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주현, 임재범 떡밥으로 1주간 뜨겁게 불타오르면서 여러모로 참 우려가 많았고. 또 제가 아주 많이 아끼는 노래가 두 곡이나, 그것도 죄다 상성이 안 좋아 보이는 가수들에게 선곡되어서 불안 가득한 맘으로 시청했습니다만. 생각보단 훨씬 괜찮았네요.


 - 사실 오늘 가장 걱정(?)했던 건 이소라와 박정현이었습니다. 지난 주 6, 7위라는 결과가 이번 주 곡 선정과 무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우려되었는데. 스스로 곡을 선정할 수 있었던 이번 무대에서 이소라는 무려 힙합을 골랐고 박정현은 '소박 담백 진솔' 등등이 항상 기본 수식어로 따라 다니는 유재하의 곡을 골랐죠. 전 오늘은 그냥 이걸로 안심, 만족, 기쁨이었습니다. 아. 적어도 이 사람들은 앞으로도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충만한 무대 같은 건 하지 않겠구나... 라는 느낌.


 - 임재범 아저씨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게 적절한 타이밍에 빠지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나왔더라면 이 분의 오지라퍼 동네 아줌마 포스가 '좀 깬다'는 반응을 불러왔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위태했던 프로도 띄우고 본인도 일생 최고의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고 이 프로에서도 그토록 원했던(?) 1위 차지하고 완전히 정점을 찍는 순간 바로 건강으로 인한 ('탈락'도 아닌) 하차라니. 게다가 그게 또 몇 주 쉬면 회복되는지라 콘서트는 콘서트대로... 사실 이 분 말고도 이 프로 나와서 득 본 사람들은 많지만 이 분만큼이나 대박날 사람은 이제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 김범수 무대는 참 별로. 몸이 안 좋았다지만 애초에 편곡도 그렇고 '자율 선곡이니 이번 주는 선곡빨로 한 주 버텨보자' 라는 의지가 보이는 듯 하더군요. 물론 그래도 노래만 잘 불렀다면 좋았겠지만... 그냥 목소리와 곡이 안 맞는 건지 어떤 이유인진 몰라도 참으로 기억에 안 남는 무대였습니다; 딱히 되게 못 부른 건 아니었는데도.


 - BMK는 '제가 아주 많이 아끼는 노래' 1번을 불렀는데... 김광진이 워낙 개성이 강한(이건 반어인지 역설인지ㅋ) 보컬이고 또 그러한 본인의 목소리에 최적화하여 만들어진 곡이다 보니 BMK의 스타일로는 원곡 느낌은 애초에 무리였고. 그렇다고해서 본인 스타일로 바꿔서 부른다면 원곡 느낌이 전혀 살지 않을 테니 그것도 좀. 물론 시작부터 감정 폭발해서 흐느끼는 바람에 제대로 부르지 못 하긴 했지만, (그냥 제 느낌엔) 만약에 제대로 불렀다면 지금보다 더 별로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나마 울어 버리는 바람에 '꾸밈 없는 진솔함' 같은 게 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뭐 7위는 어쩔 수 없었죠. 사실 전 지금껏 본 BMK 무대들 중에서는 감정이 움직이는 느낌이었지만, 그게 꼭 무대 때문이라기 보단 어머니에 얽힌 뒷 이야기 때문이었던 것 같고. 시청자들과는 달리 청중들에겐 BMK의 어머니 얘기 같은 정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으니 그냥 어리둥절하고 말았을 겁니다.


 - 박정현 무대는 예전에 1등 먹었던 조용필 무대를 참 많이 복습해서 꾸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유재하와 조용필도 노래로 얽힌 인연이... 아니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어찌보면 재탕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긴 했습니다만.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본인 스타일을 녹여 넣기로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보다 이번 곡이 더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뭐 인터뷰에서 하는 얘기만 봐도 정말로 유재하 음악을 좋아하고 또 존중하는 느낌을 팍팍 풍기더라구요. 기교도 최대한 자제하고 고음도 딱 필요한 정도로만 적절하게 넣고, 감정 표현이든 뭐든 흠 잡을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좋은 무대였어요. 전 이걸로 또 한 번 1등 먹을 줄 알았습니다.


 - 전 윤도현 밴드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윤도현 밴드의 편곡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구요. 분명 뭔가 하나씩 집어 넣어서 계속 새로운 걸 보여주긴 하는데 그 '뭔가 하나'들을 제외하고 나면 죄다 그 곡이 그 곡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려서. 그게 편곡 자체의 문제인지 윤도현의 보컬이 갖는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래요. 하지만 어쨌거나 이 프로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번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고, 오늘 무대의 경우엔 선곡도 좋고 편곡도 좋았습니다. 제겐 이 프로가 시작된 이후로 윤도현 밴드가 보여준 최고의 무대였고, 이 분들이 1위를 했어도 전혀 불만 없었을 거에요.


 - 이소라 무대는 그냥 시도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해서 뭐라 평가하기가 그렇네요(...) 사실 '듣기'에는 그저 그랬어요. 컨디션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이소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았고 그냥 곡의 주인이 이소라가 아닌 소울 다이브라는 느낌이었죠. 원래부터가 소울 다이브 노래에 임재범이 참여한 곡이었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가 테마였는데 인터뷰에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내 공연이었음 죽어도 못 했을 곡' 운운하는 이소라의 태도가 너무 맘에 들었고 소울 다이브와 함께 검은 색으로 차려입고 무대에 등장할 때의 비주얼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JK김동욱은 그냥, 그냥 잘 부르더군요. 임재범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리고 싶어서 일부러 임재범 노래를 골랐다. 라는 의도는 잘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임팩트있게 표출되지는 않았어요. 사실 기술적으로 따져 보면 노화된 데다가 건강까지 안 좋아서 줄곧 헤매다 하차한 임재범보다 오히려 나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런 것 다 빼고 그냥 오늘 무대만 놓고 봐도 참 훌륭하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한 방'이 없었다는 느낌. 무대보다는 뜻밖의 개그 센스(?) 한 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부츠가 안 어울려서 맨발이었다니. 크핫핫.


 - 오늘의 무대 중 제가 매우 몹시 많이 아끼는 노래 두 번째는 옥주현이 불렀죠. 

 '천일동안'은 원래 드라마틱한 곡이구요. 또 원래 좀 보컬 과시하는 노래입니다. 노래 주인인 이승환의 라이브 무대들을 봐도 이 곡은 그냥 얌전하게 부르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죠. (아니, 근데 그건 원래 그 분 성향이기도;) 옥주현이 너무 드라마틱하게, 너무 목청 과시하며 불렀다는 비판은 그래서 좀 부당해 보입니다. 

 제게 이 가수는 다른 것보다도 그냥 '왠지 모르게 머리가 좋을 것 같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그런 근거 없는 선입견(?)이 더욱 강화된 것 같네요. 일단 프로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영리하게 선곡을 잘 했고. 그걸 또 본인 장기인 뮤지컬에 맞춰서 편곡까지 적절하게 해 놓았죠. 실제 무대에서도 계획하고 계산했던 대로 충실하게 공연으로 표현했구요. 1등 할 만 했습니다. 하필 또 다른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대부분 힘을 뺀 무대를 보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그렇고...


 - 근데 사실 저도 오늘 옥주현의 무대가 좋았던 건 아닙니다. 크핫핫핫핫;;; 원곡자와의 직접적인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승환은 보컬 과시하고 노래로 드라마 쓰는 와중에도 구절 구절마다 처절하고 쓰라린 감정을 쓰나미처럼 던져대는 그런 느낌인데 반해 옥주현의 무대는 대체로 밋밋하다가 '막판 고음 작렬'에 감정 표현을 거의 의존한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뭐야 노래 망쳤ㅋ엉ㅋ'이 제 솔직한 감상이긴 한데. 일단 제가 워낙 이승환 빠인데다가. 또 요 앞에도 말 했듯이, 옥주현을 이승환과 1:1 스트레이트로 비교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


 - 오늘 방송이 옥주현에게 치중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던데. 이 프로는 원래 그 주의 내용에 따라 한, 두 명 정도를 주인공스럽게 부각시키는 버릇이 있어요. 임재범은 등장 이후로 거의 주인공 대우였고 지난 주엔 아픈 윤도현이었고 또 그 전엔 블라블라~ 해서. 이번 주에 누군가 주인공이 필요했다면 그건 당연히 옥주현이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1주일 동안의 폭풍 까임으로 인한 화제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연 1위의 성적. 제가 PD라도 똑같이 했을 겁니다. 참 별 게 다 불만이에요.


 - 암튼 뭐. 옥주현은 1위를 함으로써 더욱 가열차게 안티들에게 까이고 있는 듯 하더군요. 뭐 어쩌겠습니까. '싫어서 싫다'는 사람들은 어쩔 방법이 없는 거니까. 개인적인 바람으론 그 분들이 이번 주 옥주현 1위에 매우 크게 절망하게 '앞으로 나가수 안봥!!!' 이러면서 다 떨어져 나가고 관심도 접어 줬음 합니다만. 그건 힘들테니 앞으로 최소한 한 달 반은 더 버텨야할 옥주현이 더 나은 무대들 보여줘서 부동층(?)이라도 흡수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 암튼 이소라, 박정현만 믿고 갑니다!


 - 아래는 그냥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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