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쿠나입니다.

여름 날씨는 태초부터 잠이 많았던 저도 새벽에 눈뜨이게 하네요.

갑자기 새벽 세시, 네시쯤 눈이 번쩍 뜨여지는 경험이 낯설면서도 나름 설레기도 한 요즘입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올 초에 가입하구선 여지껏 글을 써본적이 없는데..

눈팅하던 경력도 있겠다 뒷짐지고 엣헴 바라보는 방관자가 될거야. 했던 마음가짐은 온데 없고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키고 듀게에 글쓰는 스스로가.. 뭔가.. 이제 정말 듀나인 다됐구나 싶어요. (고백타임?)

 

여튼 벅차오르는 듀게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게시판에 생애 첫 글을 남기려고 하니

너무 붙여놓은 수식어가 많아서 그런지, 괜히 혼자 부담스러워 하는게 지극히 저답다고 생각하면서..

작게 포털 N의 사전을 켜놓고 글쓰기 시작합니다. ㅎㅎㅎ(보험차원에서)

 

우와... 저기까지 쓰고 다음말 꺼내기가 뭐이리 어려운가요. 진정해~진정해~ 하면서.. (허허..혼자..잘논다..것참)

 

오늘은 북촌에 갔었어요. (다시고백?)

정독도서관에서 북촌으로 넘어가는길에 물물교환하는 가게가 있는데, 지난 월요일인가?

처음 그 곳을 발견하곤 '물물교환'이란 단어에 마음이 술렁술렁 들떠서 다른 사람들이 두고간 물건 한참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결국 바꿀 제 물건이 없어서 눈물뿌리면서 뒤돌아 섰는데,

재도전 하고 싶다는 제 마음에 다행이 H양이 응해줘서 다시 찾게됐지요.

제가 들고간 것은 파우치.

근데 지난번에 갔을때 마음에 들었던 것들은 다른 분들이 이미 바꿔가셔서는.. 막상 파우치를 들고갔다가 쓸쓸하게 뒤돌아 섰는데

그 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한잔의 커피~ 하러 들어간 곳이 '전광수 커피집'이었어요.

전광수 커피집은 집 근처에도 몇번, 시립미술관 앞에도 몇번 가봤지만 무난하게 분위기도 맛도 좋아서

북촌점은 처음이지만 의심없이 입장. ..

 

(놀랍게도 여기서부터가 글 제목이랑 이어지겠네요. 내 글쓰기 도입부분 참 대다나다)

 

그 곳에 있는 잡지부터 책을 휘리릭 둘러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저 책.

안도현님의 <바닷가 우체국>, 1999, 문학동네 이에요.

저는 시인 안도현님을 아마도 중학교 시절부터 알게 된 것 같은데, 그 당시 제가 참으로 좋아했던

국어선생님께서 제게 <연어>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던게 기억이 납니다.

색연필로 그린 듯한 강과 연어 표지 뒤에 정갈한 궁서체로 박노해님의 '다시'란 시가 쓰여져 있었는데..

무튼, 그때부터 '연탄' '스며드는 것' 등등 잊을만 하면 가슴 멍하게 만드는 시를 읽게 해주신 인상깊은 시인이시죠.

책으로 된 것을 제대로 읽은 것은 <연어> 이 후 처음이었지만.

다 읽는데 1시간 남짓 안됐는데 그 여운이 오래갈 것 같아~ 더 깊게 간직하고자 오늘 글써야지 하구 다짐했어요. 헤헷

 

시집은 정말 좋았습니다. 짧은거, 긴거 할 거 없이. 단어 하나 하나, 한 구절 구절이 옥수수 알 마냥 소박하지만 씹는 맛이 있는 그런 시들이었어요.

오늘 같이 흐린 뒤에 갤듯 안 개는 해안가 같은 날씨랑도 잘 어울렸구요.

그 중 몇개는 읽다가 책을 휙 덮고 아- 하게 만들어서 앞에 앉은 H양에게 낭독도 해주었지요.

 

인상깊었던 시 다섯 편을 듀게님들에게도 소개해 볼게요.

 

소풍 길

 

따라오지 마라 했는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요놈, 꽃다지

 

또, 꽃다지

 

(*꽃다지는 우리나라 들에서 자라는 꽃이래요. 이름이 꽃돼지 같은게 참 귀엽죠?)

 

 

무진장

 

무주 진안 장수

 

눈 온다

 

무진장 온다

 

(*이 시를 듣고 H양은 '아 이거 그사람 같다, 트위터 시인' 이래서 맞아맞아 하고 둘이 좋아했네요. ㅎㅎ 하상욱님 못지않은 재치~)

 

 

동백꽃 지는 날

 

나 오래 참았다

 

저리 비켜라

 

말 시키지 마라

 

선운사 뒷간에 똥 떨어지는 소리

 

(*주옥같은 다른 시들을 제치고 오늘 제 노트에 적어온 시. 왠지 몰라요. 걍 끌림.. 그나저나 동백꽃은 정말 예뻐요. 붉디 붉은 꽃잎도, 노오란 꽃술도. 지는 순간마저도!)

 

 

천진난만

 

눈이 내려오신다고

 

늙은 소나무 한 그루

 

팔 벌리고 밤새 눈 받다가

 

팔 하나 뚜둑, 부러졌다

 

 

이까짓 것쯤이야

 

눈이 내려오시는데, 뭘

 

이까짓 것 쯤이야

 

(*의연한 소나무 짱짱맨)

 

 

태극기를 달면서

 

누군가 人共旗를 달고 있을 것이다

 

(*.... 가슴이.. 저릿한 시)

 

 

예상은 했지만 의도치는 않게 길어진 도입부 때문에, 시들은 대부분 굵고 짧은 것을 나열했지만

오래 된 우물, 양철 지붕에 대하여, 모과나무, 감자 익는 냄새 등 긴 시들도 너무 너무 좋은게 많아서

사실 놀랐어요. 시집 좋아하구 가끔 사서 보기도 하지만 그중에 운 좋아야 한 두개 정도 빙고! 하고 건지는데

이건 뭐.. 얼추 다 좋아. 얼쑤 이런느낌.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꾹 저장해 놓고, 돌아오는 발걸음 신나게~ 돌아왔답니다.

참 참. 물물교환도 했어요. (불굴의 의지 ㅋㅋ)

집에 갈때 다시 들린 그곳에서 제 파우치 고이 놓아두고, 조악하지만 귀욤귀욤한 앵무새 연필깍기로 바꿔왔답니다~

물론 그래놓고 '이거 저주받은거면 어쩌지?'하고 H양에게 당분간 임시보관해달라고 한건 안자랑.

 

글 쓰기 시작한게 4시 20분경이었는데.. 정확히 1시간 2분이 지났네요. 헐.. 잠 다잤다. ㅎㅎㅎ

요새 눈팅하다보니 잠 못드는 분들 꽤 많이 계시던데

오늘은 토요일. 잠 못자도 괜찮은 날~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듀게님들 그리고 그냥 모든 듀나게시판 님들, 좋은 아침 되셨으면 좋겠어요!!

 

전 이제 다른 잉여짓하러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 해 둘게요. good mor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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