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연기에 대한 애증이랄까..

2011.05.05 14:51

WILLIS 조회 수:5066

김희애는 나오자마자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죠. 드라마 "여심"인가요? 너무 어려서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튼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기억은 납니다. 분명 기본기가 있는 배우임에는 틀림없어요.

"아들과딸"등 드라마를 줄줄이 히트시켰고 20대 초중반에 연기대상도 수상했죠

어릴 때 엄마와 드라마를 보면서 "참 나이도 어린애가 진짜 연기잘한다"하면서 봤던 기억도 나요.

폭풍의 계절에 나올 때는 어떤 방송관계자가 "최진실은 김혜자가 될 수 없지만 김희애는 김혜자가 될 수 있다"라는 얘기도 했었죠.

 

그런데 특유의 똑부러지는 이미지가 다수의 대중에게 엄청나게 어필을 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성격이 안좋아서 몰래카메라를 못찍는다 뭐 이런 말도 있었죠)

CF도 많이 찍었고 분명 인기스타였지만 팬층은 좀 얇다는 느낌이 있었고 팬들의 충성도도 높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네요. 하지만 또래 연기자들 중 연기력은 압도적으로 인정받았죠.

지금은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있지만(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덕이 크죠), 당시에는 또래 배우들 중 좀 노숙하고 촌스러운 편이었어요.(부모님전상서 출연 즈음을 시작으로 급속도로 패션과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인기스타보다 젊은 배우에 가까웠달까요?

물론 그 때도 연기스타일은 좀 취향을 타는 편이었죠. 모래시계에 밀려서 처절한 시청률이 나온 "카레이스키"에서도 김희애는 특유의 극적이고 약간은 과장된 연기를 해서 "김희애는 20대 후반임에도 연기가 올드하다"라는 신문기사가 나기도 했었죠

 

어쨌든 "마이더스"의 김희애 연기는 기대치에 현저히 못미칩니다. 좀 안타까워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지나치게 우아한 척을 한달까, 자아도취적이랄까, 암튼 보기에 편하지가 않네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되는지 주변에서 "김희애 속닥거리는 거 듣기 싫어서 마이더스 못보겠다"라는 말을 다섯번은 들었어요. 물론 발연기는 절대 아니지만 연기가 단조롭고 피곤합니다.

 

물론 대본 늦게 주기로 유명한 최완규에 시부상까지 겹쳤으니 배우로서 대사외우기도 벅찰 지경이고 잠도 못자겠죠. 그런 외부적인 영향도 분명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김희애의 근본적인 약점이 이런 악조건에서 드러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부모님전상서","완전한사랑","내남자의여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김수현 드라마에서 김희애 연기가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것은 김수현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물론 연기의 기술적인 부분은 당연히 뛰어났고, 극적인 역할 덕도 봤죠.

(사실 개인적으로 "내남자의여자"에서의 연기는 성실하다는 느낌은 받았어도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본인도 후에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죠.)

 

비교를 해보자면, 김혜수의 연기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고 저도 뭐 그녀의 팬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김혜수는 배우로서 자기 스스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만들어 나가는 능력이 있다고 보이는데 김희애는 "시키는 것만 잘하는"느낌이 나요.

결국 김수현 극본에서는 꽤 괜찮지만 최완규같은 허술한 극본을 만나면 연기가 단조로워지는거죠. 성실하게 연습할 시간도 전혀 없을테구요.

 

 

게다가 SK-2화장품광고로 대표되는 이미지 메이킹도 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김영철의 김희애 흉내 개그가 먹히는 건, 결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연기하고, 우아한척하는 김희애를 약간 눈꼴시어 하고있던 차에 김영철이 가려운 곳을 긁어줬기 때문이 아닐까싶어요

게다가 김영철의 개그를 싫어한다고 소문이 많이 나면서(물론 자기를 희화화하면 당연히 싫겠지만, 하춘화씨처럼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역이용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대통령도 마음껏 희화화하는 세상인데 김희애가 뭔데....뭐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고 ) 성격 까칠한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장미희가 우아한 척 하는 계통에선 선구자라 할 수 있지만 장미희는 흠이 많은 사람임에도 뭐랄까 묘하게 순수하달까, 꿈속을 사는 느낌이 좀 나서 허술하고 코믹한 느낌이 약간 있는데, 반면에 김희애는 약고 똑똑한 느낌까지 나니 어필하기가 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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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한때 김희애 연기를 좋아해서 중학생 주제에 한번도 빼놓지 않고 "폭풍의계절"을 봤던 사람으로서 뭐랄까 안타까워요..

 

 김희애가 김혜자로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요...

 

중년 패셔니스타로 남기보다는 그 재능으로 한단계 더 도약해서 더 좋은 연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차기작에서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뭔가 틀을 깨는 연기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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