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오셨습니다 흑흑ㅠㅠ

정말 내가 죽기 전에 그 분을 영접할 수 있을까 오매불망 고대하던 공연이었는데요. 작년에 갑작스런 복강경 수술로 공연이 무산되고 정말 실망했었어요.

올해 공연은 작년보다 예매 전쟁은 수월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번에는 비소식이 있네요. 게다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 한다는데 4일 황금 연휴.

사람들 다 여행갈 것 같은데 공연장이 다 차기는 할까? 좌석 텅텅 비어있어 폴맥경 실망하고 한국 이제 안오시는 거 아닌가? 하늘 뚫려있는데 비 오면 어떻하지? 폴맥경 비 맞으시고 병 나시명 어떻하지 별별 걱정이 다 스쳐갑니다.

네 원래 사서 걱정하는 체질입니다.



그렇게 걱정을 끌어안고 주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본공연은 8시인데 예스 24에서 7시부터 사전 공연이 있으니 일찍 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7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와...살다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 2002년 월드컵 이 후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출입구까지 들어가는 줄만 해도 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한 시간 일찍 도착한 건데. 들어가보니 이미 좌석엔 사람이 바글바글. 

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지요? 경기장 다 안 찰까봐 염려한 헛걱정이 한 큐에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사전 공연 틀어준다는 전달과 달리 스크린은 30분 전에야 내려오고 이것도 공연이 아니고 사진 영상이었습니다. 같이 간 동행은 이 인원이 8시 다 되서 우르르 들어오면 사고날 수 있으니 주최측에서 사전 공연 페이크 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럴듯한 추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첫 곡이 eight days a week 그 분이 진짜 한국에 오셨다는 환희와 함께 뭉클했어요. 왜냐하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곡은 비틀즈 시절 폴 매카트니 작곡인데 존 레논 보컬이거든요. 레논의 목소리로 항상 들었던 노래를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로 들으니 갑자기 레논의 부재가 상기되면서 찡 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종종 있었어요. We can work it out의 존 레논 파트나, Paperback writer, Lady madonna 같은 곡도 존 레논의 코러스가 강한 곡이지요. 그리고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같은 레논의 곡을 본인이 소화하기도 합니다. 레논 팬이라서 순간순간 짠했어요.


오랜 역사답게 정말 명곡이 많으시죠. 160분 넘게 짜투리곡이 아니라 유명 넘버들만 나오는데도 시간이 모자르네요. Long and winding load를 부르시는데 순간, 힘든 시기에 비틀즈 1 앨범 나왔을 때 주구장창 듣고 다니던 기억도 나고.  And I love her, Blackbird의 아름다운 발라드가 이어지는데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 지구상 최고 천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그의 곁을 떠난 중요한 분들의 추모가 있었습니다. 린다 매카트니를 위해 Maybe I'm amazed, 레논을 위한 Here today, 조지를 위한 something. 정말 많은 일을 겪으시고 이 분은 이 곳에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 계시는 것이구나 느껴졌습니다.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 어쿼스틱 기타를 넘나드시며 공연하시는데 정말 꽉꽉 찬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60년 가까운 공연 내공의 폴맥경입니다. 쇼맨십이 정말 대단하세요. 피아노에 턱괴고 요염한(?) 포즈로 관객석 보실 때마다 난리났습니다. 베이스 기타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드시고. 한 번은 기타를 무대에서 던지려고 하시는데 허걱-(아 저걸 맞고 뇌진탕에 걸리더라고 기타 안고 쓰러지면 저 기타를 갖겠구나. 누가 받을지 완전 부럽다) 별별 생각이 스쳤지만 결국 안 던지시더군요. 경매에 내놓으면 수억에 팔릴 기타인데 당연한 건가요? 60년대 녹음할 때 쓰던 베이스도 들고 나오셨습니다.


'한국와서 좋아요'부터 시작해 '대박'같은 말은 적재적소에 사용하시고 정말 한국어 멘트 많이 하시더군요. 칠순 넘으신 분이 벼락치기라도 한신건가. 대단하셨습니다. 괜히 천재가 아닌 것 같아요;;;

현대 카드 주최측도 준비를 많이 했는지 NA 카드를 그라운드 석에 배분하고 우비도 나눠주시고. 렛잇비 나올 때 핸드폰 조명 켜달라는 현수막도 공연 전에 미리 들고 왔다갔다 하시더라구요. 덕분에 롱앤 와인딩 로드랑 렛잇비, 헤이 쥬드에서 장관이 펼쳐졌어요. NANANA 후렴구에서 관객석의 NA 카드 물결이 스크린에 비춰지는데 정말 대단했어요.

폴맥경 맨트 하실 때마다 자막 입력하시는 분이 있으셔서 스크린에 그 때 그때 띄어주시는데, 폴맥경 발음이 또렸하시고 멘트도 어렵지 않아 이미 관객들은 거진 다 알아들은 상태에서 항상 반박자 늦게 입력되는 바람에 간간히 웃음을 주셨습니다.



공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Live and let die 울려퍼지는데 미사일 같은 폭죽 불꽃이 하늘을 향해 솟고 난리가 났어요. 기타리스트 분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 하시고 귀여우셨습니다. 스킨헤드 하신 키보드 하시는 분은 아코디언, 탬버린, 피리(?) 등등 여러가지 악기를 도맡아 소화하시는 만능이셨는데 폴맥경이 따로 소개해 주시더군요. 

비가 정말 엄청 많이 왔어요. 저는 예매 경쟁에 약해서 2층 20열 겨우 예매 했는데 럭키했던게 17열 부터는 지붕이 없어서 우비 쓰고 공연 관람 하시더군요. 그런데 우중 공연도 나름 재밌었을 것 같아요. 오브라디 오브라다가 울려 퍼지고 앞에서 우비 쓴 분들이 단체로 당실당실 춤을 추시는데 정말 귀엽고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하다못해 스탭분들도 덩실덩실. 주경기장의 사람들 모두 비 따위는 상관없이 즐거워 보이고 정말 장관이었어습니다.


헤이 쥬드 끝나고 폴맥경 퇴장하시고 앵콜 외치는데 헤이 주드 후렴구가 점점 강해지니 다시 나오신 폴맥경, 관객들이 부르는 헤이 쥬드에 반주를 넣어주시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데이 트리퍼랑 I saw hes stnding there 앵콜곡이 시작되고 관객석까지 다 스탠딩된 상태. 그리고 들어가시나 했더니 스탭으로 보이시는 분이 폴맥경을 가로 막고 기타를 내밉니다. 어딜가냐 공연 더해라 분위기. 난감해하는 폴맥경. (나중에 알고보니 연출된 깜짝쇼였습니다;;;) 한국어로 '가야해요'라고 하시면서 손 모으로 자는 시늉하시는데 다시 귀여우셔서 쓰러지고 다시 앵콜이 시작됩니다. 이 노래를 안 하고 가시면 섭섭하지요. 예스터데이 ㅠㅠ 그리고 애비로드 골든 슬럼버부터 시작되는 매들리가 시작됩니다. 이 곡이 나오면 그럼 진짜 공연이 끝난 거겠지요.


폴맥경 정말 나이가 느껴지지않게 활력이 넘치시고, 유머러스 하시고. 아직 건재하세요. 목 상태도 런던 올림픽 때보다 훨씬 좋으셨어요. 끝나고 여운이 남은 관객들이 비틀즈 노래를 열창하면서 공연장을 나서기도 했습니다. 정말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관객들이 모인 것도 특징이었어요. 공연 규모나 관객들을 휘어잡는 능력이나 정말 스케일이 다른 공연이었습니다. 폴맥경  '한국 다시 올게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도 남기셨는데 약속 지켜주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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