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없구요


 - 바로 아래 시즌1 글이 같은 페이지에 있으니 기본 설정 소개는 생략. 시즌 2는 시즌 1의 결말에서 대략 4개월쯤 지난 시점에서 이어집니다. 

 시즌 1에서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던 마르첼라의 삶은 시즌 2 시작에서 아예 그냥 맨틀을 뚫고 들어가서 마그마 속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해가 안 갑니다. 시즌 1의 끝부분에서 이미 마르첼라가 저질러 놓은 중대한 삽질들이 있긴 해요. 근데 새 시즌에서 그 일들은 대충 다 유야무야된 상태인데 오히려 시즌 1에서 대략 해소된 걸로 보였던 일들이 괴상하게 꼬여서 마르첼라를 괴롭히고 있어요. 납득이 안 되는 출발이랄까요. 

 암튼 또 그렇게 인생 꼬인 마르첼라 앞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집니다. 어린 아이 연쇄 유괴 및 살해 사건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 역시 마르첼라의 아들과 엮이게 되면서 동기부여 200%의 수퍼 엘리트 초진상 형사의 활약이 시작되는 거죠.


 - 자고로 속편이란 전편보다 파워업해야 하는 것! 이라는 속편의 기본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시즌입니다. 마르첼라의 고통도 3배, 다루는 범죄의 흉악성도 3배, 희생자들의 머릿수도 몇 배가 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마르첼라 수사의 진상도도 3배 이상으로 올라가죠. 보다보면 '아 왜 꼭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파워업!!을 했음에도 어떤 측면에서는 시즌 1보다 가벼워진 느낌도 있습니다. 범죄가 너무 장르물 느낌이거든요.
 시즌 1의 연쇄 살인도 충분히 장르적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이 시즌의 악당은 거의 사건의 괴상함으로 승부하는 스릴러 무비의 범인 같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왜 있잖아요 관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 외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불필요한 수고를 들이는 영화 속 살인마들. 이렇게 핵심 범죄가 너무 장르적이라 이야기의 진지함이 희석되는 느낌이에요. 캡사이신이 너무 강한 거죠. 그래서 같은 영국 수사물이지만 '리버'나 '브로드처치'랑은 아예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도.


 - 하지만 여러모로 시즌 1보다 훨씬 다듬어진 시즌이기도 합니다.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각자 '이게 사건이랑 뭔 상관인데?' 싶은 일들을 벌이다가 나중에야 서로 연결되는 형식 자체는 시즌 1과 같은데 이번엔 교통정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요. 적어도 시즌 1처럼 '내용이 복잡할 것도 없는데 그냥 이해가 잘 안 돼!!' 라는 억울한 느낌은 없었네요.

 사건 전개도 빠르고, 여전히 대부분의 캐릭터가 비호감이지만 그래도 이입하거나 믿어볼만한 캐릭터 몇이 중심을 잘 잡아줘서 몰입도도 높아요. 여러모로 전시즌보다 훨씬 빠르게 보게 됩니다. 결국 제가 24시간 내에 다 봐 버린 셈이니(...) 

 그리고 나름 새 시즌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있어요. 시즌 1에서 마르첼라의 블랙아웃(필름 끊김)이 미스테리와 스릴 조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면 시즌 2에선 그 블랙아웃의 근원을 파헤치고 치유하려는 마르첼라의 노력이 같은 역할을 하죠. 전시즌의 블랙아웃 미스테리만큼 기발한 느낌은 없지만 스릴 조성 측면에선 오히려 더 강력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 치유 과정의 결말이... 엄...;;


 - 다만 이전 시즌의 단점 중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냥 작가의 스타일 & 한계인가봐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사건 관련 용의자와 악당들이 지나칠 정도로 마르첼라 주변에 옹기종기 관계를 맺으며 모여 있어요. 런던의 모든 악행은 마르첼라를 통하는 듯.
 전과 마찬가지로 범인을 짚어내기 어렵게 하려고 용의자들을 사방팔방에 흩뿌려 놓는데 그 중 상당수가 다 보고 나면 별 의미가 없구요. 그 모든 소란 끝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나 동기는 맥이 빠집니다. 의외이긴 해요. 그런데 그게 좀 납득이 가고 의미가 있는 방향으로 의외여야 재미가 있는 건데 이건 그냥 의외이기만 하죠.
 
 그리고... 뭐 마르첼라야 처음부터 진상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저지르는 삽질들은 정말 '주인공이니까'라는 핑계로 용서해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뭐 좀... 음... 음음.......


 -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전 시즌보다 훨씬 재밌게 후딱후딱 해치울 수 있는 시즌입니다. 전 시즌의 단점이 상당 부분 남아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개선된 티가 역력해요.
 시즌 1을 그럭저럭 재밌게 보셨다면 시즌 2까지 보는 건 필수라고나 할까요.
 다만 무겁고 끔찍한 소재를 흥미를 위해 과소비한다는 느낌이 좀 들어서 불편한 느낌이 든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었네요.



 -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누군지 말하진 않겠습니다만. 외부적으로 마르첼라 개인사를 꼬이게 만드는 가장 나쁜 놈... 그 놈이 벌이는 행각들이 너무 심해서 보는 내내 황당했습니다. 인간 쓰레기도 그런 인간 쓰레기가 없더라능요. 마르첼라를 불지옥에 빠트리기 위해 저승에서 찾아와 인간의 몸을 빌린 존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


 - 여전히 남자들은 다 못 믿을 짐승들... 이라는 기조를 유지하지만 그와중에 마르첼라가 '가장' 믿고 의지할만한 인물로 나오는 한 분은 남자였네요. 이것도 나름 성별 역할 균형잡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 분 배우가 누구 닮았는데... 라고 계속 생각했는데 결국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고 신현준과 윤계상을 섞어 놓은 듯한 생김새인 걸로 정리했습니다. 출연작들을 보니 거의 경찰 or 군인 역할 전문이신데 제가 본 게 거의 없네요. 본 게 있으면 역할이 작아서 기억이 안 나고.


 - 결말은 그야말로 황당합니다. 황당하게 나쁜 건 아니고 그냥 황당해요. 결말을 보신다면 도대체 시즌 3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라는 생각이 격하게 들게 될 겁니다. ㅋㅋㅋㅋ


 - 시즌 3은 올해 초에 일찌감치 작업에 들어갔지만 아무리 빨라도 내년 여름 이후에나 공개된 거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게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서 넷플릭스에 공개되려면 거의 1년은 걸릴 듯... 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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