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사람이 무섭다

2012.12.22 19:33

데메킨 조회 수: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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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섭다]패인분석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칼질
최선을 다해 싸워준 문재인 후보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편집부  | 등록:2012-12-21 13:21:26 | 최종:2012-12-21 13:43:1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대선이 끝나고 서프라이즈에 워낭소리님이 올린 글을 필자의 양해를 얻어 소개합니다...편집자) 

절치부심하며 기다린 오 년의 세월, 단 하룻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무너져내린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암흑천지. 87년의 대선 패배, 2007년의 대선 패배, 2012년 총선 패배 이은 네 번째 악몽이다.


일제강점기의 장렬하게 산화하신 항일지사들과 반독재투쟁에 스러져간 수많은 민주시민들, 그리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외로이 싸우고 떠받쳐오신 호남 사람들의 면전에 너무도 부끄러워 차마 낯을 치켜들 수가 없다. 도대체 이 빚을 언제 어떻게 갚아야 할까. 빚갚기는 고사하고, 내 생전 좋은 세월 못 보고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나는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문재인의 패배가 확정되기가 무섭게,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패인분석이라는 이름의 잔혹한 칼질!


칼질하는 사람들에겐 오로지 박근혜에게 유리한 관권개입, 언론의 대대적인 편파방송 등 선거부정 따위는 아예 논외다. 박근혜가 민주당 후보였고 문재인이 박근혜의 자리에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법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조차 없다. 어쩌면 그렇게도 야박하고 편파적인가.


그런 논리라면, 동학농민군은 핫바지 입고 죽창으로 싸웠다는 이유로 욕 들어먹을 게 분명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한 광주시민들은 탱크도 헬기도 없이 사복입고 허접한 전투력 하나만 믿고 특전사와 싸운, 무뎃보의 인간들이라는 이유로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다. 과연 그게 온당한 처사일까? 나아가 이것과 문재인의 패배를 견주어 설명하는 게 논리비약일까? 이와 같은 논리로, 우리 내부의 자학적인 칼질에 의하여 만신창이가 된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이다.


단지 패배했다는 이유 하나로 한 인간의 가치가 난도질당한다면, 오로지 승자만이 정의롭다. 정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풍토가 이러다 보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가 득세하고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들은 모욕받고 삼대가 빌어먹을 수밖에. 이렇듯 민주세력 스스로의 손으로 패대기친 결과는 전통의 부재로 귀결된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옛것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진보주의의 가치라면, 그 따위 진보는 개한테나 줘버려라. 전통 하나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한 주제에 천하를 얻겠다니, 서천 소가 웃을 일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도 신주처럼 모시는 저들을 보라. 과연 어느 쪽이 잡놈일까.


문재인은 최선을 다하였다. 그것도 온갖 악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이다. 김대중 정부하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룬 노무현보다 더 악조건에서 싸웠다. 그런데도 평가는 봐주기 괴로울 만큼 야박하다. 심지어는 안철수가 나갔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논리까지 들이댄다. 역사에서 가정법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억지를 부린다.


하긴 나도 처음엔 안철수를 내세우고 문재인이 뒤에서 돕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되었다고 해서 가정법을 세워놓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그렇다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싸울 줄 알아야 현명한 유권자 아닐까? 그래서 2007년 대선에서도 터져나오는 불만을 꾹 누르고 정동영의 당선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탰다.


리더의 강하고 약함은 그 지지자들의 이와 같은 태도에 의하여 결정된다. 우리들과 같이 까다로운 태도로는 절대로 강한 리더 못 나온다. 저 쪽에서 나온 리더들이 왜 강한지 아는가? 그 지지자들이 리더와 자신들을 동일시하고 일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일편단심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패인은 간단하다. 문재인은 박근혜의 네거티브와 관권개입으로 졌다. 이게 패인이다. 젊은층과 중도층을 사로잡을 만한 정책이 없었다고? 없긴 왜 없어? 그 정도면 되었지 더 이상 뭘 바래? 그럼 컨텐츠도 정책도 없는 박근혜가 당선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래? 박근혜는 관권개입과 선거부정으로 당선된 최악의 당선자라는 사실과 그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투표성향 때문이라고 왜 말 못 하나?


내게도 문재인에게 단 하나의 불만은 있다. 질 때 지더라도 할 말은 속시원하게 해주길 바랬으나, 안철수의 눈치 보느라고 박근혜에 대한 공세를 하지 않은 점은 꼴불견이었다. 그렇게 신사적으로 했으면 이겨야지 왜 졌나? 차라리 이정희의 불꽃 파이팅을 높이 평가한다. 이정희 때문에 졌다는 개소리는 칩어치워라. 그게 불안하면, 신사적으로 해서 이겨보든지. 앞으론 할 말은 하고 살자. 우리가 뭔 죄를 지었다고 맨날 전전긍긍인가.


이 글을 끝으로, 나는 붓을 그만 놓을까 한다. 당분한 침묵할지 아니면 영영 침묵할지는 미정이다. 아무튼 그 동안 내 졸필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싸워준 문재인 후보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 나라 사람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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