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2012.03.18 02:15

에아렌딜 조회 수:973

'

 

 

 

NHK 대하드라마 江~姫たちの戦国~(고우~공주들의 전국) OST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곡입니다.

 

 

우울한 이야기를 싫어하시거나, 이 찌질이 관심병 환자에게 관심을 던져주기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스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껏 인정할 용기가 없었지만, 오늘은 기묘하게 평온한 기분이 되어서... 조금이지만 인정할만한 용기가 났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너는 잘못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 무척 괴롭습니다.

상대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저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처럼, 공격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자기 자신이 바르다거나, 잘못 따위 하지 않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게 사실을 지적한 것이어도... 너무나 힘들어요.

옛날에는 좀 더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내가 잘못되었다고, 잘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지적해오면 무척 괴롭고 슬프고 화가 납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알고 있어도, 그래도 화를 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요.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

 

나도 내가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얼마나 삐뚤어지고 악한 인간인지...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유치하고 한심한 인간인지도... 내 자신이 뒤틀려 있다는 것을, 나는 인식할 수 없지만 내가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들도, 남이 보기엔 더 눈에 잘 들어오겠지요. 내 어리석음을 숨기려고 하는 행동들이 남에게는 오히려 잘 보일지도 모른다고...

 

과거에는 누군가가 지적해오면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쳤어요. 계속 사과만 남발하는 것도, 내가 잘못됐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수없이 사과했지만, 그 사과의 백만분의 일도 아무 효과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나에 대해 지적해오는 사람이 내 전부를 알고 있는 듯 내 머리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구는 것같고, 나를 비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내 자신이 얼마나 삐뚤어졌는지 새삼 느낍니다...

 

내가 너무나 삐뚤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갑갑합니다.

제가 삐뚤어진 것 자체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범죄가 될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나 자신은 남에게 선택받거나 사랑받을 만큼 좋은 인간이거나 좋은 모습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간들 나만 망가지고 나만 부서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괴롭게 지낼 때면, 그리고 타인의 적대적인 반응을 경험할 때마다 제 자신이 모든 것으로부터 배척받는다는 느낌은 더욱 강해져 가요.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지만, 나에게 향하는 손가락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손가락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그저 나에게 화를 낸다는 사실이 두렵고 서글픕니다.

 

이전에 괴로움에 글을 썼는데 폰타님이셨나요.... 하신 말씀이.. 대강 기억하기로 게시판의 댓글에서 위안을 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내가 그랬던 걸까요. 나는 나도 모르게 게시판에서 위안을 찾으려 하고 있었나 봅니다.

전 제 생각에 단지 어디에도 물어볼 데가 없어서, 이야기할 데가 없어서 게시판에 물어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게시판의 댓글로 관심을 얻어서 위안을 삼으려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게 보인다니 그런 거겠죠.

 

점점 사람이 싫어져요. 힘들어져요.

누군가의 행간에서, 언동에서, 표정에서 나에 대한 혐오를 읽거나 조금이라도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거나 내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기색을 느끼면 너무나 지쳐 버려요. 울고 싶어요.

나도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지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겨울지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누구에게도 어떤 사람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자기 세계에 틀어박히게 되고... 너무 외로울 때면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럴 때 게시판에 쓰곤 했어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취사선택할 수 있으니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냥 지나쳐주겠지, 하고 생각하고요. 너무 낙관적이었나요.

누군가가 논평해주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이런 이야기는 게시판이 아니고 현실에서 해야 하나요?

현실에서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저는... 어디다 얘기를 해야 하나요.

자꾸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어서, 하지만 외로우니까,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서 이렇게 찌질대는데... 이러지 말아야 하나요.

약한 것은 그저 혼자 외롭게 있어야 하는 건가요... 누구에게도 약한 소리 하지 않고, 혼자 껴안고 살아야 하나요?

전 잘 모르겠어요. 왜 약한 소리나 말을 하면 욕을 먹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의 마음마저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인가요?

솔직한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솔직한 건 좋은 게 아닌 건가요?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한다는 게 왜 나쁜지 모르는 전 어린애인가요...

 

타고난 것은 어찌할 수가 없지요.

누구나 타고난 것은 바꾸거나 선택할 수가 없죠. 인종이나 성별이나 환경 같은 것은... 그것들은 바꾸기보단 받아들여야 하고, 그에 대해 원망을 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시간낭비겠지요.

내 불행은 온전히 내 탓이고 나만의 것이고, 그에 대해 원망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바보짓이겠지요. 알고 있어요.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자꾸 원망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환경에 태어난 것도, 누구 하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다 내 탓이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자꾸 거칠어지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는 내 마음은 어떡해야 좋은 걸까요?

어린애같이 남을 미워하면서, 나보다 충족되어 있고 나보다 사랑받는 다른 사람들은 내 기분 따위 알 리가 없겠지, 하면서 칭얼거리고... 그리고 점점 추해지고 더러워지는 내 마음을 보면서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구나 하고 자조하곤 합니다.

몸은 어른인데 유치하고 어리석은 정신을 갖고 있어서 비웃음 당하는 건가요?

전 정말 알고 싶습니다. 어떡하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도 나 스스로 의연할 수 있는지.

이런 건 종교의 영역 같은데... 딱히 아는 종교인도 없고 종교 그 자체에도 회의적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제 인간불신이 문제인 것일까요.

 

지금은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지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받고 싶어서 이렇게 찌질댄다고- 곧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고통이 날 찾아올 것이고, 다른 사람의 사랑 따위는 필요 없어, 난 나 혼자서 의젓하게 살고 싶어, 할 날이 오겠지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그럴 방법은 없을지...

 

두서가 없네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전 바보에요. 제가 바보라고 깨달은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하도 지적해주니까 겨우 난 바보라고 인식했어요. 하지만 왜 바보인지는 몰라요. 바보니까요! 아마 설명해줘도 모를거에요...

죄송합니다.

그냥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전에 화를 내버린 반반무많이님한테도, 폰타님한테도, 그외에 자꾸 눈살 찌푸리실 분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찌질함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용서해달라고는 안 하겠지만 못본 척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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