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생활의 즐거움과 괴로움

2014.10.10 21:03

살구 조회 수:4219

얼마전에 중국식칼을 샀습니다. 통짜칼이요.

혼자서 생활한지도 꽤 됐고 엄마의 주방살림보다 훨씬 더 많은 요리도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째 칼만은 다용도 칼외에는 욕심이 안나더라고요. 두툼하고 무거워보이는 거에 즉흥적으로 구입했는데 만족도는 상상이상입니다.

과장 좀 보태면 다지는데 힘이 하나도 안들어요.


지난 1년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매식에 의존했는데 사먹는 게 질릴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 그러니까 두어달 전부터 만들어먹기 시작했어요. 

돈 좀 더 들면 어떻습니까? 그거 아낀다고 얼마나 모으겠어요?

시간 좀 걸리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인터넷에서 시시껄렁한거 보거나 잡생각이나 할텐데요.


사실 재주도 좀 있는 거 같아요.  손이 좀 느린 것에 지레 솜씨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자꾸 하니 늘고

한번 먹어본 것은 만드는 것을 상상하게 되고 그것대로 만들다보면 맛도 비슷하고 어떨때는 파는 음식이랑 구분이 안갈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먹어줄 사람이 없다는 거.

부모님댁에 갖다드린 적도 있는데 부모님은 제가 요리하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시고 차라리 잠을 자라고 하십니다.

요리나 미식을 좀 천시(?)하시죠.

저도 솔직히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있는거 먹는 거 좋긴한데 배부르면 끝입니다.

식사대용 알약이 있다면 미련없이 그걸 택할 거에요.


아믛든 지난 몇달 동안 좋은 재료로 저녁밥을 푸짐하게 만들어 오랜시간을 걸려 먹는, 독신만이 누릴 수 있는 버릇을 들였어요.

컨디션이나 정성의 정도로 매번 달라지는 미묘한 맛도 흥미있고 손이 빨라지니 한번에 4가지정도는 그냥 만들어 지네요.

문제는 많이 남는 음식처치가 곤란한데 누굴 주기도, 그렇다고 집에 손님을 들이기도 그렇습니다.

이럴때는 리액션이 좋은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다면 좋을텐데.

한그릇 만들어줄때 아무말도 않고 그냥 냠냠 먹어주는 사람이 주위에 없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1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54
57 피곤사회 [12] Koudelka 2016.01.06 2356
56 금단 현상_소주 [15] 칼리토 2015.09.29 1838
55 [듀나인] 치과를 찾습니다 ( ? ) [15] 異人 2015.04.02 2295
» 독신생활의 즐거움과 괴로움 [13] 살구 2014.10.10 4219
53 혹시 지금 서울 을지로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아시나요? [5] soboo 2014.08.15 4060
52 살림의 고단함 [10] 여름숲 2014.05.19 2843
51 공모전과 웹툰 [3] 사소 2013.10.28 1754
50 (구관바낭) 인형옷도 샀어요 >_</ [2] Kovacs 2013.10.10 1515
49 (바낭바낭) 미술관에도 갔어요 >_</ (사진추가) [8] Kovacs 2013.10.10 1911
48 [바낭] 금요일이 불타든 말든 오늘의 뮤직뱅크, 그러니까 결국 아이돌 잡담 [10] 로이배티 2013.06.07 2798
47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군요. [1] 듀라셀 2013.05.04 1022
46 [바낭] 점심 먹고 졸리실 텐데 인피니트 신곡 티저나... (쿨럭;) [10] 로이배티 2013.03.14 1744
45 삶은 슬퍼요... [6] hermit 2013.02.20 1960
44 명절 쇼크 [9] 닥호 2013.02.11 3503
43 [무한썰렁바낭] 슈퍼 선생 K [11] 로이배티 2013.02.01 1138
42 우왕 대한민국!! 작은가방 2012.12.19 989
41 위내시경 마취약이 강해진건가 아님 정신력의 약화?? [4] kinema1995 2012.11.06 2569
40 먹거리 잡담-이 뼈의 정체가 뭘까요? 맛있는 코코아는? [7] 해삼너구리 2012.11.03 2644
39 나로호 발사 일정 연기 [7] chobo 2012.10.26 2397
38 류화영이 방금 전에 씁쓸한 트윗을 하나 올렸군요... [16]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7.31 55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