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표절 논란 얘긴 일단 스킵하겠습니다... 만. 본인이 그 소설을 읽어봤다고까지 밝혔다면 해명의 어조라도 좀 조절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많이 영향받은 건 사실이지만 저작권료 내거나 표절이라고 욕먹어야할 정돈 아니지 않느냐... 라든가;


2. 업그레이드(혹은 업데이트)판 '쉬리' 같단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미국 영화 흉내'의 향기가 진하더라구요.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보고 '도대체 이게 왜 히트를 치는 거야?' 라며 짜증을 냈던 쉬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그럴싸하게 잘 된 흉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좋게 보셨던 분들도 있겠지만 쉬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제겐 용서가 안 되는 작품입니다. 타이타닉 1분 분량의 제작비로 해냈다며 자랑하던 제작진의 자부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제가 불만을 느꼈던 부분은 제작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액션씬 구성 자체가 완전히 허접하고 드라마도 심하게 대충대충이면서 헐리웃 블럭버스터 '분위기'만 따라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_-; 그에 비해 '베를린'은 훨씬 괜찮았어요. 액션도 류승완 감독답게 합을 맞추면서 꽤 신경써서 찍었고 여주인공의 고단한 삶(?)에 대한 묘사도 쉬리 따위(쿨럭;) 보다는 훨씬 나았죠. 적어도 전지현이 죽을 때 안타까움을 느끼긴 했으니까요.


3. 쌩뚱맞은 얘기지만 자꾸 옛날 옛적 스피드011 광고들 생각이 나더군요. 한석규의 모습이 영화의 배경과 함께 멀리 잡힐 때마다 자꾸만 '잠시 꺼 놓으셔도 좋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뇌 속에서...;


4. 배우들 연기는 그냥 좋았네요. 한석규 연기에 대한 평이 좀 엇갈리고 특히 '재탕'이라는 의견이 많던데, 한석규 나이가 올해로 50입니다. 세월아ㅠㅜ 이제 가장 잘 하는 캐릭터 하나 잡아서 정착(?)할 때도 됐죠 뭐. 게다가 극중 캐릭터와 잘 어울렸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닌가 싶구요. 하정우는 요즘 워낙 인정받고 잘 나가는 데다가 이 영화가 하정우 원맨쇼격의 영화라 그런지 잘 해도 오히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인 와중에 액션 연기 쪽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이 했겠더군요.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전지현이었어요. '도둑들'에서도 호평이긴 했지만 그 땐 캐릭터가 '엽기적인 그녀' 시절 정도의 연기면 충분한 역할이었잖아요. 이번엔 꽤 무게 잡고 진지하게 가는 역할인데도 잘 하더라구요. 덕택에 클라이막스의 간절함이 많이 살았습니다. 게다가 물론 예쁘고(...) 또 거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라서 더 소중했습니다. 쿨럭;


5. 본 시리즈 스타일의 액션이야 이 영화 뿐만 아니라 그냥 시대의 대세(?) 정도라서 딱히 따라한단 느낌은 안 들었어요. 근데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에서 너무 심하게 따라해서 그 부분에서 웃어 버렸네요. 한석규 나레이션 깔면서 하정우가 우다다다 달리는 장면이나, 역에서 내려 핸드폰으로 컴백 예고-_-남기고 바로 휴지통에 던지면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장면 말입니다. 거의 패러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느낌이.


(이 노래 깔아줬음 딱이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액션 영화 외길' 류승완 감독 답게 한국 영화의 액션씬 치고는 꽤 신경써서 짠 장면들이 많아서 맘에 들었구요. 요즘엔 다른 영화들도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편 탕! 저쪽편 탕! 우악! 숨어! 타타타탕 팡팡! 왠진 모르겠지만 적군을 섬멸했다!!! 이런 전개가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 다만 그 와중에 한석규의 액션씬은 가끔 웃겼습니다. 어설퍼서가 아니라 너무 폼이 나서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앞 총격전씬에서 마지막에 쑥 튀어 나와 방심한 적을 한 방에 사살하고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시크하게 걸어가는 장면 같은 건 거의 홍콩 느와르의 주윤발이나 적룡급 사기 캐릭터나 취할 폼인데 한석규 캐릭터가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


6. 제대로 된 흉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고 저도 공감합니다만. 어차피 류승완이잖아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급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을 것도 아니고. 액션 진도 나가야죠. 하하;


7. 많이들 말씀하셨던 '대사가 안 들려요'의 문제는 저도 똑같이 느꼈구요. 음향도 음향이고 배우들 발성도 좀 아쉬웠습니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모두 따박따박 정확하게 발음하진 않지만서두요.


8. 음악이야 뭐. 감성 폭발 발라드 난무가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하죠. 


9. 과연 속편이 나올까요? 흥행이 대박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잘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속편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든가 나오면 어떨지 되게 궁금하다든가 하진 않지만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31 [잡담]손금이 특이하신분 있나요?.. [23] 타보 2010.08.25 7694
30 [바낭] 최근에 쓰고 좋았던 화장품 [26] 소소가가 2011.11.02 4926
29 [바낭] 오랜만에 간략한 아이돌 잡담 [13] 로이배티 2014.02.02 4425
28 [바낭] 걸스데이의 간략한(?) 역사 [14] 로이배티 2013.06.24 3991
27 [바낭] SM 12인조 신인 엑소의 1년만의 컴백무대 + 잡담 몇 개 [19] 로이배티 2013.05.30 3945
» [스포일러] 좀 때늦은 느낌의 '베를린' 잡담 [11] 로이배티 2013.02.12 3452
25 [붕괴하는 일상 잡담] 자기 옹호. [21] 잔인한오후 2014.06.28 3106
24 [바낭] 매번 제목 적기 귀찮은 아이돌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12.12.23 2988
23 [일상 잡담] 통계를 배우는 과정에서. [26] 잔인한오후 2014.07.15 2956
22 [아이돌] 7월에 활동한다는 (그냥저냥 이것저것) 아이돌 잡담 [14] 로이배티 2012.06.26 2866
21 [고냥/잡담] 죠구리와 숯의 근황, 새 화장실 사기/ 벱후님과의 카톡대화 시리즈. [8] Paul. 2012.11.05 2720
20 영어 writing 실력을 향상시킬려면? [9] 딸기봄 2011.11.30 2485
19 [일상 잡담] 고맙습니다 외. [14] 잔인한오후 2014.08.23 2408
18 [바낭] 오늘 감자별 잡담 [12] 로이배티 2014.02.27 2406
17 [잡담]개천절인데 하루가 애잔합니다. [6] 타보 2011.10.03 2331
16 [마음이 식는 일상 잡담] 운동, 상담 그리고 [6] 잔인한오후 2014.06.19 2220
15 [단문&기사링크] 인천 공항 급유 시설을 결국 넘기겠다네요 [6] 로이배티 2012.07.30 2100
14 [비일상 잡담] 꽤 늦은 엑스포 후기 [18] 잔인한오후 2012.07.05 1934
13 [바낭] 행운을 빌어요 [17] shyness 2012.12.07 1922
12 [일상 잡담] 약한 흥분 내지 불면증. [10] 잔인한오후 2014.06.25 18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