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말로 공연 후기 입니다.

2010.10.15 12:24

필수요소 조회 수:2065

쓰다가 한 번 날려 먹어서 안쓰려고 했는데 모님이 리퀘를 하셔서 다시 써봅니다.

 

http://djuna.cine21.com/xe/board/905402 

=> tora님 후기

 

http://djuna.cine21.com/xe/board/904904 

=> 태엽시계고양이님 후기

 

(부지런한 분들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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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좋은 기회 제공해주신 모회원님(닉네임 안밝히셔서 몰라유 ㅠㅠ)과 연결해주신 사춘기소년님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공연도 재밌었고 모인 분들도 좋았고 여러 모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연 얘기에 앞서 

아래 감상은 그냥 제 사견이고 제가 이런 공연과 재즈 자체에 박식한 사람은 아니라서 다른 분들의 감상은 저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마포아트센터에는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공연장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저희가 앉은 자리가 중앙은 아니고 왼쪽편인데 구석에서는 안쪽에 프로젝트로 쏘던 배경이 조금 가려져서 전부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연된 곡 순서는

 

1. Blues in the night

2. Black Orpheus

3. 빨간구두 아가씨

4. 떠날 때는 말없이

5. 산유화 (학생들과)

6. Mas que na da (학생들만)

7. 신라의 달밤

8. 개여울

9. 하얀나비 (전재덕과)

10. Sicilian (전재덕)

11. 봄날은 간다

12. 서울야곡

13. made in France (박주원과 배틀!^^)

14. 너에게 간다

앵콜

15. 동백아가씨

16. Sunny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기억력이라 시간이 지나면 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made in France는 순서가 알쏭달쏭합니다.)

 

 

어느 공연이나 그러하겠지만

무대에 어둠이 내려앉고 연주자들이 들어서기 전.

그 잠깐의 시간에 떨림은 시작됩니다.

 

과연 오늘은 어떤 공연을 보게될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

잠시의 적막이 흐르고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으면 마치 자이로드롭의 꼭대기에서 언제 떨어질까 기다리며 느끼는 약간의 스릴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첫 음이 정적을 깨며 그 떨림을 뚫고

공연은.

시작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또는 심드렁한 마음으로 말로를 기다렸을 사람들의 마음을 시작부터 휘어잡으며

분위기를 한층 신나게 만들어준 오프닝 곡은 blues in the night 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마이크 이상인지 세팅문제인지 말로의 목소리에 잡음이 섞였다는 건데 다행히 첫곡 이후에는 잡음이 사라졌더군요.)

첫 곡을 듣는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거 공짜로 봐도 되는건가. 너무 멋지잖아!' 였습니다.

네 마이크의 약간의 잡음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그 목소리만으로 환희를 줄 수 있는 멋진 가수라는 걸

첫곡이 끝나기도 전에 제게 다시 한 번 각인 시켰습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로 리듬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 흥겨움.

이 흥겨움을 이어가는 것은 보사노바의 창시자라는 루이스 봉파의 Black Orpheus 입니다.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죠.

평일 저녁에 하는 공연이라 일과에 지쳤을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또는  오늘분 에너지는 고갈되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는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으니 그걸 느끼기만 하면 된다고하는 듯한 즐거움으로 공연에 한층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오프닝 두곡을 끝내고 세션 소개와 앨범 얘기들을 하고 본공연으로 들어갑니다.

신보에 수록된 곡 중 첫번째로 부른 곡은 빨간구두 아가씨 입니다. 

 

전통가요들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이 노래는 어디선가 스치듯 들어본 기억이 나는 노래입니다.

난 정말 즐겁다는 듯한 흥겨움. 그렇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쉴새 없이 뿜던 두 곡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빨간구두 아가씨 에서는 좀 더 정제된 느낌으로 곡 해석이 변화합니다. 신나지만 그게 다가 아닌 듯한. 어떤 "신파"의 감정.

강약과 완급의 조절, 전통가요에 절절히 묻어나는 "신파"라는 감정을 현대적으로, 아니 아마도 재즈의 느낌으로 풀어내는 창법이라 생각됩니다.

전통가요에 절절히 또는 숨기듯 담겨있는 신파의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은 개여울떠날 때는 말없이 라고 생각됩니다.

학생들과 불렀던 산유화에서는 학생들이 좌절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만큼 말로의 독보적인 실력 돋보였고

학생들만 부른 Mas que nada 는  전통가요의 재해석인 말로 신보의 곡들이 자칫 너무 가라앉기만 할 수 있는데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멋진 보사노바 곡이었습니다.

 

전재덕과 함께한 하얀나비와 전재덕 솔로로 연주한 Sicilian은 하모니카의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감수성이 잘 묻어났습니다.

(음의 밸런스 문제인지 하얀나비에서는 종종 말로의 보컬에 묻혀서 전재덕의 하모니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제 귀가 둔해서 일 수도 있씁니다.^^)

 

신라의 달밤서울야곡을 들을 때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원곡에서 큰 편곡 없이 부르는 듯한 말로의 보컬에 비해 반주는 굉장히 재즈의 느낌이 강해서 전혀 다른 곡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공연 후에 corduroy님은 바로 그 점이 재즈의 재미라고 하셨는데 재즈초짜인 저는 그저 생소할 따름이었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인데 지금 저의 내공으로는 완벽히 소화해 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계속 기타를 맡아주웠지만 Made in France 는 좀 더 특별히 그와 함께한 연주입니다. 원래는 기타로만 연주된 곡인데 말로의 스캣과 박주원의 기타가 멋지게 앙상블을 이뤄낸 이 곡에서는 둘이 서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내공을 발휘하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전통가요의 리메이크로 신파를 갈무리하듯 또 한올 한올 풀어내듯 했던 본 공연의 마무리는 너에게로 간다 라는 말로 4집 수록곡이었습니다.

전통가요의 신파가 어두운 파랑에 가끔 짙은 보라빛이 보인다면 이 노래는 한결 산뜻한 노란 빛이 어울리는 곡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요청 후

말로는 두 곡을 더 부르고 갑니다. 신보의 제목이기도 한 동백아가씨Sunny입니다.

Sunny의 자유로운 해석과 신나는 리듬감 그리고 연주가와 관객들까지 함께한 jam은 정말 흥겨운 것이었죠.

평일 공연만 아니었다면, 내일 출근만 아니었다면 내도록 달려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공연이 두 가지 성격으로 분리가 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 성격은 신보의 연주 및 노래와 기타 다른 곡들간의 성격이 확연히 나누어진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말로의 이번 앨범 동백아가씨는 한국 전통 가요의 재해석인데 전반적인 느낌이 밝고 경쾌함보다는 어둡구 음울한 기운이 지배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절정이었다고 생각되는 개여울산유화의 경우는 그 섹시함과 퇴폐미가 아찔할 정도였죠. 어찌나 매력적이던지요.

그리고 재즈풍의 연주와 달리 원곡의 라인을 많이 따라가는 말로의 노래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기 보다는 서로 이질감을 간직한 채로 공존하는 .

저 같은 문외한이 듣기엔 그 이질감이 음~~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평소 재즈를 좋아하신다던 corduroy님은 바로 그 점이 재즈를 듣는 재미라고 하시는 그 부분도 재즈를 더 듣고 느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재즈와 블루스를 좋아는 했지만 찾아서 듣거나 하지는 않고 좋아하는 곡들만 반복 청취한 탓이겠죠^^)

그에 비해 made in france black orpheus, 너에게 간다, sunny 등의 넘버는 굉장히 밝고 경쾌하고 정말 그 내부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환희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는 무대였습니다.

다크사이드와 써니사이드의 두 가지를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컨셉으로 오프닝에서 관객의 긴장을 해소시키며 마음을 열도록 하고

그 후에 이어지는 퇴폐미 가득한 음악들로 심금을 울려버리고 그렇게 어둠을 아로새긴 가슴에 다시 경쾌한 넘버들로 약을 발라주는

얼르고 뺨치는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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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주절주절 거린 것 같은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말로의 공연이 필견,필청 할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는 점입니다.

저 같은 문외한조차 졸필이나마 장문의 감상을 남기게 할만큼 좋은 공연이었고 이런 공연을 공짜로 봐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였다는 것.

그러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세요. 후회 안하실 겁니다.

 

그럼 공연 말고 다른 얘기들도 조금 해보죠^^

 

처음 7시에 이대에 도착하고 뒤이어 다른 분들도 대부분 오셨습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마포아트센터로 바로 이동하는 도중에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들도 하구요. (어쩜 다들 메뉴가 그리 다른지 ㅎㅎ)

갑자기 못오시게 된 한 분 빼고 9명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태엽시계고양이님 지적대로 놀라운 성비. 7:2로 압도적인 여초 번개였죠.

말로가 남자에겐 인기가 없나하고 갸우뚱했습니다.

 

자리 잡고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데 모님의 자리가 와지끈 하는 굉음과 함께 의자가 부서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치진 않으신 것 같았고 공연장 측에서 죄송하다며 제일 앞 특별석으로 자리를 급교체해주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왜 내 자린 멀쩡한겨!!

덕분에 남는 표 한자리가 제 왼쪽, 부서진 의자가 제 오른쪽. 저는 그렇게 홀로 앉아서 섬이 되었습니다.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유시민씨가 보이더군요, 말로와 인사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스쳐지나갔습니다.

전 쉬크하니까요.(ㅋ)

유시민씨는 사진으로 보던 것 보다는 얼굴에 살이 좀 붙으신 것이 공직에서 내려오니 마음이 좀 편해지신 건가 싶더군요. 스트레스는 사람 잡아요.

말로씨도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더 미인이시더라구요. 무대용 화장 때문인지 이목구비가 사진하고는 느낌이 달랐어요. 좀 더 섹시한 느낌.

참 공연 중에 말로씨가 박주원씨에게 기타를 얼마나 쳤냐 물으니 20년 정도 쳤다고 하더군요.

그럼 그게 몇살부턴데 라고 하니 "2살~"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로씨가 아 그럼 너 군대 안갔다 왔구나 혹시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도 되냐~는 농을 했습니다.

공연 끝나고 유시민씨 일행으로 보이던 분이 유시민씨에게 "아까 국회의원 얘기하던데~"하고 농을 붙이니 유시민씨가 대답했죠. "나 국회의원 아니잖아~"ㅋㅋㅋㅋ

제가 개그에 소질이 없어서 잘 묘사를 못하겠는데 이거 아주 재밌었어요.ㅋㅋㅋ 초성체 남발 나옵니다.ㅋㅋㅋ 

 

무민~님과 태엽시계고양이님은 공연 끝나고 바로 가시고 나머지 7명은 corduroy님이 알아보신 인근 바? 카페? 로 갔습니다.

공연 얘기도 나누고 이런 저런 얘기들 좀 나누니 어느새 신데렐라는 집에 가야하는 12시가 땡치고 자리는 급해산 되었죠^^

 

계산하고 나오는데 그 카페 주인장님도 말로 팬인데 가게 때문에 볼 수 없었다며 많이 부러워 하시더라구요^^

 

end credit~

 

seconday님, 고딩으로 보이는 외모! ㅎㅎ 맥주 한 잔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wjdy님, 놀라운 동안! 멀리서 오신다고 해서 그냥 수도권 일대일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멀리서 오셨더라구요.ㅎㅎ

tora님, 닉네임이 호랭이! 아. 혹시 호랭이 띠이신건가^^ 얼마 전에 동물원 다녀왔는데 역시 호랭이는 좀 멋져요.

워류겐님, 님의 정체성은...ㅎㅎ

emma님, 발군의 패션감각! 계속 정진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태엽시계고양이님, 쉬크해보이는 얼굴이셨어요.ㅎㅎ

무민~님, 말씀은 안드렸지만 어디선가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제 기억력이 워낙 허접이라;;(혹시 책분양 하신 적 있으신가요?ㅎㅎㅎ)

corduroy님, 뒷풀이 자리도 섭외해주시고 몸개그도 보여주시고^^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듀게회원님, 덕분에 좋은 공연을 좋은 사람들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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