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보느라 게임을 하려면 그만큼 잠을 줄어야 하는 인생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컨디션 되는 날 한 두시간씩은 게임을 하고 자려고 노력하며 삽니다.

아무리 육아가 중요하고 또 힘들다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 몽땅 희생하긴 싫으니 본인 취미 하나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나 하는 이상한 의무감(?) 같은 것도 있구요. ㅋㅋ

암튼 그리하야 최근에 엔딩을 본 게임이 바로 이겁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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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만다 리플리. 그 유명한 시리얼 에일리언 킬러, 재능 넘치는 리플리씨의 따님 되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대사로 한 번 언급된 바 있죠. 엄마가 훨씬 예쁜 듯)


내용은 매우 간단한데.

원작에서 잠깐 언급만 되고 말았던 리플리의 딸(역시 웨일랜드-유타니 직원입니다)이 엄마의 실종 이후로 노심초사하며 소식을 기다리던 중에,

마침 엄마의 실종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만한 지역에서의 작업 건수가 떨어지자 냉큼 달려갔다가 '에일리언 영화'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한 번에 겪게 된다는 얘깁니다.

그렇죠. 정말 한 번에 다 겪습니다. 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플레잉 타임이 10시간이 훌쩍 넘어가니까요. 아마 엄마보다도 에일리언을 본 횟수는 훨씬 많을 거에요. ㅋ


뭐 대략 거두절미하고.

제목에 적은 대로 역대 최고의 에일리언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게임스팟 ign 꺼져


일단 우주 최강, 궁극의 생명체여야 하건만 게임에 출연할 때마다 심한 굴욕을 당해왔던 에일리언이라는 크리쳐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공포감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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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폭발 첫 만남)


대부분의 에일리언 게임들이 2편의 설정과 분위기를 바탕으로 대규모 총질 게임으로 만들어진 데 반해, 이 게임은 1편의 설정과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에일리언은 한 마리. 공간은 폐쇄된 우주 정거장. (아무래도 게임이라 할 일이 많다 보니 공간을 넓게 잡긴 했습니다ㅋ)

정거장의 인간들이 가진 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탈출하기 위해 숨바꼭질을 하는 내용이거든요.

어쩌다 이 분과 눈이 마주치면 그냥 죽습니다. ㅋㅋ 저항도 뭐도 없어요. 잡히면 원샷에 원킬.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죠.

물론 화염 방사기 같은 물건으로 잠시 그 자리에서 도망치게 만들 순 있습니다만. 뭐 어쨌든 결코 죽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 장르도 액션이 아니에요. 대충 장르를 만들어 붙여 말하자면 본격 서바이벌 숨바꼭질 게임 정도.


둘째로. 게임 속 배경이나 설정, 미술 디자인 등등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영화의 세계관을 굉장히 정성스레 구현하고 있습니다.

'에일리언'이라고 하면 응당 나와야할 것 같은 장면들이 영화 1편을 기준으로 줄줄이 연달아 나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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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팬들이 애써 묻어 버린 에일리언 설정계의 흑역사가 버젓이;;;)


귀찮아서 스크린샷은 거의 안 찍었지만 우주선의 실내 인테리어나 소품들도 딱 에일리언 1편의 70~80년대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대략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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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22세기의 최첨단 컴퓨터입니다 여러분!!!)


고로 거의 완벽한 에일리언 1편 체험 테마 파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론 에일리언 게임들 중 최고가 아니라 영화 기반 게임들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충실하게 재현한 배경에서 이 정도로 영화 속 주인공과 유사한 체험을 시켜주는 게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장점이라고 하면...

그냥 게임 자체가 괜찮습니다.

기본적으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장르(열 몇 시간 동안 게임 패드 붙들고 하는 일이 내내 숨어다니는 것 뿐이라;)라는 건 감안을 해야겠지만,

해당 장르의 게임으로서 기본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꼭 에일리언 팬이 아니어도 즐길만한 게임입니다.

적대적 인간, 합성 인간, 에일리언, 페이스 허거라는 네 부류의 적대자들이 모두 개성이 충만하고 그에 따라 대처법이 다른데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레벨 디자인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또 게임 속에서 리플리가 살아 남기 위해 습득하고 또 제작하는 아이템들도 가짓수도 많고 효과도 다양해서 상황따라 다양하게 써먹는 맛이 있습니다. 그래봤자 결론은 도망

뭐 게임 특성상 배경이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다 비슷하고. 또 내용도 반복적이어서 하다가 식상해지고 질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한데.

워낙 난이도가 높아서 오히려 질릴 틈이 없어요. ㅋㅋ 계속 죽고 또 죽다 내가 실력으로 깬 건지 그냥 운이 좋아서 깬 건지 아리까리한 가운데 미션 하나 하나 넘기다 보니 엔딩이더라구요.

숨어다니는 답답한 게임, 난이도 높은 게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극악이겠지만. 딱히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한 번쯤 즐겨볼만한 게임입니다. 다만 난이도는 꼭 이지로. 반드시 무조건 꼭꼭꼭


마지막으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1. 본인이 에일리언 덕후시라면. 특히 1편을 좋아하신다면 반드시 해보셔야 합니다. 이런 게임 이제 이번 생에 더 나오지 않아요.

2. 대단한 스토리는 기대하지 마시고.

3. 다크소울처럼 일부러 불친절한 시스템과 높은 난이도로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는 류의 게임이라는 것도 감안하세요. 어렵고 불편합니다. ㅋㅋ


정도 되겠습니다.

어차피 이미 수시로 할인하는 게임이니 올 여름 스팀 세일에 또 올라오겠죠. 관심있는 분들은 그 때를 노려보시길.

참고로 DLC들 중엔 아예 그냥 영화 1편 속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있습니다. 통풍구 속에서 에일리언 사냥하려다 망하는 씬. 마지막 탈출씬. 이렇게 둘이요.






사족 1.

영화엔 안 나오는 오리지널 설정으로 '식슨'이라는 회사가 등장하는데. 설정상 웨일랜드-유타니와 동종 업계 라이벌이지만 모든 면에서 밀려 망해가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고생하는 정거장이 바로 이 회사 소유인데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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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놓고 허접하게 생긴 합성 인간이 나옵니다.

근데 참 기발한 것이, 이게 영화가 아닌 게임이다 보니 합성 인간은 이렇게 외양으로 구분이 되어주는 게 오히려 나아요.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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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시죠? 이리 따라오시죠. 퍽퍽퍽.)


저런 살벌한 비주얼이 게임 속 공포감에 아주 보탬이 되거든요. 웨일랜드-유타니사의 고오급 합성 인간 비주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죠.

그 와중에 이 회사가 기술력 딸려서 이렇게 허접하게 밖에 못 만드는 주제에 '우리 합성 인간은 외견상 인간과 구분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이라고 구라 홍보하는 얘기가 게임 속에 나옵니다. ㅋㅋ



사족 2.

지금껏 해 본 게임들 중 가장 무서운 세이브 포인트를 가진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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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세이브가 있기는 하되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게임인지라 맵 요소요소에 설치된 이런 물건을 찾아 열심히 세이브를 해야 하는데.

세이브 시도시 몇 초간의 연출과 함께 기다리는 시간이 있고, 이 와중에도 게임 속 시간이 계속 흘러서 에일리언이나 적들에게 맞아 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세이브 시도와 동시에 삑삑하는 소리가 흘러나와서 그 소리 듣고 쫓아와요. ㅋㅋㅋ 에일리언 직접 마주치는 것보다 세이브 시도가 3배 스릴 있습니다. ㅠㅜ



3. 스토리가 딱히 좋은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찡했던 장면 중 하나.

별 거 아니지만 조금의 스포일러도 원치 않으신다면 짤 안에 보이는 자막을 읽지 마세효.

뭐 어지간해선 저 글씨가 바로 읽히진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백 조금 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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