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단상... 첫번째

2014.02.01 23:41

칼리토 조회 수:3155

하와이에서 돌아온지 두달이 좀 넘었는데 벌써.. 2년은 된 거 같네요. 그동안은 이래저래 일도 많고 글쓸 생각조차 들지 않다가 이대로 지나가면

영영 묻힐 것 같기도 해서 여행기 아닌.. 단상 정도로 정리를 해두려고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하와이에 왜 가려고 했던 걸까요?? 이런 저런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요약하자면 가보고 싶어서였을겁니다. 하도 하와이, 하와이..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얼마나 좋길래 그러나 하는 의문이 있었고 마침 시간이 맞았으며 무리하면 다녀올 수 있을만큼의 신용이 있었죠.(카드... 말이죠.)


그래서 떠났습니다. 한달이 조금 못미치는 시간동안.. 좋을때도 힘든 때도 있었지만 여하튼 무사히 다녀왔고 소설가 서진이 "파라다이스의 가격"에서

얘기한바와 같이 파라다이스에서 제일 좋은 건 다 공짜라는 걸 절절하게 느꼈지요. 맑은 공기, 선선하다가 쨍하니 더운 날씨, 밤에만 내리는 비,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알로하 마인드, 그리고 공기 속을 떠도는 느긋함과 여유 같은 것들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호놀룰루 동물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해요. 와이키키 해변의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은 가이드북에

관광지로 실려있지만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아니면 굳이 들르기나 할까 싶은 곳입니다. 동물원은 한국에도 있으니까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가야 하는

곳이라 저도 첨에는 반신반의.. 애가 심심해 하니 가보자는 맘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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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오하나 웨스트라고.. 와이키키 중앙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유모차 밀고 슬슬 걸어가니.. 조금 지친다 싶을때쯤 도착하더군요. 왠만하면 렌트카를 이용

하는게 좋겠어요. 가는길은 늘상 보는 하와이의 하늘과 길, 하지만 묘하게 이국적인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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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박스에서 티켓을 삽니다. 14불이면.. 꽤나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죠. 음.. 고민끝에 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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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지도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는 와이프. 사실 이런데 구애받지 않고 대충대충 슬렁슬렁 걸어다녔습니다. 걷다보면 어딘가 끝이 나오겠지 싶었어요.

짧은 일정이면 꼼꼼히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보고 나오겠다 싶지만 이때만해도 얼추 삼주 가까운 여유가 있었거든요. 뭐랄까.. 주머니에 가득한 돈다발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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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홍학을 만납니다. 생각보다 가깝고 어딘가 가둬둔 것도 아니라 깜짝 놀랐어요. 얘네들 날아서 도망가면 어쩌려고..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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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동물원 전체의 설계가 인간들의 편안한 관람보다는 동물들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안받고 살게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에 가까운 동물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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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같으면 저런 나무도 가져다 심고 꾸미고 했을텐데.. 왠지 원래 저자리에 있던 나무요, 호수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자연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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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참 가까운 곳에서 보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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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를 옮겨온듯한 이런 곳에서는 아프리카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네요.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나른하게 오래 동물들을

지켜보고만 있어도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동물원이라는 곳은 원래 인간을 위해서 만든 눈요깃 거리였지만 최근에는 멸종위기의 동물

들을 보존하고 동물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살수 있도록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동물원에 갇혀있다는 스트레스보다는

뭔가 안락하고 편안한 하루 하루를 동물들이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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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환경은 사실 자연이라는 단어와는 가장 먼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름지기 자연이라는 것은 질병과 기아,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곳이지.. 이렇게 초식동물

들이 유유히 풀을 뜯으며 세월을 곱씹는 곳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한국을 떠나 잠시 유유자적하는 나에게 하와이가 주는 인상이 이 호놀룰루 동물원 같은 것은 아닌가,

그래서 더 감동했던 것은 아닌가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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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때보다 많이 자란 둘째. 처음에는 데리고 다닐만 하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더군요. 그래도 이때는 걷지도 못하고 기기만 하던 아이가 몇달새 온집안을

걸어다니며 이래저래 참견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성장은 정말 무섭도록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는 건 아내나 저나 둘다 첫째보다 인물은 좀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귀엽지.. 정도로 외모는 접어둔 둘째가 오히려 하와이에서는 인기 폭발이었다는 건데요. 보는 사람마다.. 큐트하다고 만져보려고 해서 깜놀했습니다. 음.. 서양인의

관점은 그런 건가.. 싶어서 말이죠.(쓰고보니 자식 자랑=팔불출 인증.. 눼눼.. 저 원래 그런 놈...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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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첫째가 좋아하는 물고기 보러 수족관이 거대하다는 호텔로 갔습니다. 이런데서 밥먹으면 근사하겠지만 빠듯한 한달 일정인지라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사정이 있어.. 그냥 휙 둘러보고 나왔지요. 호텔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퍼시픽 오션인가.. 뭐 그런 거 아니었나 싶어요. 음.. 이놈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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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사무엘 아담스였습니다. 하와이에서 처음 접했는데.. 여행 내내 가장 많이 사서 마신 맥주였어요. 우리나라에도 분명 팔겠지만.. 틀림없이

비쌀거야..라는 신념으로 틈날때마다 물마시듯 마셨던 것 같습니다. 월마트에서 사면.. 한병에 천원 언저리였던 기억이 어렴풋하네요. 하와이 가면.. 맥주, 와인.. 많이 드세요.

물론 지나친 음주는 간염, 간경화의 우려가 있지만.. 하와이의 맑은 공기가.. 그런 걱정 따위는 깨끗이 지워줬던 것 같습니다. ㅎㅎ


쓰고나니.. 대단한 것도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시간이 닿는한 몇 꼭지 더 써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잊혀지지 않고 생각이 나겠죠.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하와이는 다시금 그리운 고향같은 느낌이 드네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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