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분열쟁점

2015.09.23 14:27

잔인한오후 조회 수:1142

http://sonnet.egloos.com/5430884 - 분열쟁점 : 샤를리 엡도 테러의 반향 _sonnet


분열쟁점(wedge issue)이란 말이 있다. 별 문제없이 잘 지내던 사람들에게 어떤 소재를 주면, 금새 사람들이 패를 나누어 싸움을 벌이게 되는 그런 떡밥을 말한다.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는 피하는 것이 미덕인 정치 이야기 같은 것이 되겠다. 그런데 실제로 분열쟁점은 좀 더 전략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정치판에서 어떤 정치인의 지지자 중 반쯤은 낙태 지지자이고 나머지 반은 반대자라고 하자. 그럼 그 정치인에게 낙태 문제를 들고가서 논쟁을 거는 것이다. 그럼 그가 무슨 대답을 하더라도 절반의 지지자를 잃게 된다. 아니면 반대로 적을 많이 만들더라도 일정 수의 우리 편을 결집시키면 성공이라고 판단해 떡밥을 던질 수도 있다. (후략)


듀나님의 [호텔]을 보면 문화소비자라는 개념이 있는데, 유리통 속에서 기계가 생산해준 문화 생산물들을 소비하는 가축 역할을 사람이 합니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음식 소비자도 따로 있고, 마찬가지로 통 속에서 오직 기계가 생산해주는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만 목적이 있습니다. 가끔 '아- 문화 소비자가 되어 평생 살고 싶다~'라는 헛소리를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혹시, 이미 문화소비자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잉여 시간이 생길 때마다, 가만히 앉아 서사 생산처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그렇게까지 내게 별 의미는 없는) 최신 정보들을 주워 삼키다 보면, 이게 뭐하고 있는 일인가 싶고, 또 글을 쓰자니 소재로 삼을만한 정보도 경험도 밑천이 바닥나서 메타소재(예를 들어 게시판에 대한 게시판 이야기, 또는 속한 집단에 대한 집단 이야기)를 쓸라치면 흉한 것입니다. 어쩌면 책을 읽던 것이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재료로 쓰려고 했던건가 싶기도 하구요. (자랑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특정한 주제로 수다라도 떨 수 있으니.) 정보가 흘러다닐 수 있는 도관은 훌륭하게 건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은 부실하다고 할까요.


누군가가 흥미로운 소잿거리를 꺼냈으면 싶으면서도, 내가 그걸 못하니 투덜거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 최근에 계속 곱씹어 보고 있는 개념이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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