 게임 연속으로 '당연한 예상'과 정반대의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단 말입니다. 게다가 두 번 다 제가 떨어졌음 했던 사람이 적절하게 떨어진다는 것도 이상

 그리고 어제 같은 경우엔 김구라의 물밑 작업도 참 이상했죠. 본 게임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결과를 만들어놨단 얘긴데,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김구라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려서 재밌긴 하지만 도대체 어느 세월에 홍진호측이 눈치도 채지 못 하게 얘길 다 끝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결정적으로 홍진호측이 그토록 고민했던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라는 부분에 대해 김구라측은 아무도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구요.

 뭐 그 외에도 이상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넘어가구요;


- 지금 구도를 보면 대략 끝판왕 김구라와 그의 왼팔(김풍) & 오른팔(이상민). 게임 이해는 빠른 듯 하고 말은 참 청산 유수인데 실제로 나서서 하는 일은 없는 차민수와 그냥 괜히 그 쪽에 꼬이는 사람들(박은지, 김경란. 둘 다 아나운서 여성 방송인이네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누가 우리 좀 챙겨줘요 ㅠㅜ'라는 듯한 사람들(최창엽, 최정문, 차유람). 그리고 항상 발빠르게 나서서 승리를 확신하다 뒷통수 맞고 반전의 빌미를 만들어주는 콩진호와 아무 것도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신비롭게 줄을 잘 서는 김성규군... 과 같은 모습인데요.

 이런 류의 게임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고루 잘 갖추고 있어서 매회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덕택에 재밌긴 한데, 그래서 더 조작 의심이 가기도 하구요.


- 참가자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누가 뭐래도 당연히 김구라입니다. 1, 2화까지 최종 결과와 내막을 보면 이건 뭐 그냥 '김구라의 게임'이죠. 지니어스는 무슨. 그게 각본이든 아니든 간에 '배후의 흑막' 캐릭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또 그런 만큼 역할 수행을 확실하게 합니다. 어제 방구석에 혼자 앉아 빈둥거리는 거나 사람들 앞에서 여유부리는 모습 등등 다 너무 웃기고 적절했어요.

 쌈마이, 양아치스런 캐릭터로 김구라의 오른팔 놀이를 하는 이상민도 괜찮구요. 쉽게 말해 그냥 건달(...) 캐릭터인데 '음악의 신' 같은 다른 예능에서 보여줬던 모습의 재탕이긴 해도 역시나 적절합니다. 근데 이 분은 아무리 봐도 게임엔 관심이 없고 그냥 예능 분량 챙기는 것만 신경쓰는 듯. 빽이 든든해서 그런가. -_-;


 그런데 전 보기 전 예상과 다르게 김경란 아나운서 캐릭터가 참 맘에 들더군요. 첫 회의 살짝 아줌마스럽게 생활력 강해 보이는 음모꾼의 모습도 재밌었고 2회의 '나처럼 착한 사람을 왜 못 믿는 거야' 캐릭터도 많이 웃겼어요. 특히 인터뷰하다 홍진호가 하는 얘길 듣고 발끈해서 따지는 장면은 2회의 개인적인 베스트였네요. 뉴스 아나운서하는 모습만 볼 땐 몰랐는데 꽤 재밌는 분인 듯.


-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조작, 내지는 대본 얘길 해 보자면...

 제 짐작으론 뭐 이게 드라마 수준으로 딱딱 맞춰져 있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생존자, 탈락자까지 다 정해놓고 미리 얘기가 된 상태로 돌아가는 거라면 2회 막판에 차유람이 보여준 절박한 모습이나 김민서의 눈물 맺힌 모습이 다 연기란 얘긴데 그렇다면 이 분들은 당장 데뷔해도 신인상 정돈 우습게 받을 연기 신동들이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니겠죠;

 그냥 대부분은 순수하게 참가하는 가운데 몇몇 키 플레이어들에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역할 수행을 맡기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김구라는 그런 역할이겠고. 홍진호나 김성규까진 잘 모르겠구요.


+ 덤으로.

 * 김민서는 참 기분 거시기하겠어요. 두 회 모두 탈락 위기에 몰리고 두 회 모두 배신당하고(...)

 * 김성규군은 정말 지난 회나 이번 회나 한 일이라곤 자기에게 가장 먼저 접촉한 사람에게 바로 붙어서 충성한 것밖에 없는데 분량은 많네요. 점점 예능감이 늘어가는 듯.

 * 2회 밖에 안 하긴 했지만 매번 '난 다 알어. 난 절대 탈락 안 해. 내가 맘만 먹으면 난 바로 1위할 수 있지롱ㅋ'이라며 여유를 부리던 차민수가 한 방 맞은 게 좀 시원하더군요. 근데 그래서 다음 회나 그 다음 쯤에 한 번 이 분이 작정하고 김구라파를 물 먹일 것 같기도 하고...
 * 이게 뭐 가수 오디션도 아니고 하니 다음 주 탈락자 예측이란 게 의미는 없겠지만 그대로 김구라, 홍진호, 차민수, 김성규... 까지는 꽤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른 거 다 떠나서 뭔가 역할과 비중이 확실한 사람들이어서. 아무래도 역할이 애매하고 시청률에 큰 도움 안 되는(쿨럭;) 사람들 위주로 탈락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 차유람 참 예쁘네요. 고쳤다는 얘기도 있긴 하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예뻐요. 좀 더 똑똑해져서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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