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리고 한류

2011.07.19 16:33

크라피카 조회 수:1890

뜬금없이 어떤 아이돌에게 꽂혀서 며칠 동안 그에 관한 자료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어떤 걸 봐도 다 사랑스러워서 사람들이 이 맛에 아이돌 팬질을 하나 보다 고개를 끄덕였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유명인에게 빠져 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이돌 만큼은
그 영역밖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아직 여물지 않은 풋내나는 것들...이란 느낌?
특히 방송에서 그들이 손가락으로 브이질이나 토끼귀 갖은 걸 만들어 귀염을 떤다거나
두주먹을 뺨에 대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쁜척 우웅~ 아웅~ 같은 콤보 어택을 날리는 날에는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아주 끔찍한 기분까지 들어서 "제발 그만 하라고. 그런 게 귀엽냐.
늬들이 초딩도 아니고..." 를 주문처럼 중얼대곤 했죠.
지금도 저런 행동에 질색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만약 현재 제가 빠진 아이돌이 저런 짓을 한다면
조금 민망하긴 해도 예전같이 썩은 표정을 짓는 대신 엷은 미소가 입가에 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오, 콩깍지의 위대함이여.

아무튼 덕분에 트위터와 유툽, 기타 그분 관련 블로그들을 섭렵하다 보니 한가지가 눈에 띄더군요.
알고 보니 이분이 꽤나 독실한 개신교인이었던 겁니다. 검색을 해보니 거의 팀 전체가 다 개신교.
내친 김에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다른 그룹들 종교를 알아봤더니 이건 뭐 그 회사가 개신교 집단이라도
되는듯 개신교 아닌 사람 찾는 게 더 어렵더군요. 같은 연예인이라고는 해도 딱히 계기가 있어 뵈질
않는데 무슨 인연으로 친해지게 된걸까 뒤져보면 공통점은 역시나 종교.
대표이사가 교회 집사라던데 그래서 연습생도 처음부터 개신교도 위주로 받는 건지, 아니면 유난히
우리나라 개신교도 출신 연예인들의 예능감이 뛰어난 건지... 이 회사와 별도로 소위 잘 나간다는 몇몇
젊은 스타들의 종교를 알아보니 개신교가 타종교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았습니다.
이건 무슨 개신교에서 작정하고 연예인을 키우나 의심이 갈 정도로요.

얼마 전 SM의 파리 공연 이후 우리나라 교회 여기 저기에서 한류 열풍을 이용해 한국식 선교에 박차를
가하자는 주장이 나와 듣는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들 입장에선 꽤나 신이 났을
법도 합니다. 한류 연예인의 대부분이 개신교도인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한 팬들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돌이 트위터나 미니 홈피에 '오늘도 주님의 축복 아래 뜻있는 하루 보내세요.', '전 주님만 믿고 따르렵니다.'
'기도, 기도, 기도!' 이런 글을 자주 올린다면 자기도 모르게 개신교에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겠죠.
아이돌과의 공감을 위해 어떤이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종교를 믿기 시작할 수도 있구요.
사이언톨로지도 연예인 선교단의 유명세를 내세워 교세를 확장했으니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겁니다.

종교 관련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어떤 선교회 분의 컬럼을 읽었는데 뽀로로 제작진에도 개신교도가 많았다며
어쩐지 뽀로로에 성경적인 가치관이 많이 녹아 있더라고 뿌듯해 하더군요. 이러한 모든 한류의 흐름은 결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우연의 일치나 탁월한 기획력, 재능 있는 젊은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 하며 일반적으로
‘하늘의 뜻’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이것은 바로 ‘하나님의 원대하신 계획’ 가운데 하나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구요.
자기네들은 당당히 쓰면서 부처님 오신 날 뽀로로 캐릭터 이용하지 말라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나름
뽀로로는 개신교거라는 근거 있는 자부심이 넘쳐서 그랬나 봅니다.

연예인의 종교가 뭐든 크게 상관은 안합니다. 그건 정말 본인의 자유니까요.
종교인들 사이에선 정통이니 이단이니 서로 손가락질을 하지만 제 눈엔 개신교나 남묘호렌게교나 여호와의 증인이나
다 그게 그거거든요. 그저 길에서 고래 고래 소리 지르지 말고 뜬금없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대뜸 지옥 간다고
저주 퍼붓는 짓거리도 하지 말고 집에 찾아와 귀찮게 문만 두드려 대지 않으면 그뿐. 다만, 우리나라 개신교도들은
왜 이렇게 유별날까 가끔 그 정열에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 크리스천 연예인들도 우리나라 연예인들 처럼 상 받으면 무조건 하나님 아버지부터 찾고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성경부터 읽고 시작하며 영화나 드라마 촬영 시작할 때 자기네 교회 목사를 불러와 기도를 드리기도 하나요.
홈피에 주님! 주님! 오직 예수!로 도배하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방송에서도 누구랑 누구랑 일주일 마다 성경 공부 하느라 만나는데...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를 몇번이나 본듯 합니다.

만나서 공부하는 건 좋은데 우리나라 개신교 연예인들은 정말 자기네 종교를 티나게 어필 하는 거 같아요.
또한 한국 사람들 만큼 종교에 한번 빠지면 광적인 민족도 없는 거 같구요. 이래서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장사가
종교 장사라고들 하는 건가. 세계인들에게 한류가 알려지는 건 좋지만 연예인 신도를 앞세워 또 다른 한류를
꿈 꾸는 종교인들의 모습은 정말 부담스럽기 그지 없군요.
이 기세라면 얼마 후에 공격적인 선교 방식의 한국 개신교가 미국을 위시해 세계 종교의 짱도 먹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건 그들 입장에서 제대로 역수입이군요. 하나님 귀가 아프실 정도로 울부짖는 통성기도는
한국 기독교만의 자산이라는데 이것 또한 한류라면 제대로 한류네요.
오오, 한국 개신교의 위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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