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개인적 소감이라고 못 박아 놓을게요.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듀게에선 아닐 거 같은데 호불호는 갈릴 듯 합니다.


 영상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모든 배우가 다 아름답고 능글능글해요.
 보고 나왔는데도 눈이 굉장히 어지러워요. 강박적이다 느껴질 정도였던 씬들이 그 잔상이 눈 앞에 어른어른 합니다.
 미술팀이 고생 직싸게 했겠구나 싶고 존경을 표합니다.

 (아, 류성희 미술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수상했다네요. 제가 몰라서 검색해 봤더니 벌칸상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음향·촬영 등의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주는 번외 상으로 영화제 폐막 이후 발표된답니다. 한국인이 벌칸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래요. 

  꺅- 짝짝짝- )


 박찬욱 감독이니까 네임벨류 따지는 게 새삼스럽지만 아가씨를 통해 자기 하고 싶은 거 몽땅 다 해봤구나 싶습니다. 
 특히 조진웅 캐릭터에 감독 자신을 상당 부분 투영한 듯 합니다. 탐미적인 '먹물' 변태예요.

 국어사전에 섹스, 성교, 성기 이런 거 찾아보면서 혼자 하악 대는 시기를 못 벗어나는 부류로 보였어요.

 저는 영화 보면서 시그널 이재한 형사는 조용히 고이고이 주섬주섬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었어요. 아무래도형사보다는변태가친숙하잖아요?

 

 


 여러가지 의미로 여배우들 열연이 돋보였어요.
 김민희는 이제는 그냥 믿고 가는 배우라서 더 할 말은 없지만 정말 너무나도 예쁘고 탐스러워요.

 김태리는 발성이 굉장히 좋다 싶었는데 내레이션을 듣자니 만담가 혹은 변사(辯士)가 연상되더라고요. 발성이 좋아서 그런지 귀에 착착 감깁니다. 

 연극 무대에서 4년 동안 기본기를 쌓았다는데 생쥐같은 숙희가 여기저기 들이받는 에너지가 굉장합니다.

 이제 중반기에 접어들었는데 2016년 최고의 다크호스는 김태리인 거 같아요.


 가장 좋았던 건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문소리를 본 거예요.
 짧지만 강렬했고 당위성을 부여했으며 감정이입이 컸던 캐릭터입니다. 서서히 돌아버리는 모습이 슬프지만 아주아주 아름다워요.



 하정우는 역시나 좋았습니다. 순정개마초 이 역할은 더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줄일게요.
 영화 시작 전에 무대인사가 있었는데 혼자서만 얼굴부터 손 끝, 발목까지 노출된 부분은 모두 술톤이었....;;


 쏠쏠하게 재밌었던 점.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한 배우들이 영화 암살과 꽤 겹칩니다.
 일정 부분 겹쳤을 시대상을 다뤘는데 접근 방식이 상이한 영화이고 보는 입장에서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재밌어요.



 아마도 박찬욱 감독 영화 중 가장 잔인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하고 산뜻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곡성 보고서 허무했거나 찝찝했던 분들께 아주 명료하게 느껴질 영화입니다.


 그리고 분명 노출은 많은데 그다지 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차 드러나는데, 아주 절실한 상황이어서 그런 거 같아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보다는 덜 해요. 두 아가씨들을 보는 제 눈엔 몸부림이었고 애틋하고 애처로웠어요.



 개봉 하면 한 번 더 보려고 해요. 어이고 아직도 어지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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