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도 덜도 아니고 딱 iptv 메뉴의 vod 소개글 수준의 정보만 담겨 있습니다.



1. iptv의 이번 달 무료 영화 뽕을 뽑으려고 두리번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딱 봐도 굉장히 괴상해 보이는 포스터 이미지와 그 아래 적혀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름이 보여서 '도대체 이 양반은 뭔 생각으로 영화를 고르는 건데??' 라는 생각에 상세 정보를 눌러봤다가 얼떨결에 선택한 영화.... 가 '맨디' 입니다.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트하우스풍의 호러 영화'입니다.


일단 '아트하우스' 얘기부터 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찍은 장면이 거의 하나도 없습니다.

도입부의 남편 퇴근 후 집에서 부부가 단 둘이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조차도 뭔가 기괴하고 극단적인 느낌을 줘요.

컬러풀한 벽지와 사물들에다가 화면 톤은 뻘겋거나 퍼렇거나 그렇고 화면은 집요하게 인물을 중앙에 둔 좌우대칭 구도를 거듭하구요.

시도 때도 없이 옛날 필름 영화들에서 쓰이던 겹치기, 잔상 남기기 같은 효과들이 나오는데 극단적인 화면 색감과 어우러져서 가끔은 눈이 아플 지경.

그 와중에 배우들의 연기도 뭔가 몽유병 같은 느낌이 나서 감정 이입은 커녕 도대체 이게 현실이기는 한 건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요.

사실은 이 초반부에서 좀 피로감이 몰려와서 두 번이나 감상에 실패해서 세 번을 도전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호러'가 어떤 호러인가 하면... 뭐더라. 이런 걸 가리키는 장르명 같은 게 있었는데, 암튼 70~80년대 유행했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류의 잔혹 복수극 있잖아요. 뭐 그렇습니다. 평화롭게 잘 살던 부부 중 아내가 사이비 교단에게 죽어요. (영화 홍보글이나 예고편에도 다 나오는 내용입니다. 화내지 말아주세요. ㅋㅋ) 그리고 남편은 복수에 나서죠. 사방팔방에 사람과 이상한 생명체(??)들의 피와 살점이 튑니다. 줄거리 요약 끝.

그냥 빼도 박도 못 할 B급 호러죠. 상황의 잔인함과 리얼한 고어로 승부하는 캡사이신 만땅의 싸구려 호러 영화 스토리.


근데 이 영화가 쩌는(?) 게 뭐냐면.

이 아트하우스 영화 st. 비주얼과 싸구려 B급 호러라는 장르가 괴이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겁니다.

시종일관 뭔가 괴상하고 잘못되어 있는 느낌 때문에 이게 무슨 깊이와 의미가 있는 이야기 같은 착각을 계속해서 주고요.

또 몇몇 장면 (중반의 교주 연설 장면의 롱테이크라든가) 에서는 정말로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해요.

게다가 감독이 그림을 어설프지 않게 제대로 잡거든요. 그래서 뭔 의민진 모르겠지만 (아마 아무 뜻 없겠지만) 암튼 참으로 불쾌하고 찝찝하게 아름답구나... 싶은 장면들이 계속해서 분위기를 잡아주니 전형적이면서 흔한 B급 폭력 영화 스타일의 장면들이 흘러가는 가운데도 역시 싱거워지지 않고 꾸준히, 끝까지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유지해줍니다.


배우들 캐스팅도 좋아요.

사이비 교주와 똘마니들도 대사 몇 마디 없이 생김새와 행동 만으로도 정말 음침하고 똘기 충만한 포스를 시종일관 내뿜어 주시구요.

니콜라스 케이지는 정말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자신만의 미친 놈 연기를 신나게 보여줍니다. 왜 있잖아요 그, 눈알 데굴데굴 굴리며 뽕 맞은 놈 마냥... ㅋㅋㅋㅋ 막판엔 이블데드의 애쉬랑 비슷하게 보일 지경이었네요.

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내 '맨디' 역할의 배우였습니다. 분명히 결백하고 순결한 캐릭터인데, 그리고 적당한 미인의 평범한 얼굴인데도 자꾸만 이 사람이 영화 끝판 왕 같고 제일 무서운 놈 같고 그래요. 제게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바로 이 배우의 얼굴이었습니다. ㅋㅋㅋ 나중에 찾아보니 블랙미러의 '악어' 에피소드 주인공 역할도 했던 분인데. 필모그래피를 봐도 뭔가 좀 호러나 스릴러 류가 많더군요.


암튼 그래서 결론은,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의 '그라인드 하우스'마냥 옛날 B급 호러물 덕후가 옛날 그 영화들 느낌을 재현하려고 애를 쓰는 영화인데 거기에 쌩뚱맞게 아트하우스 필터가 덮여 있는, 그리고 그 느낌이 꽤 그럴싸한 영화인 거죠.

일반적인 해당 장르물들에서 바랄만한 자극이나 짜릿함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절 B급 폭력 호러 영화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든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괴상하게 (20년쯤 전이면 '컬트' 소리 들었을) 잘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흡족하게 볼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전 재밌게 봤어요. 괴작 매니아이다 보니. ㅋㅋㅋ


- 사족으로, 후반부를 보다보면 뭔가 레퍼런스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블 데드 생각도 나고 게임 둠 생각도 나는 가운데 쌩뚱맞게 블레이드 런너도(...) 주인공 역할 배우 때문에 고스트 라이더 생각도 나는데 어찌보면 고스트 라이더 영화보다 훨씬 더 고스트 라이더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2. 이렇게 오랜만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희번덕' 연기를 보고 나니 그런 걸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iptv를 뒤져보다 발견한 게 케서방 & 셀마 블레어 주연의 코믹 호러 영화 '맘 앤 대드' 입니다. 검색해보니 나름 국내 개봉도 하긴 했던 것 같은데 흥행은(...)


 일단 기본 아이디어로 먹고 들어가는 영화에요. 어느 날 갑자기 부모들이 미쳐서 자기 자식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 이 짧은 설정 한 줄만 읽어도 이미 자극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ㅋㅋ 

 근데 워낙 센 소재이기도 하고, 또 제목은 깜찍한 데다가 포스터 이미지도 코믹해서 당연히 코미디 위주로 전개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유머가 적절히 섞여 있긴 하지만 뜻밖에도 순수한 호러의 비중이 큽니다. 대략 영화 런닝 타임의 거의 80 정도는 궁서체로 진지해요. 


 평온하고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언뜻언뜻 불길한 암시를 던지는 도입부도 아주 훌륭하구요. 사건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학교 습격' 장면은 기억에 남을만큼 괜찮은 좀비 영화(?) 장면이었네요. 클라이막스로 가서 이제 본격적인 주인공 가족의 부모 vs 자식들 대결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이 살짝 톰과 제리 스러워지면서 유머의 비중이 커지는데... 이야기의 톤을 깨지 않으면서 적절히 웃겨주니 그것 또한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에요.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현재 거의 다 큰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미쿡 아줌마 아저씨들 세대의 심적 고통... 같은 겁니다만. 어느 정도 보편성이 있는 소재이다 보니 대한민국 아저씨 입장에서도 몰입 까지는 아니어도 심정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되더군요. 뭐 사실 뻔한 이야기잖아요. 한 때는 나도 꿈과 희망이 넘치는 젊음이었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였는데 결혼하고 애 낳고 현실과 책임감을 부여잡고 살다 보니 어느새 내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져가는데 이 망할 놈의 자식들은 지들 인생만 인생이라고!!! 버럭!!!!!!!!!!!!!!!!!!!!

 그렇게 뻔한 이야기지만 각본도 워낙 좋구요. 또 니콜라스 케이지와 셀마 블레어의 연기가 그걸 되게 잘 살려 줍니다. 보다보면 짠하기도 하고. 또 서로에게서 멀어졌던 이 부부가 나중에 미쳐서 자식들 죽이려고 협력하는 와중에 잊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게... ㅋㅋㅋㅋ


 굳이 단점을 꼽아 보자면 결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 말곤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장면 자체는 허접하지 않게 잘 살리고 있긴 한데, 그래도 좀 허탈한 느낌은 남아요.

 하지만 그 장면까지 가는 과정의 거의 대부분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전 그냥 괜찮았습니다.

 재밌게 본 영화이고, 오랜 세월 무관심했던 케서방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다시 살아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3. 레알 사족인데요.


 확실히 요즘 헐리웃 영화들, 특히 좀 잘 만들었다고 호평 받는 영화들을 보면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모습들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있어요.


 '맨디' 같은 경우에는 장르상, 그리고 그 장르 안에서의 '희생자' 캐릭터라는 역할상 되게 학대 당하고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 관객들의 음험한 욕망을 채워주는 도구가 되는 게 당연한 순리인데, 영화 속엔 그런 장면이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심지어 희생자 캐릭터께서 시종일관 위풍당당하시기까지. ㅋㅋㅋ

 그리고 '맘 앤 대드'의 경우를 보면 분명 부부 둘이 다 주인공이긴 하지만 분명히 엄마를 맡은 셀마 블레어 쪽으로 비중이 기울어 있어요. 관객들이 더 이해하고 이입하기 쉬운 쪽도 엄마 쪽이고, 자식들 편에서도 상황을 이끌어 나가며 대부분의 액션을 치르는 건 딸이구요. 


 그리고 또 제가 최근에 본 넷플릭스 컨텐츠들도 대체로 그렇더라구요. 애초부터 주인공이 여성인 작품이 되게 많고 또 주인공은 남성이더라도 여성들이 그렇게 막 들러리 내지는 볼거리로만 소비되는 작품이 별로 없어요. PC함이란 게 저쪽 동네에선 어쨌거나 그래도 꽤 잘 자리잡고 있구나... 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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