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글들에 대한 호응이 너무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기 이어갑니다. ㅎㅎ 오늘은 체코 교외의 온천 휴양지인 카를로비바리에 다녀온 이야기와 프라하의 야경을 소개해드릴께요.

 

카를로비바리는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 정도에 있는 한적한 온천 휴양 도시입니다.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고도 하는데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패스. 제가 검색한 바로는 먹는 온천이 있다. 도시가 아기자기 볼만하다. 유명한 약초 술이 있다. 정도만 배경 지식을 가지고 갑니다. 이 곳에 가기 위해서는 체코 지하철의 플로렌스 역이라는 곳에서 버스 터미널을 찾아야 합니다. 이게 거의 미로찾기 수준이긴 하지만..(한번 미리 가봐도 그 다음날에는 또 헤매는..) 그래도 별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만약 다음날 카를로비 바리에 가시려면 미리 예약은 해두셔야 합니다. 다음날 표구하려면 없어요. 아침 일찍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막상 아침에 가서 아홉시반 표를 구하려니 없더군요. 어쩔수없이 열한시반차를 타야 했다는..-_-;;

 

1.jpg

 

돌아오는 표는 그래서 다섯시 걸로 미리 끊었습니다. 도착하는 시간이 한시반 정도니까.. 체류 시간은 세시간 반정도군요. 그 시간에 과연 다 둘러볼 수 있을지.. 그게 참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그랬습니다.

 

2.jpg

 

버스 터미널은 꽤 깔끔하고 사람들로 붐빕니다. 체코 각지를 연결하는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하는데 카를로비바리 뿐만 아니라 체스키 쿠르믈로프라던가 쿠트나 호라로 가는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다 유명한 관광지죠. 다음에는 쿠트나 호라와 체스키 쿠르믈로프에 가보고 싶어요.

 

3.jpg

 

시간이 남아서 다음날 뮌헨으로 가는 교통편을 체크하러 흘라브니 나드라지(중앙역)로 왔습니다. 저 버스를 타고 가면 되겠군요. 뉘른부르크로 갔다가 다시 기차로 갈아타고 뮌헨으로 가야 합니다. 프라하 뮌헨 직통도 있다고 합니다만.. 비싼데다 열차 시간이 별로입니다.

 

4.jpg

 

다시 신시가지 쪽으로 나왔습니다. 박물관앞이군요. 수리중이어서 못봤습니다만.. 사실 시간이 없어서 박물관은 들릴 짬이 없었지요.

 

5.jpg

 

박물관 앞에서 바라본 바츨라프 광장. 저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체코의 수호성인 성 바츨라프라고 합니다. 체코에 기독교를 전파하신 분이라고. 이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로는 체코의 근현대사에서 많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프라하의 봄도 이곳에서 촉발되었고 마침내 자유를 찾았을때도 체코의 국민들은 이곳에서 기쁨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북경의 천안문쯤 되지 않을까 싶었지요.

  

7.jpg

 

바츨라프 광장 끝, 뮤스텍역에 가까운 지점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렸습니다. 사람들도 많고 왠지 흥겨운 분위기네요. 마치 우리네 풍물시장 같은 느낌입니다.

 

8.jpg

 

뮌헨에서 부터 궁금했던 간식거리를 하나 사봅니다.

 

9.jpg

 

꿀땅콩 맛이네요. 땅콩은 아니고 아몬드에 설탕과 각종 향료를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며 간식으로 먹기 좋습니다. 여행자의 2대 영양소인 당분과 지방을 충실하게 공급해줄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10.jpg

 

스튜던트 에이전시의 버스를 탑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리무진 버스같은 느낌이네요. 유럽은 기차와 버스로 대부분 연결되는 형편이라 그런지 이런 버스며 기차가 참 다양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jpg

 

버스에 화장실도 있군요. 놀랍습니다.

 

13.jpg

 

창문밖으로 펼쳐지는 프라하의 풍경도 담아 봅니다.

 

14.jpg

 

안내양이 신문을 나눠줍니다. 물론 체코 신문..

 

15.jpg

 

이렇게 커피도 뽑아서 제공을 하네요. 와.. 신기합니다. 버스 요금에 이런 부분까지 다 포함되어 있나 봅니다. 유럽 버스는 참 좋군요. 이게 다 공짜라니.. (어떤 버스던.. 다 공짜라고 생각했던 것은 저의 오해. 이 댓가는 다음날 치르게 됩니다.)

 

16.jpg

 

제법 제대로 뽑아낸 커피 맛입니다. 공짜니까 두배로 맛있었던..

 

17.jpg

 

체코의 시골풍경이 펼쳐집니다. 첫날 만났던 모라비아 출신의 처녀도 이런 곳에서 자라고 배우고 꿈을 키웠겠지요.

 

18.jpg

 

드디어 카를로비바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체코 역사에 세종대왕급으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카를 4세가 사냥하러 왔다가 우연히 사냥당한 사슴이 물에 몸을 담그고 치료하는 것을 보고 온천의 약효를 발견하여 이후 귀족과 왕족의 휴양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유성온천쯤 되겠네요.

 

19.jpg

 

겨울이라 그런지 거리가 좀 쓸쓸합니다. 마치 세트장 같은 느낌

 

20.jpg

 

이 요상하게 생긴 물건이 뭐냐 하면.. 도시 곳곳에 있는 온천수 수도꼭지에서 온천수를 받아서 마시는 잔입니다. 그냥 마시면 안되냐구요? 됩니다. 물병이나 컵이 있다면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기념으로 가져갈 요량이라면 하나쯤 사도 괜찮죠. 추억이니까요. 알록 달록 컵들이 제 취향이 아니라 패스~

 

21.jpg

 

이런 수도꼭지들이 스무개 넘게 있습니다. 하나 하나 찾아가며 물을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의 온도도 다양해서 34도부터 70도에 가까운 것들까지 있습니다. 손으로 받아 마시려고 하다가 손바닥이 익을수도 있으니 찬찬히 설명문을 봐야 합니다.

 

22.jpg

 

날이 살짝 흐려서 더욱 운치있는 모습입니다. 웅장한 건물들은 호텔이거나.. 지역 주민들의 집, 혹은 상점들입니다.

 

23.jpg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이런 건물도 온천수를 받아 마실수 있는 장소입니다.

 

24.jpg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에는 오리떼들이 유유자적 놀고 있네요.

 

25.jpg

 

카를로비 바리를 대표하는 민속주, 베헤로브카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체코에 도착한 다음날 포스팅에서 이 술병을 보신 기억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카를로비 바리에서만 살 수 있는 줄 알고 여기서 두병이나 샀는데 프라하에도 제법 많이 팔더군요. 다만 관광지에서 파는 가격은 현지 가격에 50% 이상 비쌉니다. 굳이 카를로비 바리에 가지 않고 사시려면 프라하에서 사셔도 무방합니다. 베헤로브카는 수도사가 이 지역의 원천수에 100가지 허브를 넣고 만든 술이라고 합나다. 소화와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네요. 실제로 마셔보면 활명수에 술을 탄 느낌인데 40도의 알콜도수에 비해서는 굉장히 부드러워서 마실만 합니다. 나이트캡으로 좋을듯.

 

26.jpg

 

드문 드문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띕니다.

 

27.jpg

 

왠지 걷다가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리와 건물들이 가득한 카를로비 바리입니다.

 

28.jpg

 

이곳은 스무개 넘는 온천수 분출공중에서 유일하게 허공으로 뿜어내는 간헐천이 있는 곳입니다. 들어서면 후끈한 열기와 따뜻한 습기가 느껴집니다.

 

29.jpg

 

이곳 상점에서 컵을 하나 샀지요. 저 손잡이 위에 튀어나온 부분은 빨대입니다. 컵에 빨대가 달려있는 셈인데 제법 실용적인 아이디어죠?

 

30.jpg

 

온천의 여신인가 봅니다.

 

31.jpg

 

도시를 흐르는 강에서도 이렇게 김이 피어 오릅니다. 비릿한 쇠냄새도 제법 나구요.

 

32.jpg

 

길 가다가 현지인과 한장 찍습니다. 이 분은 체코에서는 국민 캐릭터인 슈베이크씨라고 하네요. 착한 병사 슈베이크라는 소설의 주인공인 슈베이크씨는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오스트리아 군대에 어쩔 수 없이 복무해야 했던 체코인입니다. 문학 작품속에서 슈베이크씨는 갈대처럼 유연한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때로는 바보처럼 보이지만 억압하는 세력들을 조롱하는 체코인들을 잘 나타낸다고 합니다. 체코 곳곳에 그의 모습과 이름을 딴 가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맥주집이죠. 그중에 한곳으로 들어가 식사를 해결합니다.

 

33.jpg

 

필스너우르켈 생맥주를 한잔 하구요.

 

34.jpg

 

무슨 목살 스테이크라길래 시켰더니 이렇게 훈제 햄같은 물건이 나왔습니다. 하아~ 햄이라니. 게다가 짜다니.. 이동네는 참 술파는 방법도 가지 가집니다. 먹다보면 맥주를 아니 마실수가 없네요. 여기서 맥주를 마시고 시원하게 볼일도 봤습니다만.. 이 뒤에 닥칠 비극을 저는 아직 알지 못했습니다.

 

35.jpg

 

시내를 돌아다니며 온천수를 맛봅니다. 저 잔으로 대여섯잔은 족히 마신 것 같네요. 맛은 비릿하고 뜨끈하고 뭔가 형용하기 힘든 맛입니다. 혹자는 걸레빤 물맛이라는 표현을 써봤는데.. 전 그런걸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ㅋㅋㅋ 아무튼 몸에 좋다니까 먹는거죠.

 

36.jpg

 

날이 슬슬 저물어 갑니다.

 

37.jpg

 

온천수로 배를 채울 기세네요. 저 문양이며 색깔이 왠지 로얄 코펜하겐을 연상시키지 않습니까?? 잘 골랐다고 내심 만족해 하고 있는중입니다.

 

38.jpg

 

여기서도 시계 파는 곳이 있네요. 들여다보니 잉거솔이라는 브랜드입니다. 기계식 시계인 것 같은데.. 왠지 마음에 덜 끌립니다. 흠..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잘 몰겠네요. 거참..

 

39.jpg

 

호수의 오리들이 이뻐서.. 그림 한장 그려봤습니다...

(설마 믿으신 분 안 계시죠?? 사진입니다. 꼭 그림같이 찍혀서.. ㅎㅎ)

 

40.jpg

 

날이 저물어 갑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기도 있군요. 그중에서도 여기는 돼지 고기를 가공한 소세지며 햄등을 파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순대를 닮은 것도 있어서 신기했습니다만 사들고 가지는 못하죠. 조금씩 맛을 보는 걸로 만족합니다. 그런데... 어제 프라하에서 경험했던 폭풍 방뇨의 느낌이 등골을 싸하게 때립니다. 아차.. 중간에 한번 점검했어야 하는데 그만 도시 풍경과 분위기에 취해 까먹었군요. 벌컥 벌컥 마셔댔던 온천수가 원망스럽습니다. 오는 길에 봐뒀던 공중 화장실까지는 불과 200미터.. 전속력으로 뛰고 싶습니다만.. 불가능합니다. 다리를 꼬아가며 험난한 여정을 갑니다. 죽을 지경입니다. 저 강물에 나의 것을 더할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스미마셍~을 외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납니다. 화장실 10미터 전방부터는 바지 지퍼를 내려가며.. 달려갑니다. 풍기문란죄보다 더 급한게 이겁니다.  

 

왜 우리는... 힘들었던 기억을 그리 쉽게 잊는 걸까요? 갈아입을 바지도 없는데.. 다행히 실례는 면하고 프라하로 귀가길에 오릅니다.

 

41.jpg

 

내렸던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갈길은 멀고 사람도 별로 없고 해는 지네요. 손짓 발짓으로 물어 물어 터미널로 갑니다. 가는길에 발견한 터널속 벽화들.

 

42.jpg

 

다행히 프라하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습니다. 한숨을 돌립니다. 놀러왔던 단체 관광객들과 다시 프라하로 돌아갑니다. 이제 프라하의 야경을 볼 시간이죠.

 

43.jpg

 

길거리에서 케플러 박물관도 발견하구요.

 

44.jpg

 

제노워치도 봅니다. 이역시 생소한 브랜드.

 

45.jpg

 

시청앞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서 분위기를 한껏 달구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혼자라는게 참 안타깝네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46.jpg

 

거대한 트리의 불빛..

 

47.jpg

 

빵을 파는 아가씨가 입은 옷이 꼭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던 네로를 닮았습니다. 체코에서 본 여인들중에 눈에 띄는 미인이군요. 어쩐지.. 줄이 깁니다.

 

48.jpg

 

다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며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 놀고 있습니다. 응??

 

49.jpg

 

저도 한입 해야죠. 바게뜨에 닭꼬치를 끼워서 우리돈 6천원쯤 합니다. 체코 물가 생각하면 비싼 편인데.. 그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먹었다는.

 

50.jpg

 

이분이 카를 4세. 체코의 세종대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왠만한 관광지에 이분 이름이 빠지는 곳이 없어요. 생긴것도 왠지 한석규를 닮았죠??

 

51.jpg

 

프라하의 야경을 바라봅니다. 언젠가 다시 올수 있기를. 그 시간이 되도록이면 빨리 오기를..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기를 기원합니다.

 

52.jpg

 

그런 기원을 하려면 이곳이죠.

 

53.jpg

 

산채로 물에 던져졌다는 성 네포무크는 비밀을 지킨 죄로 죽어서 성인이 되신 분입니다. 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해서 저도 열심히 빌고 왔지요. 소원까지 빌었으니.. 이제 집에 갑니다.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아쉽더군요. 가는길에 안델역 근처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맥주나 한잔 더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4.jpg

 

우연히 들어간 이집..

 

55.jpg

 

대박입니다. 안주 하나가 6천원을 넘는게 별로 없네요. 헐~~ 아까 그 허접한 닭꼬치는 왜 먹었단 말인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56.jpg

 

필스너우르켈 가격도 심청이 마냥 착합니다. 500 한잔에 2천원이네요. 그동안 다녀본 집중에 제일 쌉니다. 아.. 갑자기 욕이 나오려고 하다가.. 그냥 맥주에 밀려 뱃속으로 사라집니다. 좋군요. 체코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맥주와 실하고 맛있고 싸기까지 한 안주를 축내며 보냅니다. 옆 테이블에는 지금까지 본 체코 여인중에 가장 이쁜 축에 속하는 두명이 앉아서 먹고 마시고 있군요. 이렇게 값도 싸고 맛도 좋고.. 물도 좋은 레스토랑이 바로 호텔옆에 있었을 줄이야.

 

얌전히 다음을 기약하며.. 호텔로 돌아갑니다. 다음날이면 뮌헨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는데요. 뮌헨에서의 일과 귀가길의 감흥을 마지막으로 여행기를 마칠 생각입니다. 독오체 3국중에 체코에서의 체류가 제일 길었던 것 같은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 곳이었어요. 기회되면 꼭 다시가고픈 그런 동네였습니다. 점심 맛있게들 드세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