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PD인 탁재형씨가 쓴 책입니다. 다큐멘터리중에 누들로드나 차마고도, 가까이는 슈퍼피쉬같은 접근법을 가진 책인데 다만 대상이 국수나 차, 물고기가 아니라 증류주라고 불러야할 스피릿에 집중되어 있지요. 그리고 술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머러스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집집마다 비법으로 빚는 가양주가 있었다지만 일제시대와 전쟁을 거치며 거의 멸종되다시피한 아쉬움이 있지요. 이 좁은 땅덩어리에도 그렇게 많은 가양주가 있었다면 세계를 둘러보는 다큐멘터리 피디의 눈에 띈 술이야 한두개이겠습니까. 나라마다 얽힌 추억과 거기에 수반되는 술들이 등장하고 술 한모금을 입에 물면 그 땅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이 아련하게 순식간에 되살아오는 경험을 한다는 저자의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희집 장식장에도 이런 저런 술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만.. 40여종을 구비하고 있다는 탁재형씨 집에야 못미칠 일이고 이처럼 유쾌한 저자를 꼭 한번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세상의 여러나라를 구경하고 온 입담 좋은 친구가 들려주는 여행담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루마니아의 빨링꺼와 우리나라의 죽력고가 가장 마셔보고 싶은 술이고.. 탁재형씨 술자리에 낄 기회가 생긴다면 집에 쟁여둔 사시까이야 그라빠를 들고 가고 싶습니다. 꿈은 이뤄진다던데.. 언젠가는 술 한잔 할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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