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근을 해야할 상황이었지만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기 위해 철판 깔고 달려갔습니다. 감상은....좋아요T^T. 왕자는 "날로 먹어도 비린내가 안 날" 것 같았고 백조는 왕자를 "한 입에 삼켜도 뼈조각 하나 안남기고 와삭와삭" 먹을 듯한 수컷이었습니다. 어째 묘사가 먹을 것만 있지만 제가 이상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사실 묘사입니다. 핫핫핫.


2. 두 시간동안 숨도 안쉬고 봤습니다. 무대나 연출, 조명, 의상 다 제 취향이었어요. 음악이야. 차이코프스키의 웅장하고 감정이 넘쳐흐르다 못해 감정 과잉인 음악이 싫을리가 없잖아요. 다만 신화팬인 모씨 덕분에 신화의 각종 공연 영상을 봤던지라 음악을 듣다가 왜 노래가 안나오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요.지금 캬라얀이 지휘한 빈 필의 백조의 호수를 듣고 있는데 좋습니다. 그래요, 전 내면에 변태를 숨기고 있는 듯한 캬라얀을 좋아합니다. 잘생겼잖아요. 쌔끈;한 은발을 휘날리며 지휘를 하는데 싫을리가 없잖아요. 원래 지휘자는 섹시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니 그 치아키 센빠이!도 나올 수 있었고. 언제나 섹시한 남자 중 1은 지휘자였고 여기에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각종 악기의 솔리스트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3. 리처드 윈저의 백조는 남자중의 남자. 페로몬을 향수로 뿌리고 다니며 남자여자어린사람나이든사람종이다른 사람도 한번에 후릴;수 있는 남자입니다. 도미닉 노스는 청순했습니다. 니나 골드만의 여왕은 완벽했습니다. 왕자가 마더 콤플렉스에 걸린 것도 이해가 갑니다. 엄마가 니나 골드만인데 여자친구보다 엄마가 예뻐요. 비슷한 엄마로는 나인의 소피아 로렌 엄마였습니다. 이런 분들이 엄마라면 없던 마더 컴플렉스가 절로 생기겠습니다. 


4. 남자와 자는 엄마를 질투하는 아들은 꽤 나왔던 것 같은데 왜 지금 생각나는 것은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오노밖에 안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부패하고 들큰하게 달뜬 죄책감 같아요.


5. 마지막에 백조무리와 싸우는 백조나 백조무리에게 다구리 맞는 왕자를 보면서 다른 것이 떠오르는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그런데 차이코프스키도 비슷한 수준일테니 제가 이상한 것은 다 차이코프스키 때문입니다. 


5. 가죽 바지를 입고 발레를 추다니!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그거 꽤 덥고 힘들텐데요....그래도 파드되 좋습디다. 무진장. 아주, 매우, 절실하게.


6.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장 가서 본 모씨의 평.

"제가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남자 발레리노의 상반신을 보려고 공연 보러 간 줄 알았죠"

"네"

"사실 그랬어요. 좋았어요??"

"무진장. 클로즈업을 큰화면으로 보니까 감동이 물밀듯 쏟아지더라구요."

"저도 갈래요."


우린 이래서 친합니다.


7.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를 다시 보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다시 봤습니다. 역시 좋았어요. 참 정직한 액션신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놀란 감독은 멜로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


8. 무슨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처가 목을 한번 치니 다 낳습니까.


9. 씨네 바캉스의 심야상영 시리즈를 봤습니다. 보러가기전에 낮잠자고 보고 와선 하루종일 잤더니 주말내내 영화말고 자기만했습니다.


10. 톰 셰비니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보니 좋습니다. 빠르고 달리기도 잘하고 체력도 넘치는 좀비만 보다 느린 좀비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역시 스타일은 느린 좀비에서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여주인공은 늘씬하고 총질도 잘하고 원샷원킬도 보여주고 다리 각선미도 끝내주고. 그리고 다 필요없이. 톰 셰비니의 분장을 한 좀비는 멋있고 웃겼습니다. 영화는 꽤 웃겼어요. 다들 낄낄거리면서 봤습니다.


11.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마지막이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이 좀비를 다루는 태도는 KKK단으로 묘사했죠. 아마 사진부터 마지막에 나온 나무 장면은 빌리 할러데이의 이상한 열매의 한 장면일 겁니다. 영화에선 턱시도를 입은 백인 중년 남자가 제일 쓸모 없었습니다.


12. 악마의 키스는 제목이 왜... 차라리 굶주림으로 하지 그랬어요.


13. 카트린 드뇌브가 데이빗 보위와 수잔 서랜든과 키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는 찬사받아 마땅합니다. 


14. 데이빗 보위를 늙게 만드는 장면 하나로 이 영화는 존재가 범죄인 영화입니다.

당사자인 데이빗 보위아 매우 즐거워 하며 분장을 하고 영화를 찍었겠지만요. 뱀파이어로 나오는 데이빗 보위라. 여럿 낚이고 여럿 충격먹을 겁니다. 요새 한국에선 보위옹 섹시 미노년으로 많이 유명해졌던데.


15. 이블 데드는.... 드러웠습니다. 무섭고 웃기고 드러웠습니다. '그' 장면말이죠, 영화관에서도 다들 드럽다고 경악하는 반응이 뜨문뜨문 들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드러...


16. 요새 샘 레이미 감독도 그렇고 피터 잭슨 감독도 그렇고 멀쩡한 메이저 감독처럼 나오는데 세월 참. 90년대만 해도 90년대만 해도 마이너 장르의 제왕, B급 영화의 대부, 드러움과 역겨움으로 유명했는데 말이죠...지금의 멀쩡한 영화들도 재미있게 보지만 옛날처럼 드럽고 웃기고 대놓고 막장인 영화를 다시 찍어 줬음 해요.


17. 주연 브루스 켐벨을 보고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내가 저 이쁜이를 어디서 봤더라...분명히 봤는데..."해서 찾아봤더니 번노티스의 그분이십니다. 이 아저씨 올드 스파이시 광고 모델이라면서요. 젊을 때 비주얼 참 대단했네요. 그런데 친구 샘 레이미 감독이랑 쿵짝이 맞아서 만든 영화가 이블데드니. 갑자기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18. 최근에 캐빈 인 더 우즈를 봐서 그런지 와, 도입부 똑같아!!라면서 봤어요. 아니, 그 장르에서 그 도입부가 아닌 영화가 드물겠지만 말이죠.


19. 11시부터 세 편의 영화를 보는 일정이라 들어가면서 샷을 3개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핫식스 먹고 와야해"라고 달려가는 20대가 있었어요.


20. 좋아하는 팬들끼리 보는 공모자 감수성이 넘쳐서인지 영화보는 내내 리액션이 좋았습니다. 다함께 낄낄거리면서 봤어요. 그리고 이렇게 영화보는 것도 좋네요. 


21. 낙원상가에서도 한참 헤메면서 삽질을 했었는데 영화보고 나와서토 길을 찾지 못하고 헤멨습니다. 새벽해가 뜨는데 잔뜩 고양되어선 지하철을 타고가기가 싫은거예요. 그런데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해 한시간을 헤메고 다녔어요. 알고봤더니 40초만 더 걸어갔어도 되는 것을 헤메고헤메고헤메고같은곳을빙빙빙. 종로는 길이 난해해요.


22. 좀비물과 장르물을 좋아한다는 사람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얘기를 했습니다. 역시 좀비는 느려야 스타일이 있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들. 그런데 그 사람의 좀비는 빨라야하고 새벽의 저주는 좋지만 랜드 오브 데드는 영 아니라는 말에 경악했습니다. 사실 그게 세상의 평가일 수 있어요. 새벽의 저주도 잘 만든 영화지만요! 랜드 오브 데드가 장르 영화지만요! 시체 삼부작도 별로고 좀비는 빨라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게 장르팬의 오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로메로옹이 어때서!!! 세상이 말세야!!! 엉엉엉, 이런 기분이 살짝 드는거죠. 어쩔수 없지만요. 28일후와 새벽의 저주 이후 더 강력해지고 더 날렵해지고 머리도 좋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가 부흥을 했으니 당연하겠지만. 톰 셰비니의 분장은 끝내준다구요. 사람살을 뜯어먹는 느릿한 좀비가 얼마나 무서운데요. 새벽의 저주의 그 쇼핑몰 설정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세월 참...222를 느꼈습니다.


23. 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중간 쉬는 시간에 맥주 한 캔과 치즈볼을 줬습니다. 옥상 정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다니. 영화팬들의 꿈 맞을거에요. 전 졸까봐 한두모금만 마셨어요. 그래도 졸렸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