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재미있었고요. 정말로 숨죽이면서 몰입해서 봤습니다.


2. 칭찬을 했으니 실망한 부분. 일단 상상력이 생각보다 진부하고 빈곤해서 실망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건 더 복잡하고 깊게 들어가는 영화였는데 그러질 않더군요. 이야기에 헛점도 많아 보이고요. 영화의 구성도 <다크 나이트> 때 써먹었던 방법보다 발전한 부분이 없었습니다(이게 제일 실망).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들도 진부했고요. 물론 그 이미지들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리하게 사용했고, 영화에서 그 이미지들을 본다는 것은 정말로 재미있는 일이긴 합니다.
어쨌든 저는 전체적으로 좋은 영화이고 앞으로도 회자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만 진부하고 새로울 것 없어보이는 영화였고, <다크 나이트> 때처럼 뭔가 마음을 움직이는 게 없었습니다. 물론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이 정도만해도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큐브릭이니 천재 드립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 정도 실망은 해도 되겠죠. <인셉션>은 영화 속 대사처럼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어려운 영화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에 더 가까운 영화고요. 물론 그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를 풀어가는 방식이 크리스토퍼 놀란스럽고 영리합니다.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중에 가장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4.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액션을 못 찍는 것 같습니다. <배트맨 비긴즈> 때 뜨악하고, <다크 나이트> 때 좋아졌다 싶었다가, <인셉션>으로 다시 후퇴네요.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서 타란티노나 워쇼스키 형제, 샘 레이미 같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이야기에 방해 안 주는 선에서 어느 정도는 연출해줬으면 좋겠어요. 무중력 액션 장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찍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고요. 사실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 영화에서 액션 자체가 엄청나지는 않지만, 이 사람들 액션에서 상황 이해나 편집, 동선을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잖습니까. 크리스토퍼 놀란도 이름값이 있으니 저정도 해줬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죠. 저 사람들은 거의 대가 수준으로 올라간 사람들이니.


5. 할리우드 영화 보면서 종종 이 사람들이 정말 천재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인셉션>에서는 (스포)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걸 느꼈습니다. 토템 쓰러지는 거 안 보여주고 "딸깍"하고 끝나는 게 정말 멋있었습니다. 이런 게 작지만 영화 보는 입장에선 큰 부분에서 다가오죠. 다들 웃으면서 박수치더군요.


6. 제일 웃겼던 장면은 (스포) 켄 와타나베의 "내가 그 항공사 인수했어" "?" "그게 편할 것 같았어" ^^


7.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런 이미지는 이제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스포) 예전에 잠깐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아내 역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인셉션>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군요.


8.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볼 때마다 배우가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여자 캐릭터를 못 살리는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마리옹 꼬띠야르와 엘렌 페이지 캐릭터는 좋았습니다.


9. 조셉 고든 레빗이랑 엘렌 페이지는 아직도 어리게 느껴지더군요. (스포) 둘이 키스하는 장면은 웃기기도 했지만, 조셉 고든 레빗이 부러워지기도... ^^


10.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는 킬리언 머피인 것 같습니다.


11. 아이맥스 필름으로 안 찍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꿈을 보여주는 영화에서 선명하게 전달할 필요는 없었겠죠.


12. 용산 CGV 아이맥스 화질은 거지 같습니다.


13. 정말로 영화를 보고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영화관에 들어갔다 바로 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본 체험의 시간이 없어져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기분도 왠지 우울해지고...


14. <다크 나이트> 때도 느낀 거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는 게임 같습니다. <다크 나이트>가 조커라는 악을 무찌르기 위해 도시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단계를 밟아가는 게임이라면, <인셉션>은 (스포) 목적 달성을 위해 꿈을 한 단계씩 더 들어가는 게임. 특히 초반부는 <인셉션>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주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15. <인셉션> 보고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좋은 영화는 인간은 언젠간 죽는다는 것과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자각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16. 조셉 고든 레빗과 엘렌 페이지 LA 타임즈 포토슛.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31
23 [펌] 어떻게 이 사진을 찍었는지는 묻지 말아 줘...(BGM주의) [8] 데메킨 2011.06.23 2918
22 [유튜브] 박정현 "꿈에" [5] 필수요소 2010.09.07 2932
21 인셉션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에도 독창적인 꿈을 깨는 킥이 한국의 모 웹툰에 나온 적 있습니다. [5] nishi 2010.08.20 4638
20 이제 내일 하루만 지나면 한국으로 (국제선 이용 바낭) [7] soboo 2010.08.09 2080
19 애들이라고 다 귀엽지는 않아요 [10] 7월9일 2010.08.09 3221
18 인셉션 보고 왔습니다. 배우 이야기.(스포 약간) [6] 라이터 2010.08.08 3379
17 놀란 감독 나뻐요. 그 놈의 인셉션이 뭐길레.. [4] art 2010.08.04 3499
16 [궁시렁바낭] 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때 [17] soboo 2010.08.03 3835
15 [연애바낭] 언제 '이 사람이랑 만나보고 싶다' 생각하세요? [9] moonfish 2010.08.03 4103
14 길티 플레져의 반대말은 뭘까요? [14] 레드필 2010.08.02 4547
13 인셉션 어제 봤어요. (스포일러) [12] 푸네스 2010.07.28 3843
12 인셉션 보고 생각난 속담...(스포일러 일수도) [13] 슈베이크 2010.07.26 3408
11 크리스토퍼도 놀란 감독. 도라 주연. <<인셉션>> [3] whoiam 2010.07.25 3006
10 인셉션 잡담 [스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의 요망] [1] 익명의사 2010.07.25 2574
9 [바낭]인셉션 스포를 피하고 싶어서~나는 곁눈질을 했고.. [10] 타보 2010.07.25 2555
8 인셉션을 심야로 보고..[스포약] [5] 라인하르트백작 2010.07.24 3188
7 인셉션 분석 가이드 (링크) 눈의여왕남친 2010.07.22 2996
» <인셉션> 재밌었는데 실망했습니다 (스포 없어요) [18] magnolia 2010.07.22 5301
5 <인셉션> IMDB 트리비아 번역 [7] 빠삐용 2010.07.22 3477
4 인셉션 이야기 가운데 마법사의 제자 보고 왔습니다.(스포 無) [4] 리쓰 2010.07.22 22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