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4일~30일 영화일기입니다. 

아직까지 블로그용 글이어서 반말체 양해바랍니다~ 

영화이야기 많이 하는 듀나게시판 만들기 위해 저질이라도 노력하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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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4-

 

11월 24일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11월 25일 x

11월 26일 김기영의 하녀 (1960년 작, 임상수 감독 전도연 주연의 그 영화 아님)

11월 27일 로버트 알트만의 패션쇼

11월 28일 x

11월 29일 x

11월 30일 바흐만 고바디의 코뿔소의 계절.

 

0. 스포일러 알아서 피합시당~ ㅎㅎㅎ


 

1. 한 번 초반까지 쓰다가 날려먹었다.  흠흠. 오늘 벌써 11월 30일이다. 원래 영화일기는 11월에 한 번 써보고 이게 좋으면 계속하고 구리면 그만 둘라 했는데 좋으니 계속할 예정이다.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나로서도 상당히 보람차기도 하고. 이렇게 단평 위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제대로 쓸 때 훨씬 용이해지고,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을 잘 기억해 둘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일기들 같은 경우 힘 주고 쓰는 게 아니라서 나 같은 입장에서도 쓰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힘 주고 쓰는 것 같은 경우 나는 블로그에 올리는 편인데, 사실 요즘에 "북플"이라고 알라딘 서재 블로그랑 연결되는 곳에도 자주 연동해서 글을 올린다. 아, 거기 진짜 좋은 글 많더라. 책 정말 많이 읽고, 그 많이 읽은 책들을 정성스럽게 쓰는 사람들 보면 진짜 대단한 듯. 도서판 왓챠가 "북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아직 좀 불편한 것도 있긴 하지만 요즘 빠져 사는 어플은 그거다. 어쨌든 뭐, 12월이 시험기간이라도 나의 영화일기는 앞으로 계속 지속될 듯 하다.

 

2.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같은 경우 사실 옛저녁에 이미 한 번 봤었지. 그런데 그 때 재미없어서 보다가 잤나, 아니면 그냥 껐나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든 결말도 생각 안 나는 걸 보면 다시 봐야겠다 싶어서 이번 스탠리 큐브릭 5개 dvd들이 산 기념으로 보았다. 이번에 볼 때는 저번에 볼 때보다 훨씬 나았다. 맨 처음에 호텔 로비로 피홍수가 촬촬촬 참방참방거리는 장면은 지금 봐도 훌륭하더라. 이게 그런데 누가 나한테 해준 말인데,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 한 너다섯번 쓰이는데, 이게 다 테이크들이 다른 장면이라고 카더라. 즉, 장면을 찍고 또 찍고 다시 찍고 한 걸 다 다르게 써먹은 것. 아, 얼마나 스텝들이 고생했을까... 피바닥을 닦고 닦고 다시 피홍수 넘쳐 흐르게 한 다음에 다시 닦고 닦고... 아...그리고 스테디캠 사용해서 찍은 장면들, 예를 들어 애기가 장난감 자동차 타고 싸돌아댕기는 장면도 훌륭했다. 기본적으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왓챠에 남긴 말처럼 감독이 공간을 잘 사용해서 인간의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확실히 압도적인 크기의 공간에 지나치게 적은 숫자의 사람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이상한 긴장감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듯 하다. 그건 아마 그 공간을 사람이 주체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너무 큰 공간이면 사람 사는 데 같지 않잖아. 갑자기 시민 케인에서 케인 둘째 마누라가 케인한테 불평 쏟던 장면이 생각나네. 이런 집에 살면 재미없다고 찡징대는데, 케인 입장에서야 미웠겠지만 진짜로 너무 큰 공간이면 사람 사는 데 같지 않긴 하다.

  하지만 나한텐 공간의 문제보다도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마누라와 자식을 죽이려 든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그 공간 자체가 사람 맛을 가게 하는 이상한 유령 들린 장소긴 하지만, 내 생각에 아무리 유렁이라도 없는 감정을 생기게 할 수는 없다. 가정을 책임진다는 가장의 부담감과 자식이나 아내와의 평소 갈등에서의 풀리지 않았던 묘한 불만이 그곳에서 확대되고 터진 것이겠지. 실제로 원작자인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이 크다고 하고, 스티븐 킹이 큐브릭의 영화를 마음에 안 들어한 것도 그 부분이 생각보다 생략된 데에 따른 불만이었다고 한다 카더라. 

  영화에 흠을 잡자면,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큐브릭 영화 중 여전히 아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닌데 장면미학을 영화내용이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 크다. 이게 원작소설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중간 부분에 보면 식료품 저장창고에 갇히게 된 잭 니콜슨을 호텔의 귀신들이 열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장면이 정말 이 영화의 모든 공포적 요소의 키포인트를 파괴해버린 느낌? 왜냐하면 이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진짜 유령이 있다는 설명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내가 뭐 유령을 볼 수있는 능력 정도 갖고 있으면 진짜 실생활에서 유령을 마주칠 수도 있으니 유령 때문이었다, 진짜 귀신 때문이었다 라는 설명을 해버리면 정말 무섭긴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유령과 귀신은 그저 무의미한 공포 존재들이거나 인간 뇌신경의 꼬임과 히스테리가 만난 산물들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들고, 그 모든 것이 마치 인간 내면에 있는 어떤 꿈틀거림 때문이었다는 설명으로 영화 안의 모든

요소들이 향했으면 더 내 스타일의 공포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큐브릭이 원래 공포영화 감독도 아니고, 이 사람은 정말 자기 시대에 가능했던 웬만한 장르 다 건드려 본 사람인데, 그 중에 하나쯤은 나랑 안 맞을 수도 있는 듯.

 

3. 김기영의 하녀, 이게 진짜 물건이었다. ㅋㅋ 아주 아주 흡족했음. 새벽에 아 머하지 하고 멍때리고 있다가 우연히 봤다. 이거 보고 김기영 감독 다른 작품들 찾아보고 싶어졌다. 아, 정말 기막힌 영화다. 여기서 엄앵란 되게 도시적인 여자로 나온다. 엄청 예쁜 트렌치 코트? 입고 돌아다님. 여기 나오는 하녀 역할의 배우도 굉장히 예쁘고, 아내 역할로 나오는 배우인 주증녀가 상당히 전설적인 여자배우일 텐데, 예쁘고 연기도 잘 하고. 이 영화가 사실 공포적 측면으로 보면 큐브릭의 샤이닝 엎어치기해서 이겨먹고도 남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충 무슨 스토리인지 알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영화 자체는 액자식이다. 그래서 더 묘하게 여운이 남는데, 이 영화는 진짜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꼭 직접 보길 추천. 

  기본적으로 신분 상승,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 안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여자의 욕구가 합쳐져서 남자의 욕망을 건드리고 그것이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어떻게 제압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은, 그 여자의 그 처절한 악함이 불쌍하면서도 정말 나라도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독하다는 것. 그만큼 처절했던 당시 시대의 소위 하류층에 속한 여성의 욕망이 얼마나 비참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묘하게도,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남성의 욕망은 기막히게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그 정당화가 엄청난 비아냥처럼 보이기도 한다. 

  왓챠 보면 이 영화의 결말 때문에 사람들이 뭐야, 다 좋은 데 이 결말이 구리네, 라고 말하는데 나는 꼭 굳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마치 이죽거리는 것 같은, 남성의 욕망이 다 그렇지 뭐, 너 아니라고? 거짓말 하지 마! 이렇게 말하는 건 마치 이 전개된 모든 이야기를 우화로 만들어버리면서 동시에 우리 일상생활에 잠재된 욕망을, "야, 너는 깨끗한 것 같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뭘." 이런 식으로 꼬발리는 힘을 갖는다. 어쨌든 역작 중의 역작. 진짜 영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60년대가 초절정기였던 것일까...

 

4. 로버트 알트만의 패션쇼, 는 별로 할 말 없다. 로버트 알트만의 작품을 제대로 본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아마 이 사람 스타일이 이렇게 일어나는 일들을 죽 보여주고, 관련 없는 사람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어버리는 듯 한데... 아, 이 패션쇼는 전체적으로 주제의식이 진부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고서 나 같은 경우, 아 글쿠나. 이게 끝이었달까. 그런데 정말 주연배우들이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긴 하다.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줄리아 로버츠, 팀 로빈스, 포레스트 휘태커, 비요크, 킴 배이싱어, 나오미 캠벨 등등... 그런데 여기에 그렇게 예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도 소피아 로렌이 가장 눈에 띈다.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 그 기품이랄까, 숨 막힘. 어쨌든 눈요깃거리로 좋은 영화였다.

 

5. 바흐만 고바디의 코뿔소의 계절은 오늘 봤는데, 사실 모니카 벨루치 때문에 알게 된 영화긴 했는데...유럽권 영화는 아니고 이란, 터키쪽 영화다. 정확히 말하면 감독이 이란에서 여러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다가 터키로 망명해서 만든 작품이다. 영화 안에 배경은 주로 터키이고, 이스탄불도 나오고 하는데... 이스탄불 한 번 가봤던 사람으로서 터키의 아름다움 잘 살린 영화라 생각한다. 그뿐 아니라, 영화 장면들의 미학이 정말 장난 아니게 수준 높고, 아름답다. 진짜 뭐 장면마다 예술작품 찍는 수준? 내가 지금 올려놓은 사진들이 다 코뿔소의 계절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게 일단 내용 자체는 이란의 한 시인이 정치범으로 잡혀서 30년 동안 수용소에 있다가 나와 아내를 찾으러 나간다는 내용인데, 이 사람을 죽었다고 말해서 가족들이 다 이 사람 무덤을 매년 찾아가기도 하고 그랬다 카더라. 그것 뿐 아니라 모니카 벨루치로 분한 아내 미나를 두고 짝사랑한 남자가 이 미나를 강간하는 등... 아 상당히 무거운 영화이다. 아니, 엄청 무겁지. 그런데 이 무거움이 정말 말 그대로 시적으로 아름다운 영상들과 시인의 싯구절 나레이션들로 신비로운 분위기로 승화된다. 끝내 갈라져야 했던 사랑, 재회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할 정도로 짓누르는 현실의 슬픔과 괴로움 등이 영화 전체를 좌우한다. IMDB를 확인해보니 외국 애들이 이 영화 너무 느리다고 머라머라 하던데... 원래 빠른 속도로는 무거운 정서가 보이지 않는다. 굉장한 속도감을 자랑하는 액션영화들이 간단한 스토리와 쿵짝이 잘 맞는 것도 다 그런 연유다. 호흡이 아주 느리고, 영상에 여백과 공간이 많아야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마음이 누출되는 법.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가 이탈리아 여배우인데 이 이란 영화에서 페르시아어를 소화해내더라;;; IMDB의 어떤 사람 왈, 모국어 화자가 들으면 억양이 있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엄청 잘 한다카다드라... 같은 영화에 나오는 터키 배우는 발음이 영 엉망이었던 듯... 다들 엄청 지적하드라고... 모니카 벨루치는 불어도 잘하고, 심지어는 페르시아어까지... 아 능력 있어... 게다가 이 영화에서 지금 이 언니가 한 65년생 정도 되시는데... 하, 어떤 순간에는 (뭐 분장의 힘들이 다 크긴 하겠지만) 주름이 엄청 많이 보여도, 어떤 순간에는 진짜 20대 뺨 후려칠 정도로 아름답더라. 언니 부럽수...

 

영화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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