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본인이 써놓은 해명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중간 중간 이 게시판에서 허용되지 않는 비속어가 섞여있지만, 퍼온글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대로 둡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해당부분에 대한 처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밤섬해적단의 권용만씨의 저 언행만을 놓고 일베와의 유사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 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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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병 환자를 감시하는 비트노동자의 박자-권력

쾅프로그램을 이야기할 때 모두가 기타/보컬인 최태현을 이야기한다. 애초에 이 밴드의 시작은 최태현의 솔로프로젝트로 시작했고, 대부분의 인디뮤지션에게 지갑을 아낌없이 열고 있는 호구층인 2-30대 여성들은 최태현의 발놀림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가 모 유명 예술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이미 아무짝에 쓸모없는 가십으로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즉, 역사적 현재적 상황은 자꾸 쪼개지면서도 초점이 나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뒤에서 메트로놈을 들으면서 묵묵히 드럼을 연주하는 비트노동자 김영훈이다. 그는 예술병에 걸려 하체를 바둥거리고 있는 최태현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비트라는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와도 같다. 최태현은 조금이라도 튀어보기 위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멋있는 포즈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한다. 하지만 김영훈은 언제나 아 졸립다 빨리 집에가서 게임하고싶다 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마치 계속 변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백신을 연구하는 비정규직 연구노동자의 싸움과도 같다. 이 정치적이면서도 무슨 어쩌구 미학적인 대립은 쾅프로그램의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적잖이 많은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본 문단은 불필요한 문단으로 생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 이 위는 읽지 않아도 된다 -

요컨대, 최태현이 처음 등장해서 클래식기타를 들고 개지랄을 떨 때는 무슨 노웨이브 같은걸 하는 줄 알았는데 김영훈이 들어오면서 록밴드가 되었고 이게 아주 좋다는 것이다.

- 이 위도 읽지 않아도 된다 -

한 번 더 요약하자면 좋다는 것이다.
더 요약하자면 좋다
더 요약하자면 굿
더 요약하자면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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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이 글로 인한 논란들이 커진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혹시라도 오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다.

호구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느낀 것에 유감을 표하며 미리 이런 반응이 나올 것에 대해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나의 잘못이고 실수였다.

우선 위의 글은 일부러 잔뜩 비틀고 뒤틀어서 쓴 글이고 사실 내가 쾅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글을 청탁받았을 때 약간의 고민을 했었다. 나는 최태현이 혼자 클래식기타를 들고 공연할 때 부터 홀딱 빠졌던 팬이었다. 자립회의에 나가서 공공연히 최태현/쾅프로그램을 섭외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뭔지 몰라도 어쨌거나 좋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히 소개글을 쓰라고 하니 쾅프로그램에 대해서 딱히 쓸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쾅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내가 즐겨듣던 조이디비전/바우하우스 같은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태현과 대화를 해 보니 그는 바우하우스라는 밴드가 무엇인지 조차 잘 몰랐고 조이디비전도 뭐 듣긴 하는데 별로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뭐 듣는 나야 어떻게 느끼든 여튼 쾅프로그램의 작곡을 맡은 최태현은 뭔가 내가 모르는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뭐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들을 소화해서 오리지날한 곡을 만들었거나 했겠지 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나도 뭐 쾅프로그램의 음악이 어쩌구 저쩌구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단지 51+를 기획하는 쪽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쾅프로그램의 팬이면서 뭔가 밴드를 하고 있는 사람을 찾다가 내가 걸린 것 같다.

막상 소개글을 쓰려 하니 정작 내가 쾅프로그램이 어떤밴드냐고 누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해서는 솔직히 "좋다!" 라는 말 말고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뭐 재미가 있든 없든 앞에서는 음악과 관련없는 헛소리를 쭉 하다가 뒤에서는 결국 다 뭐 모르겠고 여튼 좋은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첫 번째 문단에는 음악과 상관없이 쾅프로그램에 대해 회자되는 이야기들을 넣어보았다. 최태현의 발놀림은 나도 늘 보면서 너무 지나친 느낌이 들 정도라서 유쾌하게 웃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유명 예술가의 아들이라는 사실때문에 종종 넷상에서 "예술병환자" 라고 놀림받거나 이상한 시샘의 시선을 받던 사실을 떠올리고 그 이야기를 썼다. 즉 쓸모없는 이야기를 일부러 채워 넣었다. 그리고는 이것들이 죄다 쓸모없는 글임을 친절하게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 위해 - 이 위는 읽지 않아도 된다 - 고 써놨다.

여기서 나오는 '호구층 20-30대의 여성' 이란 표현이 문제였는데, 밴드를 비롯해서 음악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2-30대의 여성이 인디음악의 주요 타겟층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아가씨들 없으면 굶어죽는다" 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다른 밴드들과 달리 밤섬해적단은 본의아니게 소위 '인디씬' 이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고, 10대-30대의 여성팬들도 (다른 밴드보다는 훨씬 적지만) 있었던 것 같다.

하여간 불필요한 껍데기를 걷어내고 요약하자면 "고객을 존중하지 않고 호구라고 표현한다" 는 것에서 분노가 시작된 것 같다. 사실 나는 관객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맞다. 나는 밴드를 하면서 계속 내 스스로 내 맘에 안드는 것들을 발견하고 내 맘에 드는걸 만들고 싶을 뿐이다. 나는 굳이 내가 하는 밴드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업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밤섬해적단의 공연에서도 '서비스혁명' 이란 곡을 할때 누누히 멘트로 말했듯이 우리가 지금 공연하는 것이 어쩌다 보니 서비스업같은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었다. 밤섬해적단을 해체한 것도 나 스스로 밤섬해적단의 음악이 더 이상 맘에 들지 않아서 였다.

밤섬해적단의 첫 번째 앨범 <서울불바다>에는 "나는야 (씨발 맑은 영혼의) 뮤지션" 이라는 곡이 있다. 그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저기 저 노숙자를 보라
음악을 들을줄도 모르는도다
음악을 할 줄도 모르는도다
나는 씨발 맑은 영혼의
뮤 지 션! 씨발 뮤 지 션!
씨발 뮤지션! 씨발 뮤지션!
난 살고 싶은 대로 살거야!
여러분이 나를 먹여 살려라!
왜냐하면 나는 예술가니까!
너희들은 알바해서 CD를사라!"

이 곡의 가사를 쓸 때 나는 관객을 "호구"로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관객들을 돈으로 본다는 것, 물론 뮤직비즈니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저희는 관객을 돈으로 보지 않습니다. 찾아와주시고 CD를 사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라고 이야기해도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관객들(구매층)은 돈이 된다. 위의 가사는 밴드로 돈을 벌어 먹고사는 입장에서 써 본 것이다. 물론 그 분들이 싸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실제로 위와 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음악으로 먹고 살려는 분들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단지 음악만 하면서 -> 돈을 벌어 생업으로 삼는다 라는 것에서 이것저것 걷어내고 나면 결국 위 가사와 같은 뼈다귀만 남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냥 스쳐지나가서 써 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관객을 호구로 보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호구라는 말이 꼭 나쁜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 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뭐 어릴때 부터 하드코어나 펑크의 영향을 받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이 드는데, 여튼 나는 내가 하는 음악으로 먹고산다는 것에 내 스스로 반대하고 있고, 지금 아주 절실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일을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에도 모 기업에서 낙방 통지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고, 누누히 설명해도 못알아 쳐 먹는 것이 하나 있는데,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일을 하지 않고 음악으로 먹고 살게 해주세요" 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자립의 몇몇 분들은 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들을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음악을 하고 싶었다. 자립 초창기때는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음악으로 먹고 살게 해 주세요" 라는 일부의 주장이 마치 전체처럼 받아들여졌었는데, 사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기조를 요약하자면 "관객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을 음악/공연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지 않은 놈이 가로채는 것을 반대한다." 라는 것이다. CD를 팔아도 돈 한 푼 못받고, 관객으로 가득찬 곳에서 공연을 해도 수고했어, 라는 한 마디만 듣던 친구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공연을 하고 돈을 받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대체 관객/청자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어떤 씹새끼의 주머니속에서 돌고 있는건지가 궁금해졌던 것이다. 이건 뭐 이 새끼 저새끼 하고 찝어낼 수 있는 성격의 그런것은 아니다. 누굴 뭐 쫒아낸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자립은 어설프게 뭔가 생활협동조합 같은것을 만들어서 우리끼리 아무도 삥땅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보자, 라는 시도를 해 본 것이다. 그게 잘 되고 있는지 망하고 있는지는 각자가 판단하면 된다.

쾅프 소개글의 호구라는 단어는 별 뜻이 없다. 그냥 2-30대 여성들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들이 쾅프로그램의 주요 팬층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호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호구이다. 나도 특정 밴드가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하면 돈을 내고 듣는다. 예를 들자면 나는 SCUMRAIDNahu 나후 羅睺 의 호구이다. 어차피 카세트플레이어도 없어서 듣지 못하는 테이프앨범을 구매할 정도로 호구다. 아마 저들이 7인치를 발매한다고 하면 턴테이블이 없어도 일단 살 것 같다.
내가 트위터에서 "여성은 소중합니다. 여성최고" 라고 올렸던 것은 51+ 계정으로 올라온 공식사과 트윗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 사과트윗에서는 나의 글에 대해 "여성혐오적인 표현" 이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날 충분히 알만한 친구들이 그 부분을 여성혐오라고 지칭하는 것에 다소 어이가 없던 상황이었다. 관객모독이라는 혐의를 씌우는 것은 이해가 가도 나는 이것이 왜 여성혐오로 읽힐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내가 13스텝스의 소개글을 쓴다고 한다면 "하드코어밴드들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호구층인 10-20대 남성들" 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여튼, 내가 당신들을 호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뭐 물론 실패한 농담이 비판받을 수 있다. 위의 글이 누구에게는 성공한 농담일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실패한 농담일수도 있다. 대부분 실패한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농담에 실패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 몇 명만을 웃길 뿐이다. 밤섬해적단의 가사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패한 형식으로 받아들여졌고 나는 은근히 그걸 즐겼다. 그런데 실패한 농담으로서가 아니라 여성혐오/관객을 호구취급한다와 같은 누명을 쓰는 것에 대해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한 마디 해보고 싶었다. 나는 사과하는데 별로 재능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사과문이 아니다.

사족 ) 김영훈의 비트와 최태현의 예술병사이의 대결 어쩌구 하는 문단은 정말 쓸모없는 문단이다. 아무래도 내가 드럼을 치기 때문에 쾅프로그램을 이야기 할 때 다들 그러듯이 최태현 이야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과도하게 오바해서 김영훈을 부각시키는 척 하면서 쓸모없는 소리를 해 본 것이다. 그래서 "본 문단은 불필요한 문단으로 생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라고 써놓은 것이다. 그리고 최태현은 별로 부럽지 않다. 곧 군대갈 사람이 뭐가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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