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 팬들을 위한 에피소드였네요. 시작부터 끝까지 단독 주인공! 비록 배신과 반칙으로 점철되었지만 애초에 그러라고 판을 짜놓는 프로인데요 뭐. ㅋㅋ 


- 메인 게임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머리 굴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어느 편이 상대방에 확실한 배신자를 심어 놓느냐는 승부였고, 중반에 그마저도 꼬이면서 막판 승부는 그냥 운으로(4라운드에 승부하느냐 5라운드에 승부하느냐에 대한 그냥 찍기 승부;) 결정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 건질 수 있었던 건 이상민의 이중 스파이질 & 혼자 살기 콤보 스킬 시전. 그리고 성규의 이상민에 대한 분노와 마지막 라운드 '아무도 못 믿어 나도 혼자 살래' 단독 우승 정도.


- 데스 매치에 대해선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군요. 머리 싸움하는 것 좀 보고 싶은데 저렇게 대놓고 반칙해대니 재미 없다 vs 반전 쩐다 완전 재밌었다.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처음에 룰 설명을 들었을 땐 그냥 표정 읽고 찍는 것 뿐인데 무슨 룰이 이리도 복잡하냐. 게다가 재미도 없잖아... 하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습니까? 게임 자체가 딱히 머리를 굴리고 어쩌고 할 게 없어요. 심지어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도 없게 룰이 짜여져 있죠. 그냥 그대로 했으면 지리하게 번갈아 가며 찍기 놀이나 하다가 운 좋은 쪽이 이기면서 끝났을 겁니다. -_-;; 그나마 성규-이상민의 조작 플레이와 차유람의 판돈 올리기 승부수, 그리고 홍진호의 뒤늦은 각성(?) 때문에 드라마가 생겼던 거죠. 저는 역대 데스 매치 중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여기에서 박은지측의 반칙 플레이에 분노하시는 반응들이 꽤 많고, 또 이해는 합니다만. 애초에 제작진에서 원했던 거라고 봅니다. 게임의 룰을 보면 그냥 둘이서 맞상대해도 되는 게임이거든요. 그런 걸 굳이 데스매치 당사자가 아닌 생존자 네 명을 게임에 합류시켜서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부터 정정당당 승부 같은 건 바라지 않았다는 얘기죠. (엄밀히 따지면 지금껏 이 프로에서 행해졌던 데스매치들 중에서 편법 아예 없었던 건 윷놀이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걸 가장 먼저 캐치한 게 성규였고, 또 메인 매치에서 자신을 배신했던 이상민을 끌어들여 박은지가 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승부가 갈린 겁니다. 심지어 성규는 이상민을 데리고 남들보다 먼저 데스매치 게임판에 가서 자신과 이상민의 자리 배치까지 정해 놓는 꼼꼼함까지 보였죠.

 반면에 차유람 측의 홍진호, 김경란은 별로 도움이 되질 못 했고, 게임 중반에 가서야 홍진호가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차유람을 돕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죠. 그냥 머리 싸움에서 밀린 거라고 봅니다.


 물론 여기서 박은지가 한 역할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좀 그렇긴 한데. 그거야 차유람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심지어 차유람은 애초에 꼴찌였습니다.


- 참가자들 얘길 하자면


1. 성규가 막판에 팀원들을 배신하고 단독 우승을 한 건 본인 말대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도 홍진호에 대한 보은 & 이상민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번 회에 홍진호가 자길 살려준 이유가 연합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본인은 이상민과 연합을 했고 홍진호에겐 전혀 도움이 되질 못 했죠. 그러니 차유람을 꼴찌로 뽑고 홍진호에게 면제권을 주면 차유람 vs 이상민이 될 거고 그러면 차유람을 도와서 이상민 떨어뜨려야지... 라고 생각했겠죠. 차유람이 본인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해서 결국 망하긴 했습니다만;


 덧붙여서 4라운드 올인 전략은 필승 전략이 아니었거든요. 상대 연합에 비해 성규네 연합이 보유하고 있던 콩이 적었으므로 어떻게 하든 비기거나 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4라운드 올인으로 끝내지 못 했을 경우 5라운드에선 콩 하나 없이 탈탈 털어 버린 김경란 팀은 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될 경우 자신에게 콩이 하나 남아 있다면 자신은 꼴찌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겠죠.


 데스매치에서 성규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정말로 이 프로에선 배신 & 반칙이 아니면 머리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모두가 정직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갔다면 메인 게임은 그냥 운빨 좋은 팀이 이겼을 거고 데스 매치도 그냥 운빨 좋은 사람이 이겼을 겁니다. 법도 대로 하자면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게임들이었으니까요. 이전의 게임들도 거의 그런 게임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다들 정직하게 플레이했다면 이 프로는 진작에 망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감이 안 갈 수 있는 행동이었던 건 맞고, 그래서 욕은 좀 먹고 있지만 성규군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날 수 있는 프로이니 전 그냥 잘 했다고 봅니다. 우하하.


2. 크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어제 은근히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김경란입니다. 놀러(?) 온 이상민에게 바로 면제권을 약속해서 스파이로 끌어들였고. 이후의 콩 투자 전략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으며 결정적으로 4라운드 올인 결정을 내리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 게 바로 김경란이었죠. 비록 그간 남자 멤버들에 묻어서 살아남아오긴 했어도 본인이 해야할 때가 오면 꽤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게임에서 성규에게 꽤 실망한 모양이고, 차유람이 떨어짐으로써 더 이상 믿고 연합 구성할 사람도 없어진 데다가 다음 주 게임은 거의 개인전 양상으로 보이니 잘 하면 흑화(...)되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겠어요.


3. 이상민이야 뭐. 언제나 그렇듯 본능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가만 보면 이 분은 언제나 '나만 살거야'거든요. 특히 1, 2라운드에서 같은 편을 배신해 놓고 본인이 확실하게 의심받게 되자 바로 까놓고 다 털어 놓아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마치 정직한 사람인 것처럼. ㅋㅋㅋ 막판에 성규를 도와 박은지를 살린 상황도 재밌었죠. 성규와 이 분의 공통점이, 본인이 배신했던 사람에겐 어떻게든 다시 도움이 되어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견제는 받되 크게 미움은 안 받는 비결이랄까요.


4. 메인 경기가 워낙 운빨에 좌우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홍진호는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었죠. 하지만 막판 데스매치에서 아무 대비 없이 방심하고 나섰다가도 성규-이상민의 반칙 플레이를 눈치채자 바로 작전을 수립하고 김경란과 앉은 자리를 바꿔가며 차유람을 돕는 모습에서 특유의 순발력과 머리 회전은 충분히 뽐냈다고 봅니다.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에요.


5. 박은지는 여전히 비호감입니다(...) 생존 인원 수가 많아서 연합의 쪽수가 많을 땐 티가 안 났었는데 이제 김경란, 성규와 딱 셋이 앉아 있으니까 정말 머리 안 쓰는 티가 나더군요. 회의에서 거의 의견을 내놓질 않습니다. 자신의 배신감에 부담감을 느낀 성규가 알아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데스매치에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 했겠죠. 심지어 데스매치에서 그 넘쳐나는 가넷도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사실 성규군이 도와서 살려준 게 하필이면 이 분이었다는 게 어제 에피소드에 대한 제 가장 큰 불만입니다. -_-;;

 근데 딱 한 가지. 편집을 애매하게 해 놓아서 확신은 못 하겠는데, 데스 매치에서 트릭을 제안한 게 성규가 아니라 박은지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게 박은지였다면 어쨌거나 살아 남을 자격은 충분했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 근데 막판 인터뷰에서 차유람 얘기하며 '무식하시더라구요' 발언은 좀. 이러다 비호감계의 신성으로 자리 잡겠습니다;


6. 차유람은 항상 무기력하다가 본인이 위기에 몰리면 승부 근성이 발동되는 게 재밌습니다. 예전 데스매치에서 최정문을 골라 잠시나마 가넷 부자가 되었던 것도 그렇고. 어제도 탈락 위기에 몰리자 개인적인 원한 이런 것 관계 없이 그냥 가넷 가장 많은 박은지를 고르더군요. 게다가 사실 이 선택은 데스매치 상대로 가장 만만한 사람(...)을 고른 것이기도 해요. 결과가 의외로 나오긴 했어도 선택 자체는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보구요.

 또 데스 매치 중반에 홍진호가 자신을 돕기 시작하면서 승부가 팽팽해지자 바로 게임 판돈을 두 배로 올려서 승부수를 던진 것도 꽤 멋진 선택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홍진호 vs 성규 & 이상민으로 전략의 힘에 밀려서 패배하긴 했어도 프로 스포츠 선수다운 기백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근성을 그간의 메인 게임들에서도 보여줘 왔다면 팬이 됐을 텐데...;


 + 역시 탈락 후 인터뷰에서 '추악한 승리보단...' 발언은 많이 쌩뚱맞았어요. 아니 본인도 홍진호가 도와주니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 암튼 그래서 이제 이상민, 홍진호, 김경란, 성규, 박은지 이렇게 다섯이 남았습니다. 어제의 결과로 인해 그 동안 돌던 가장 유명한 스포일러는 의도하고 뿌린 가짜라는 게 판명되었고. (성규 탈락, 차유람이 탑3까지 살아남는다는 거였죠) 뭐가 어떻게될지 모르겠는 가운데 저는 성규의 탈락을 밀어 봅니다.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요. 여기서 좀 더 나가면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질 것 같으니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기도 하고. <-


- 어쨌거나 아쉽네요



 



유람씨 안녕.


- 마지막으로, 어차피 이번 시즌은 편 가르기 게임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날 분위기지만 2시즌을 만들려면 (그럴 분위기더군요) 제발 개인적으로 머리 쓰는 게임들 좀 구상해 놓고 만들었음 합니다. 막판까지 편 먹고 반칙하는 걸로 승부가 갈리는 게 짜증난다는 반응들은 분명 일리가 있거든요. 근데 그러려면 제작진부터 머리가 좋아져야 하니 아마도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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