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에 대한 좀 다른 시각

2011.11.03 02:29

데메킨 조회 수:2897

개인적으로는 한미FTA 자체는 찬성합니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한미FTA가 되어서 소소하게 이득 볼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iherb에서 주문하는 영양제와 약들이 15만원을 넘어도 관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요, 아마존에서 킨들이나 아이패드를 주문해도 관세를 물지 않게 되지요. 미국인들이 사는 값에 비해 비싼데도 옵션도 적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눈물머금고 사야 하는 호갱님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지요. 남들 아이폰 쓸적에 wi-fi 막아둔 옴니아가 아이폰같은 것인줄 알고 100만원 넘게 주고 사던 3년전 같은 슬픈 일도 없을겁니다.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금융분야나 서비스 분야보다도 제 주변 사람이 그 업에 종사하지 않는 농업분야인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비위생적으로 공장식으로 대량사육되는 싸구려 저질 미국 쇠고기 및 기타 육류들이 잠식해 들어오기도 하겠죠. (그래도 고급 한우는 잘 팔리겠지만. 애초에 냉동쇠고기하고는 맛이 다른거라...) 


민노계열에서 내세우는 반대 이유인 금융분야는 10년도 전인 IMF사태 이후로 자율화될 대로 자율화되서 미국 경기하고 한국 경기는 동기화된 것이나 마찬가지고요, 서비스 분야는 언어장벽과 고급인력 수급의 문제 때문에 미국이 원한다고 한국에 직접 진출하지 못합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장난질 칠 여지는 있겠지만, 그것도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겁니다. (김경준이 무슨 선진투자기법 어쩌고 가카와 손잡고 BBK 사기를 쳤지만 결국 미국에서도 범죄자 한국에서도 범죄자 되었습니다. 경제사범은 미국이라고 가볍게 처벌하지 않습니다. 더 심하면 심했지. 같은 분식회계라도 과거 엔론 회장과 대우 회장에 대한 법원의 응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만큼 그에 반하는 경제범죄는 아주 가차없습니다.)


한나라당의 FTA는 무조건 조속히 해야 선진국이 된다는 어거지와 야5당의 FTA하면 매국노라는 주장은 실제로는 둘 다 극단적인겁니다. 우리나라 정권이 멕시코나 볼리비아처럼 막장도 아니고 기업들이 미국에 기업들에게 숙이고 들어갈만큼 경쟁력이 형편없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원론적으로는 좋을 수 있어도, 그 파급효과는 정말 예측불허가 될 정도로 복잡합니다. 정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멕시코처럼 될 수도 있고 성공사례를 따라갈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야5당 모두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지만 민노-진보신당은 아예 국제무역이 FTA체계로 개편되간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하는 측면에서 반대하는것이고, 참여당과 민주당은 FTA 추세 자체는 인정하지만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대로 하면 막장으로 갈 거라고 보고 반대하는 것이라 비준 반대의 동력 자체는 꽤 다르다고 봅니다. 뭐 동기 자체가 다르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반대 연대의 불합리성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미FTA를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더라도, 재협상으로 바뀐 협정문안은 시간을 들여 곰곰히 따지고 분석한 다음에 문제점이 있는 조항은 끈기를 가지고 재협상해서 폐기하거나 수정하고, 그 연후에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가지고 비준하는것 또한 맞습니다. 생업에 바쁜 국민들이 대의기관으로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이유가 법을 만드는 일을 신중히 하라고 하라고 뽑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협정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당론이든 가카의 지시든) 무조건 몰려가서 수의 우위를 앞장세워서 위력으로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진짜로 잡것들이라고 봅니다.


한미FTA를 찬성하고 찬성하지 않고는 입장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대신 경제도 공부하고 법도 공부해서 국가경제를 잘못된 위치로 이끌어가지 않을 의무가 정권에게도 국회의원에게도 있습니다.


도는 소문에 따르면 1500페이지의 협정문을 완독하고 분석한 유일한 국회의원이 민주노동당 이정희라고 합니다. (외통위원인 정동영이 자기도 반의 반도 못 읽었다는데...)


그런데 남경필 이하 외통위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어느 구석을 봐도 논리적으로 한미FTA의 호혜를 말하는 구석이 없습니다.


맨날 하는 소리가 노무현 정권이 시작한거라느니 하는 떠넘기기식 작태만 보이고, 국민적 여론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노무현 정권의 열린우리당은 당시의 야당인 한나라당이 지금의 민주당 이상의 실력저지 행사를 하면 단독 성원이나 날치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강행통과시키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법개혁도 보안법폐지도 사학개혁도 물 건너 갔지만...그래도 제대로 밟는 민주적 절차가 법안 하나하나보다 더 소중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찬반 입장을 떠나서 저는 국회의원의 바른 자세를 보이는 사람은 이정희이고, 위임받은 정권을 깡패처럼 휘두르는 쪽은 역시 딴나라당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애석하게도 다른 민노당 의원들에겐 그런 호평을 할 수는 없겠군요. 강기갑이 뭐 농민대표를 자처하니까 반대 당위가 있긴 해도, 그건 농업직능 대표격인거지 국민 전체를 책임지는 태도라고 할 수는 없고) 


한미FTA에 찬성하는쪽이 반상식이고 반대하는 쪽이 상식이란건 맞지 않는 말입니다. 한 개인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커다란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동력원에 대해서 선과 악으로 빨간 선으로 가운데를 그어서 나눌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오만한 사람입니다. 한미FTA찬성한다고 매국노이고 반대한다고 애국자라는 말을 하는 것은 민노계열의 폐해중 하나인 교조주의적, 계몽주의적자세를 벗어나지 않는 태도입니다. 


오히려 현 무역체제에서 한걸음도 더 변화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민노-진보신당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보수 스탠스를 취한다고 해도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도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사회 정의에 있어서는 그들이 옳다고 해도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위임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제문제에 대한 몰이해때문에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민노-진보신당이 자초하는 문제입니다. 통신산업의 구조를 아는 사람들은 극렬 좌파조차도 노회찬이 wi-fi 무료 서비스 얘기 했을때 역시 쟤들은 경제 이해도가 없구나 하고 한탄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한미FTA 자체가 선이냐 악이냐 그런 논의는 옳은 논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주어진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 원칙적이고 상식적인 자세로 수행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태도로 접근하는 것 또한 현실에 대한 대처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경제에 어떠한 영향이 올지를 곰곰히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공천을 못 받을까봐 윗선이 시킨대로 완력으로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에 비해서는, 동기가 서로 다르다고는 해도 영향이 십년동안 경제체제를 바꿀 한미FTA에 대해서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한다는 야 5당의 입장 (민노와 진보는 사실 닥치고 폐기에 더 가깝지만 저는 그것에는 동의하진 않습니다)이 원칙적으로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연구해 보니 한국 경제가 실제로 피폐해지거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는 아무리 부자들과 재벌과 수구언론이 한미FTA를 좋아한다고 해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한미FTA를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동기가 아닌 저따위의 불순한 동기로 저런 과정을 거쳐 일을 하는 딴나라당 것들은 역시 개새끼고 응징을 받아야된다" 되겠습니다. 


아마 한미FTA를 반대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면 딴날당 의원들은 당장 반대할겁니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때 그랬었으니까 이건 추측이 아니고 사실입니다. 그때 미국이 시큰둥하던 한미FTA를 반대하고, 재협상 이후 불리해진 한미FTA를 찬성하는 그들은 원칙이고 소신이고 뭐고 없는 기회주의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떼로 덤비면서 육체적 힘으로 자기도 잘 모르는 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 2011년 11월의 대한민국의 현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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