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동적평형 정모 후기

2015.10.15 08:39

칼리토 조회 수:1080

매월 세번째 수요일이 정기모임 날짜인데 이번에는 한주 앞당겨서 진행했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 도서는 일본 만화가 나나난 키리코의 "호박과 마요네즈"라는 작품이었네요. 


나나난 키리코는 그림이 뛰어난 만화가라기 보다는 여성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하게 펜과 먹, 톤으로만 이뤄진 다소 심심하다 싶은 그림체는 여백의 미를 느끼게도 하고 공백에 있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이 있더군요. 


신입회원들과 기존 회원들이 모인 첫자리여서 조금 긴장된 분위기도 있었지만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발제자의 발제가 있었는데 사실 이 발제가 기대되는 부분이었던 것이 이 짧은 만화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가 궁금했거든요. 실제로 본인의 20대에 읽은 당시 20대 작가가 그린 청춘의 사랑과 방황, 허무와 회복을 그린 이 만화를 지금에 와 이야기한다는 것이 난감하다는 말로 발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호박과 마요네즈"의 내용은 단순하고도 복잡합니다. 젊은 청춘 남녀가 나오고 그들의 각박하고 비루한 일상이 등장하고 먹고 살기 위해 매춘까지 하게 되는 상황속에서 과거의 연인(일방적인 관계였지만)이 등장하자 죄책감을 안고서도 바람을 피우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부각됩니다. 책의 말미에는 작은 희망이 보이지만 왠지 그 이후의 상황은 이전과 다를바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동시에 들게 되구요. 


발제자는 이 만화의 키워드를 "관계"와 "일상"이라는 두가지 단어로 정리하시더군요. 인물들간의 애착 관계와 그들의 엇갈린 감정..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원초적인 감정이랄까 욕망은 결국 일상에 일탈을 불러오고 올바로 형성된 애착관계없이는 일상도 유지될 수 없다는 그런 뜻의 발제였습니다. 일상이 마냥 일상답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실제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정답을 알면서도 자신의 감정(혹은 욕망)에 흔들리는 츠치다 미호라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안정된 관계의 동거인인 음악가 세이, 여심을 홀리는 나쁜남자 하기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이 이 책의 전부입니다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속에도 참 많은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각자의 감상에서 일본만화의 다양성을 언급하신 분도 계시고 이미 끝난 사랑이 다시 시작되기 어려울거라는 회의론자도 계셨고 남녀관계의 헤게모니와 사랑은 연장되면 의리가 되거나 신뢰관계가 된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저는 이 책에서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다시 나비가 되는 것 같은 변태하는 청춘의 모습을 조금 엿보았습니다. 


이 책과 관련해서 언급된 영화가 두편 있는데 하나가 "비스티 보이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도 사랑일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못본 영화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좀 알것 같았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달 주제 도서 선정을 위한 투표에 들어갔습니다. 


각자의 추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밀란 쿤데라(이해가 안되서..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_피터 린치(특별한 추천 이유가 기억이 안나네요)


마션_앤디 위어(요즘 가장 핫한 책이죠)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_배수아(자전적 여행 에세이같은데.. 배수아 광팬께서.. 쿨럭..)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_앤드류 포터(2008년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작이라는데서 점수를 까먹어 버렸습니다..)


닥치고 정치_김어준(총수처럼 수염 기르신 분이 추천.)


세속의 철학자들_로버트 하일브로너(두달 연속 발제할 수 없다는.. 의지로 추천하신듯)


마녀의 발견_데버러 하크니스(과학적으로 시작해서 로코로 끝난다고..)


와일드_셰럴 스트레이드(용기와 발견에 대한 책입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_다카하시 겐이치로(기발하고 엉뚱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묘한 책)


추천자의 절대적이고 강력한 영업에 힘입어 다음달 주제 도서는 배수아의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이 되었네요.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라는데 읽어볼 생각에 기대가 됩니다. 이제 곧 날씨도 쌀쌀해지고 눈도 오고.. 본격적인 겨울이 되겠지요. 역시나 책읽기에 딱 좋은 날들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모여주신 모든 분들.. 2차까지 와주셔서 감사하고 신입회원들이 들어오니 역시나 분위기가 또 조금 바뀌는 것 같아 좋습니다. 신진대사가 일어나야 동적평형이죠. 다음달 모임을 기대하며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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