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잡담] 고맙습니다 외.

2014.08.23 16:20

잔인한오후 조회 수:2324

감사하다와 고맙다는 양자택일로 고민하게 되는 형용사 중 하나죠. 이 글 제목으로도, 감사하다고 써야하나 고맙다고 써야하나 고민했어요. 그래서 그럴 땐 사전 검색을 해보고 마음을 정하는데, 감사하다는 "고마운 마음이 있다", 고맙다는 "남이 베풀어준 호의나 도움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라 고맙다를 선택했습니다. 두 번 돌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제가 고마운 것은 [남이 베풀어준 호의]에 대한 것일거구요. 언젠가 꼭 이러한 표현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습니다.


그 기회란, 제가 어제 [사회조사분석사 2급] 자격증을 실기 합격이 확실시 되어 획득하게 된 데 있습니다. 사실 이 자격증에 그렇게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취업이라는 용과 싸울 때 이쑤시개 하나가 더 있느냐 없느냐 정도? 통계학과를 나오는 학부생들이 스펙삼아 따는 자격증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조사분석 관련 업체 채용회에서도 한 번 물어봤을 때, 생각했던대로 역시나 "아, 이 지원자가 조사분석에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구나." 정도를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뭐, 공과계통이나 IT 계통에서 이야기되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급은 유명하기도 하구요. '그런걸 따는 시간을 보낼 바에 차라리 실무적인 것을 하나 더 배워놓는게...'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랬던지 말았던지, 제게 있어서는 참 오랫만에 외부에서 인정/인증하는 성과를 하나 올린 기분이고, 그 과정에서 듀게가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통계 쪽에, 그 이전에 인구 쪽에 그렇게 아주 큰 관심이 있었던건 아니고, 11년도 쯔음에 줄어드는 학생들과 늘어나는 노인들에 조그마한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죠. 거기서 자료를 구하는 큰 전환점이 되었던건, 18대 대선에서 젊은이들이 투표율로 욕을 먹어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걸 계산해봤던 것이었습니다. 인구학과 통계학 양 측의 논리로 자신의 담론을 뒷받침하는 글이었죠. 17대 대선부터선가 투표율에 대한 세대 범주화가 세분화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18대 대선 결과로 굴러다니던 범주-통계적 프로파간다도 선명하게 기억도 나고, 지금도 스크랩 되어 있습니다. 그건 제가 잊지 않을 것 중에 하나에요.


돌아와서 작년 4월 쯔음에 정리했던, 통계청의 인구 추계와 가구 추계, 그리고 자살 통계 설명글이 제 통계학적 탐구심에 불을 붙였죠. 그  때 당시 전 정말 우울하게 살고 있었고, 자기효능감 내지 자기증명을 얻기 위해 뭐라도 기를 쓰고 만들던 시기였습니다. 그런걸 만든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인정해준다고 해서 학설로 존중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던 거지만, 그저 제가 어떤 정제된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그 가능성 자체가 절 따뜻하게 데워주었죠.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냥을 태워가며 몸을 데우는 소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행위였지만요. 자세히는 바로 그 두 글에서 잘했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게 더더욱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저 통계청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희석하여 내놓았을 뿐인 것에 많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었죠.


논문이나 보고서, 보도 자료를 읽고 짜깁기해 정리하는 것, 이 제가 듀게에서 써 왔던 학술 관련 주제들 구성의 전부였고 그래서는 양에 차질 않았습니다. 그러한 결론들로 어떤 전체나 부분, 그리고 상관관계를 유추해서 쓸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명확한 검증적 결과로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배워보고 있고 어떻게 될진 모르겠어요. 이제 어디에다가나 마구 맞춰서 써먹으면 안되긴 하지만, 로지스틱 분석이나 군집 분석, 판별 분석들을 배웠으니 어떻게든 써먹어보고 싶긴 하지만 그만큼의 계량 자료가 제게는 없군요. 대학원 같은 것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과연 무언가 할 수 있으려나요.


어쨌거나, 긴 시간동안 지루한 자료 해석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던 것에 고맙습니다. 그래서 정말 끔찍하고 싫었던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난생 첫 자격증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 자체는 재미있긴 한데, 평가는 정말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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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예비군 갔다가 잘못 만진 옻나무에 옻이 올라 거진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죠. 여러분, 줄기가 빨갛고 맨들맨들하고 (약간 광택이 남) "날 만지지마!"란 느낌이 확연히 나는 나무를 꺾어서 멍청하게 위장하는데 쓴다던가 그러지 말아요,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합니다. 그 동안 '하, 옻 잠깐 올라도 이렇게 고생스러운데 아토피 등의 만성 피부염 있는 사람들은 정말 어어ㅓ엄처ㅓ엉 힘들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옻은 약 먹고 바르고 주사 맞으니 느리게나마 가라앉더군요. 신기했던 점은 얼굴에 옻이 약간 남아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옻 이야기가 소재가 되면, 자기 주변에 최근에 옻 오른 사람이 꼭 한 명 더 있더군요 다들. 여름에는 옻닭 먹어서 오르는 사람도 있고 그런가 했지만, 저는 제가 걸리기 전엔 누가 오른걸 한번도 못 봤기 때문에 꽤 신기했습니다. 저도 [주변에 옻 오른 사람]이 되긴 했지마는. (딴 이야기지만 성서에서 히스기야 왕이 피부염 걸려서 요단강에 열 번 씻고 낫는다는 이야기를 믿음을 통해서 그런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설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딱 일주일 고생해도 고치려면 웬만한건 다 할 수 있겠다! 싶은데 평생 고생하면 물 속에 열 번 못 들어가보겠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옻이 다 가라앉은거 같은데도 손가락 2개 정도의 옆면이 간질간질하고 부어오른 것 같아서 피부과에 갔는데 습진이라고 하더군요. 좀 충격받았어요. 지금까지 설거지를 하며 고무장갑을 안 끼고 해왔는데 이제 껴야하나 싶더군요.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갖 알레르기성 염증이 도지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옻 때문에 얼굴이고 어디고 하루에 열 번 이상을 세수하고 씻어서 그런걸까요. 음? 검색해보니 물과 자주 접해서 생기는게 아니라 습진도 알레르기성인가 보군요.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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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가게 되면, 2시간만 아주 유심히 봐도 과부하 걸리더라구요. 몸이 힘든게 아니라 머리가 메모리 부족으로 멈춘다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언제 그 한계를 느꼈냐면 오전에 영화를 보고 정오에는 전시회 두 군데를 관람한 후에, 오후에 연극을 보니까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더군요. 시간 대비 정보효율에 있어서는 보고 듣는게 가장 쎈 듯 하덥니다. 책은 아무리 빨리 읽는다 해도 하루 종일 읽어도 그 정도의 과부하에 도달하기 매우 힘드니까요. (어쨌든 그 날 저녁에 괜찮으면 연주회에도 가볼까 했는데 도저히 정신력이 따라주질 않더군요.)


미술관에 가서 본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으면서도 쓰고 싶지 않네요. 기억을 또 꺼내서 쓰는게 고역이니까요, 그런데 또 써 놓으면 나중에 읽는 자신에게는 좋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많이 잊어버릴테니까. 허정웅이란 사람이 기증했다는 작품들은 3번째 보니까 이미 다 본 게 되더군요. 그리고 주제에 따라 어떤 작품을 꺼내놓을지도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전시회가 있었는데, 이름은 그림책 전시회지만 비룡소 출판사와 연계해서 거기에서 나온 책들만 전시해놨더라구요. 그래도 그림책을 만들 때 쓰는 그림 원본들을 전시해 놓은게 볼만 했습니다. 세밀화 같은 경우도 좋았지만, 비룡소 그림책하면 꽤 유명했던 [파도야 놀자] 스케치도 좋더군요. 아, 그리고 그 분의 [거울속으로]란 작품도 보게 되었는데 '.... 음.... 이렇게 결말을 내도 되는걸까?' 싶었습니다.


전시작품을 둘러보다 너무 지쳐서 목판본을 막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뒤 쪽에서 도슨트가 올라오면서 "이 쪽은 루쉰의 목판화입니다"라고 하는데 '어어ㅓ어엉? 루쉰이었어??'하고 다시 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루쉰 책을 읽어본 적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전혀 아니고 왠지 두 곂으로 돌려서 알게 되는 사람 중에 한명인데 나중에 결국 책으로 마주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미 제 정신 메모리는 바닥이었기 때문에 알아도 잘 안 보이더군요. 다시 와야겠다 싶었습니다. 참고로,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알록달록 그림책 놀이터], [달콤한 이슬], [허정웅 컬렉션]이었습니다. 머리도 과식이 있구나 싶어, 소화 할만큼 먹어야 힘이 남아서 글도 쓸 수 있겠구나, 하고 다음 번에는 적당히 먹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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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통계청에 자료실이 있다고 해서 놀러갔던 후기를 정리해야되는데 참 귀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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