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믿는다는 것의 의미?

2010.08.22 04:45

와구미 조회 수:4342

왜 과학적 방법론으로 사주의 옳고 그름을 가려낼 수 없을까요? 검증하려 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할 수 있죠. 초능력자를 검증해내는 방법과 다를게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서 그 메커니즘을 당장 밝혀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검증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주(세계)의 어떠한 법칙을 설명하는 이론(사주, 타로, 점성술 등)에 대해 믿음의 영역이라는 딱지를 단 다음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것부터 처음부터 잘못됐습니다. 우주의 법칙을 설명하는 이론은 과학적 검증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믿음의 영역이라고 해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틀렸습니다. 초끈이론도 따지고 보면 아직까지는 믿음의 영역에 불과하지만 얼마든지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회의주의자들이 과연 미신에 대해서 저급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만 공격하나요? [회의주의자의 사전] 같은 건 한 번 보셨는지요. 그냥 사주나 점성술 자체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틀렸거나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겁니다. 설사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 이상이 되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현재까지 그러한 결과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주는 통계학도 아닙니다. 저는 사주는 통계라는 주장을 접할 때마다 통계학이라는게 참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통계학이라는게 단지 경험의 축적인가요? 아니죠. 통계학은 그리 만만한 학문이 아닙니다. 사주에서는 정말로 수십, 수백만 인간들의 일생을 수백, 수천년에 걸쳐서 치밀하게 조사한 데이터라도 가지고 있나요? 그런게 있다면 보고 싶습니다. 양보해서 그런게 있다고 치죠. 그러면 그 데이터에서 태어난 일시 정도의 변수만 가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통적인 '운명 예측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집단의 운명도 예측하기 힘든 판에 개인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요? 농담이길 바랍니다.

또한 사주가 쉴새없이 발전을 거듭하는 현대 과학기술 사회의 변화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수백, 수천년전에 만들어진 사주를 가지고 차와 비행기가 돌아다니고 인터넷같은 매체가 등장한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과연 사주는 이런 변화까지 예측해서 적용할 수 있는 만능 분석 시스템이라도 만들어 놓았나요? 저는 여기에 대해 도무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네요.

아시모프가 파운데이션에서 말한 것처럼 개인의 미래(운명)는 기체분자 하나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민감하고 변수가 많아서 예측할래야 예측할 수가 없죠. 또는 카오스 이론과 같아서 자그마한 초기변수 하나가 나중에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되죠. 이건 수퍼컴퓨터로도 계산하기 힘들겁니다.

저는 근거가 있고 없고를 떠나, 별들의 힘이 인간 운명에 작용한다라는 생각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오만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존재나 운명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인간보다 수억배나 크기와 질량이 큰 별들이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겠습니까. 좀 다른 얘기지만 점성술 같은건 애초에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사실들과 임의적인 만든 천문학적 기준을 가지고 자기네들의 이론에 적용을 하는데 이것만 봐도 점성술의 기반이 굉장히 약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천문학적 발견들은 매번 새롭게 갱신되며 기준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말이죠. 가까운 예로 명왕성의 행성지위가 얼마전에 박탈되지 않았습니까? 점성술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군요. 이건 저만 제기한 문제는 아니죠.

카운셀링의 효과... 뭐 있겠죠. 근데 그 카운셀링이란 걸 받으려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신에 기대야 하나요? 그냥 그런 것 없이 카운셀링 하면 안됩니까? 근거가 없다는 건 그것이 잘못된 생각에 기반한 카운셀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왜 그것에 의존해야 하나요? 점에 의존하지 않고는 진지한 인생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는 얘기는 술마시지 않고는 속내를 털어놓기가 힘들다라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무엇이 됐든간에 세상의 어떤 이에게는 그것에 믿을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다 의미있고 보존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점 같은걸 믿는다고 전쟁이 나거나 하지 않았다고(특별한 해악은 없을거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러한 일이 충분히 많이 발생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개인, 소규모 집단, 부족간에 점치는 방법이나 점치는 대상이 서로 달라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는 비일비재했을거라 예측합니다. 뭐 이런걸 떠나서 각종 미신을 믿는 행위는 과학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무지를 조장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수업에 창조론을 가르치게 한다고 해서 전쟁이 나거나 하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 인간이 이룩한 지식을 거꾸로 되돌리는 일은 할 수 있겠죠.

각종 운명론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며 결정론적인 시각을 갖게 합니다. 그래도 타고난 운명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 따위를 마지막에 슬그머니 끼워 넣어봤자 별로 달라질 건 없죠.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거라면 애초에 운명론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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