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7.

 

이성, 합리성에 '방향'을 제시하며 기수에게 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해주었다 칩시다.  이제 코끼리(감정, 비합리성)와 지도(주변 상황)가 남아있죠. <스위치>에서 변화를 도모할 때, 비의식, 감정, 변연계 등이 관장하는 코끼리를 다루는 방법으로 조언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사고' 대신 '감정'에 호소하라. 변화해야 하는 현실을 '분석하고, 생각한 후' 변하려 하지 말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후' 변하게 하라. 결국 변화의 동력과 에너지원은 생각이 아닌 '감정'이며 (실제로, 감정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e' + 'motion'으로, 애초 감정의 진화상 존재 이유도 행동을 위한 시그널과 에너지원의 역할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신체의 모드 변화가 선행하고, 그 상태를 인지적으로 해석한 것이 감정이죠.) 감정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비판하고 타박하고 논리로 따지며 '분석, 생각'하는 대신, 문제점을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훨씬 강력하며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럼 어떤 '감정'에 호소해야 하느냐. 부정적인 감정 대신 긍정적인 감정에 주목하라. 특히 '네가 아직 혼줄이 안 나봐서 그래. 호되게 당하면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와 슬픔 등을 느끼고 나면) 변한다.' 따위 소리하지 말고, 변환 후의 이득이나 변화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성공의 기쁨 등, 긍정적 감정에 초점을 두라. 부정성은 분명히 행동과 변화의 훌륭한 촉매제이다. 애초, 부정적 감정의 존재 목적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니까. (두려움=>도망치는 행동, 분노=>공격 행동) 하지만 부정성은 또한 크나큰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러니 긍정적인 감정에 주목하라. 작은 성공에서 느끼는 희열, 칭찬을 적극 이용하라. 특히 우울증 환자들! 불안 슬픔 분노 등에 푹 잠겨 있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힘들다.

 

긍정성을 활용하기 위해, 작은 성공에 집중하라. 작은 것부터, 즉각 해낼 수 있고 성공의 피드백이 바로 오는 것부터 하나 하나 성공해 나가라. 또한, 변화에 실패는 필연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 모든 과정은 사실상 실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라. 그리고 뇌도, 사람의 능력도, 근육처럼 생각하라. 즉 단련한 만큼 성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뇌도 근육세포랑 단련기작이 비슷함-_-) 그러니 실패는 (자기 가치의, 도전의) 끝이 아니라, 기나 긴 훈련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8.

 

변화를 위해서는 감정에 호소해야 하며, 특히 '직접 보고 경험하여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이는 자선단체들이 '못 먹고 치료받지 못해서 참혹한 모습의 아이 사진'이나 '(사람들이 준 돈으로 지원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여'주는 전략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죠. 그리고 <스위치>(pp. 169-172)에서는 직접 보고 개인이 변화한 사례로, 매사추세츠 주 청소년복지국의 깐깐하며 독불장군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던 완벽주의 회계팀장 (별명이 '아틸라'-_-)를 소개하고 있어요. 꼼꼼하고 완벽주의인 그의 '서류 집착' 활약 덕에 회계팀의 자금결제가 지연될 때마다,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은 멈추다시피 했지요. 주변에서는 합리적인 논리와 사실로 무장하고 절절한 설득을 통해 그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죠. 그가 변한 것은, 비영리단체를 직접 방문하여 상황을 두 눈으로 보고 난 후였어요. 허름한 사무실에 쥐꼬리만 한 월급만 받으며 분투하는 활동가들 주위로 (그들이 돌보는) 아이들이 들락거리고 떠들며 오글거리고 있었고, 직원들은 그런 애들을 데려다 밥을 먹이고 의사에게 인도하고 일을 찾아주느라 분주했죠. 그리고 자신의 서류 완벽주의로 말미암은 집착 때문에 결제가 늦어질 때마다 아이들은 밥도 못 먹고 의사에게 찾아가지도 못했어요.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크게 느낀 바가 있었던지, 아틸라는 완전히 변했대요. '서류에 이 항목이 빠져 있잖아!'하고 소리치는 대신 '수표를 제때 빨리 처리해줘야 그 단체 직원들이 일할 거 아니야!!''하고 소리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제 경우, 저와 비슷한 습관을 지닌 타인을 보며 '아..저게 저렇게 보기 싫은 거구나.' 하고 느낀 후 습관을 고치기로 결심하는 경험을 몇 차례 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어떤 일을 과장해서 말하는 습관이나,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 없이 떠드는 습관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좋은 말로 혹은 잔혹한 말로 지적해줘도, 저도 머리로는 고쳐야지 생각은 하는데도, 잘 못 고쳤죠. 그런데 어느날, 저랑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며 심한 짜증? 혐오감?을 느끼는 (동족혐오?) 저를 발견했어요. 큰 충격이 오더라고요. 나도 저랬는데. 나를 보는 남들도 나처럼 느꼈겠구나. 빨리 고쳐야겠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의 모습을 봐야하죠. 하지만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요. 하지만 남의 잘못은 아주 세세하고 분석적으로 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죠. 그러니, 이 능력을, 남을 통해 자신을 보는 데 활용하면 좋죠. 남의 단점을 보고 느낀 감정을 내 단점을 고치는 에너지원으로 삼고, 타인의 장점이나 성공을 보고 느낀 감정을 나도 성장하겠다는 동력으로 삼고.

 

그리고 알아차림이 조금씩 발전하면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사고, 내면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순간 머리에 느낌표가 뜨는 경우가 있어요. '헉, 내가 이러고 있었네.' 예를 들어 요새, 제 상태가 좀 안 좋아졌어요. 근육이 긴장되고 결리고, 머리가 멍하고 감정과 몸 전반이 쳐지는 등등. 그래도 긴가민가하며 넘어가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제가 또 침대에 노트북을 세로로 세우고 (-_-) 옆으로 누워 미드니 만화 따위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폐인 상태일 때 제가 늘 하던 짓이죠. 다행히 그 과정을 알아차렸어요. 누워서 퍼지고 싶다는 생각, 오락거리 등으로 도망가고 싶은 익숙한 욕구, 침대에 세로로 누워 노트북을 보습 내 모습. 그렇게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 순간 느꼈어요.  '아, 나 또 바닥으로 들어가네. 나와야겠다.'

 

참 재미있는 게, 타인이 저러고 있으면 누구나 '저놈 또 상태 안 좋아졌네.' 알아챌 수 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정신 에너지를 쏟으면 보통의 '자기관찰'로도 자신의 행동, 사고 과정, 감정의 메커니즘을 머리로는 알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자기관찰은 마지막 결정적 단계, '이러면 안 되겠다. 변해야지.' 하는 동기와 행동으로 넘어가기에는 힘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우울, 조울 등 무드 제어가 잘 안 되거나 완벽주의에 시달리며 습관적으로 미루거나 자기가치감이 낮거나 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상황을 관찰, 분석, 판단하게 되면 보통 격렬한 자학이나 시들시들한 자기관조로 빠지는 경향이 있고, 정말 필요한 변화의 동력은 휑하니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보는 것'이 '생각하고 분석하는' 쪽으로 갈 뿐, '느끼고 행동하는' 쪽으로 연결되지 않죠. 그런데 명상등으로 훈련한 알아차림을 통한 '바라봄'은 아주 강력해요. '보면 느끼고, 그러면 변화한다.'에서, '보는 힘'이 아주 강력해서 변화로의 이행에 필요한 에너지가 왕창 공급되어요. 미약한 문제들은 '느끼는' 단계를 생략하고 '본다->변한다.'로 직행할 때도 있을 정도죠. 참 좋아요.

 

언젠가 상담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밖에서 보면 뻔히 보이는 그 이상한 패턴(삶을 망치는 패턴)을, 환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 역할은 외부에서 그 사실을 지적해주는 것이죠.'  부정적인 감정이나 (넌 왜 그러니. 애가 왜 그 모양이야!!) 비판과 비난 (그따위로 살면 인생 망한다.)은 제거한 채, 본인이 깨달을 수 있도록 사실을 지적하는 것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에요. 왜냐하면 평소 우리 언어습관은 그렇지 않거든요. 좋은 마음으로 잘못된 점을 지적했는데 상대방이 도리어 공격하거나 화나 짜증을 내거나 앙심을 품는 경험은 누구나 하죠. 이건 상대방이 변화할 준비가 안 되어서기도 하지만,  지적하는 측의 언어습관과 태도의 문제인 경우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어머니의 잔소리. 좋은 마음은 넘치지만, 원하는 효과는 나지 않죠. 그리고 사람들은 타인의 잘못을 지적할 때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볼 때도 아주 아주 서툴러요. 자신을 바라볼 때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지 못하고 자기방어나 자기비난 기제 등 무의식적인 메커니즘을 발동시킬 가능성이 크죠. 그러니 방어기제를 뚫고 심층심리분석과 직면을 도와주는 좋은 심리치료사와 동맹을 맺거나, 자가분석과 알아차림을 훈련하여 스스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이게 안 되면 타인의 행동을 보면서 그걸 거울삼아 자신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자신의 미래 기분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길버트 박사님이 추천한 것도 '타인의 사례를 보라.'였죠. 자신의 특정 면과 비슷한 점을 가진 사람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어요.  심지어 책이나 다큐 등 기록들을 참조하면 시공을 초월하여 먼 곳의 예전 사람이 어떤 삶을 살다 죽었는지까지 알 수 있죠. 그러니, 그들을 잘 보고, 느낀다면, 변화의 동기가 좀 더 쉽게 생기겠죠.

 

 

 

 

 

9.

 

변화를 위해 감정에 호소할 때, 부정성 대신 긍정성에 주목하라. 이 조언을 몸으로 체득한 것은, 강아지의 배변훈련을 하면서였어요. 고양이와 달리, 강아지는 똥, 오줌을 가리는 훈련을 해야 해요.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 어린 애들 배변훈련은 애 키우기의 큰 관문 중 하나.) 그리고 애견훈련전문가 뿐 아니라 애견인들의 직접 경험을 통해 널리 동의된 바는, '혼내는 것보다 간식과 폭풍 칭찬이 백배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이에요. 훈련의 기본은, 똥, 오줌을 잘못 쌌을 때는 조용히 치워버리고 무시하며, 올바른 곳에 제대로 쌌을 때 즉석에서 바로 간식투하 쓰다듬 둥가둥가 잘했어 이뻐 착해 똑똑해 다시 간식 칭찬러쉬를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혼내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해도, 부작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강아지가 바닥에 똥을 쌌을 때 '여기다 싸면 안 돼! 왜 쌌어!!'하고 혼내면, 어린 강아지는 혼나는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움츠러들고 불안해하거나, '똥 싸는 것 = 혼나는 것'으로 인식하여 주인이 안 보이는 곳에 똥을 싸거나 (그래서 똥오줌 훈련이 갈수록 힘들어짐.), 똥을 숨기기 위해 싸자마자 똥을 먹어버리는 (이걸 식분증이라고 해요.) 습관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긴, 칭찬도 초창기에는 미약한 부작용이 있을 때가 있어요. 강아지가 똥만 싸면 주인을 부른다거나(칭찬해달라고), 똥을 찔끔 찔끔 끊어서 시간차로 싸거나 (한번 싸고 간식 먹고 한번 싸고 간식 먹..;; 그래도 똥 먹는 것보다는 낫죠;;) 하는 귀여운 행동들이요. 전반적으로 칭찬을 통한 훈련이 혼내면서 훈련하는 것 보다 훈련 시간도 단축되고 훈련의 성공확률도 높으며 부작용의 위험성도 낮죠.  그러니 체벌 보다는 칭찬으로 훈련하라! 그리고 이 결론은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변화 과정을 연구한 후 내린 결론과도 일치해요. 체벌은 부작용이 많다. 긍정적 강화, 칭찬이 효과적이다. 그러니 변화하려는 우리 역시 긍정성에 초점을 맞춰야죠.

 

그리고 코끼리를 긍정성으로 자극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를 여러 단계로 쪼개고, 아주 작은 변화,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사소한 목표를 달성한 후,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성취감, 만족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썼으니 넘어가죠. 다만 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든 건, 대부분은 뭘 해야 할지 모르거나, 할 일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부담감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명확한 방향과 구체적 행동을 설정하고, 아주 작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행동'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반복하여 기억하는 게 좋겠죠. 특히 변화 시도 초반의 성공은 아주 중요해요. 코끼리는 너무 쉽게 움츠러들고 사기가 꺾여요. 그러니 초반 변화는 최대한 작고 가볍게, 아주 작은 시도만으로도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스텝부터 시작해야 해요. 하나 해내고 스스로 칭찬하고, 다음 단계 해내고, 뿌듯해하고. 이 긍정의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차곡차곡 쌓아가야, 변화를 위한 장기동력이 채워지겠죠.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 경험을 무시하고 (부정성에 집착하며) 사소한 성취를 폄하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에요. 이는 인간이 타고난 본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보다 우울하고 시니컬한 사람이 이 경향이 더 심한 면이 있어요. 그러니, 한국인이자 우울, 시니컬한 성향의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의 작은 변화와 성장, 사소한 성취를 치사할 정도로 꼬치꼬치 잡아내어 인지하고 (필요하면 기록하고), 거창하게 칭찬하며 성취의 기쁨을 만끽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스스로 칭찬하기. 안타까운 게, 칭찬도 받아 본 사람이 잘 해요.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제대로 된 칭찬을 못 받고 자라서 (혹은 사람행동을 조작할 목적이 노골적인 칭찬만 과하게 받고 자라서) 칭찬 받는 것을 어색해하고, 타인이나 자신을 칭찬하는 일에도 아주 서툴러요. 그러니, 칭찬하는 것도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해요. 저는 강아지에게는 폭풍애정발사와 칭찬러쉬를 아주 잘 해서, 강아지에게 하는 것을 저에게도 하는 식으로 칭찬 연습을 해결했어요. 지금은 자화자찬이 많이 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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