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를 지속적으로 뜨겁게 달구고 있는 디즈니의 극장용 CG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Frozen>을 마침내 보고 왔습니다.


아직 입소문이 돌기 전인 12월 초 제가 한창 바쁠 때 7살짜리 딸아이랑 남편이 이 영화를 봤더라구요. 


아이 덕분에 4-5년 동안  집에서나 극장에서나 애니메이션을 워낙 많이 봤던 터라 따로 극장에 가서까지 볼 필요를 느끼진 못했죠. 


그런데 듀게가 열리자 마자 영화 잡담의 대부분은 <겨울왕국>. 


어느 정도 뛰어난 애니메이션인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오늘 아이에게 한번 더 보고 싶냐고 물어보니 단박에 오케이였습니다. 



보고 난 감상은 별 세 개 정도 주고 싶습니다. 


공과 돈이 든 표가 팍팍 나는 비쥬얼은 이쁘면서도 생동감 넘치고 "Let it Go"도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같이 흥얼거릴 만큼 멋진 곡이었는데 


아쉽게도 내러티브가 상당히 허술하더군요. 


두 자매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치명적인 이유로 가까와질 수 없다는 설정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하는 보편성도 있는데


그 안타까운 심정을 그리는 것에 그다지 깊이가 없더군요. 


엘사와 아나는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들의 으리으리한 계보에 당당히 입성할 만큼 아름답고 개성적인 반면


(내년 할로윈 시즌에 월마트나 디즈니용품 전문점에  백설공주, 신데렐라, 벨의 드레스 코스튬 외에도 


엘사의 눈의 여왕 드레스랑 아나의 초록색 대관식용 드레스가 등장할 거라는데 500원 걸겠습니다.)


악역은 최악이더군요. <미녀의 야수>의 존재감 넘치던 가스통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목에서도 암시했다시피 <겨울왕국: Frozen> 은 2년 전에 디즈니가 극장에 내걸었던 <라푼젤: Tangled> 보다는 


디즈니에서 DVD용으로 제작한 <팅커벨: Tinker Bell> 시리즈를 자꾸 연상시켰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탄했던 <겨울왕국> 화면이 저한텐 그다지 신선하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딸아이 덕분에 


4편의 <팅커벨: Tinker Bell> 시리즈 -- <Tinker Bell, 2008>, <Tinker and the Lost Treasure, 2009>, 


<Tinker Bell and the Great Fairy Rescue, 2010>, <Secret of the Wings, 2012>-- 를 한편 당 적어도 세번은 강제(?) 시청해야 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DVD용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극장용 <라푼젤> 이나 <겨울왕국>의 정교함과 스펙타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라푼젤>이 나오기 훨씬 전인 2008년에 출시된 <Tinker Bell> 을 DVD로 보면서


"이렇게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아동용이긴 하지만 내러티브도 단단하고 캐릭터도 화면도 이쁜 CG 애니메이션을 왜 극장용으로 내놓지 않았을까?" 


하는 감탄 어린 의문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픽사 출신의 거물 John Lasseter의 이름이 <Tinker Bell>의 Executive Producer 로 


엔딩 크레딧에 뜨는 것을 보고 "역시" 하면서 무릎을 쳤지요. 



감독이나 작가가 바뀌긴 했지만 John Lasseter 는 <팅커벨> 시리즈 4편 (올해 나올 다섯번째 시리즈 작품 포함), 


<라푼젤>, <브레이브> 그리고 <겨울왕국>의 Executive Producer 입니다.


디즈니의 극장용 CG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성공은  DVD용 <팅커벨> 시리즈에서 쌓은 경험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제 조심스러운 소견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작비와 흥행의 부담이 매우 큰 극장용을 만들기 전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DVD용을 만들면서 내공을 쌓았다는 것입니다.


<겨울왕국> 상영 전에 보여준 미키마우스가 스크린을 찢고 흑백 2D와 칼라 CG 애니메이션을 왔다갔다 하는 


단편은 2D 애니메이션에서 성공한 콘텐츠와 캐릭터를 CG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데 고심하고 있는 디즈니의 현모습을 희화한 것 같았습니다.



<팅커벨>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케이블 채널 등에 소개된 것 같더군요. 이미 보신 분들도 많을 듯 한데 큰 소문 없이 황금알 꾸준히 낳고 있는 인기 시리즈입니다. 


DVD 외에도 동화책, 장남감, 색칠놀이 같은  관련 캐릭터 제품들이 월마트 같은 곳에 그득하게 쌓여있지요. 


팅커벨은 아시다시피 <피터 팬>에서 목소리 없는 조연으로 시작한 캐릭터이지만 <팅커벨>에선 생생한 목소리의 개성 넘치는 주연입니다. 


팅커벨이 런던 가정집의 한 아기의 첫 웃음 속에 태어나서 픽시 할로우라는 요정들의 고장에서 발명/수리 전문 요정으로 활약하며


물 요정, 빛 요정, 동물 요정, 정원 요정, 바람 요정 등등의 다른 요정들과 각종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정을 쌓는 내용인데


매우 다행스럽게도 피터 팬은 나오지 않습니다. 뮤지컬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괜찮게 만든 트렌디한 주제곡을 셀레나 고메즈 같은 디즈니 아이돌 스타들이 부릅니다.


<겨울왕국>의 주제곡이나 마찬가지인 "Let it Go"를 처음 들었을 때 트렌디 하면서도 익숙한 느낌 때문에 <팅커벨> 시리즈처럼 


디즈니가 키우는 아이돌 스타가 부른 줄 알았습니다. 



글이 어쩌다 보니 또 길어졌네요. <팅커벨> 시리즈 주제곡 영상 두 개 골라서 올립니다. 



처음 것은 <팅커벨> 시리즈의 첫 작품의 주제곡인  "Fly to Your Heart" 인데 셀레나 고메즈가 불렀습니다. 


 




두번째는 가장 최근작인 <Secret of the Wings> 라는 작품인데 같이 있으면 위태로와지는 자매라는 소재와 겨울 요정들이 나와서 눈과 서리를 만드는 장면이 <겨울왕국>과 슬쩍 겹칩니다. "The Great Divide"라는 곡입니다.

 


겨울 고장에만 살 수 있는 겨울 요정이 발명 요정들이 만든 제설기의 눈을 맞으면서 봄-여름을 즐긴다는 아이디어도 <겨울왕국>이 슬쩍 빌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07
104 박찬욱 감독님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박 감독님과의 조그만 인연을 밝혀볼까 합니다. ^^ (송강호 배우님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12] crumley 2022.05.29 1108
103 패스트트랙 시간표, 유사언론인 유시민, 결국 얼굴이 중요하다 [13] 타락씨 2019.10.09 1629
102 이제 우리에게는 진중권이 없다 [8] 타락씨 2019.09.28 1706
10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글 [2] crumley 2019.05.29 1941
100 나루세 미키오의 최고작 <흐트러진 구름> 초강추!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5] crumley 2017.10.07 1574
99 대선이 다가오면 듣게 되는 개소리 [4] 데메킨 2017.01.19 1666
98 EBS 고전 극장 <겨울의 라이온> 약 스포 [25] 김전일 2016.09.09 1845
97 오랜만에 이것저것.. [3] 라인하르트백작 2016.03.13 1536
96 지리산 첫경험_혹은 중년의 치킨게임 [19] 칼리토 2015.10.11 2941
95 여왕이 여왕을 만났다는 뭐 그런 홍보책자 [5] chobo 2015.05.27 1492
94 족구왕 황승언 [3] 자본주의의돼지 2014.10.20 4044
93 (드라마 정도전 이야기) 제가 극중 이성계라면 말입니다. [8] chobo 2014.06.11 1579
92 (링크) 여왕께서 UAE에 가서는 푸대접을 받았다? [2] chobo 2014.05.24 2202
91 [펌] 900만 돌파 기념,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 전격 내한 [1] April 2014.02.17 2828
90 진돗개 정신으로 대동단결! [4] chobo 2014.02.06 1821
89 겨울왕국 엘사 능력치?(스포일러는 아니...맞나?) [20] 나나당당 2014.02.04 4581
» 극장용 <겨울왕국>과 DVD 용 <팅커벨> 시리즈 (스포주의) [6] 리버시티 2014.02.01 3919
87 겨울왕국, 아이와 보러 가기 [10] 칼리토 2014.01.30 2780
86 [바낭] 지금 나는 북극에 있는가 위스칸신에 있는가 [4] 아마데우스 2014.01.28 1541
85 [잡담] 삽질하고 먹고 지른 이야긔(깔깔이 만세!_!)/고양이 사진 약간. [16] Paul. 2013.11.18 33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