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관리 잘합시다.

2011.04.15 15:16

7번국도 조회 수:4166

 

 

1.

저는 개를 싫어합니다. 반쯤은 무서워하고, 반쯤을 싫어합니다. 무서운 경우도 있고, 무섭지 않은 경우에도 '개'가 싫어요.

주말마다 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데,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 좋아요. 개도 사람도 산책이 필요하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올수도 있죠.

 

그런데, 개줄을 풀어놓고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가 주인 아닌 사람쪽으로 다가와서 무서워하면 개 주인이 하는 전형적인 멘트가 있죠 "안 물어요"

 

세상이 이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멘트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고 안물고는 개 주인이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가능한 개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훈련을 시키는건 주인의 의무고

책임입니다만, 그 책임을 다한다고 해서, 개를 공공 공간에 자유롭게 풀어놓을 권리같은게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10년전부터 5년전까지 5년여동안 살던 아파트의 같은 계단의 윗층에는 거대한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는 여성분이 살았습니다.

그냥 딱 봐도 늑대나 작은 송아지 수준은 되보이는, 여성분이 목줄을 매는 것보다 타고 다니는게 더 통제가 쉬울꺼 같은 크기의

사이즈의 동물이었습니다.  동네사람들이 무서워하니 낮에는 끌고 나오지 못하고, 한밤중에만 끌고 나와서 산책을 시켰는데,

늦게 집에 귀가하는 길에 산책하는 개와 마주치는 공포는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개가 하도 거대하고, 목줄을 잡은

개 주인은 체격이 자그마한 여성분이어서, 힘이 센 개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는 광경도 여러차례 봤습니다.

 

혹시나 개가 이상징후를 보여서 사람을 향해 달려가도, 주인이 통제 할수 없는 범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개를 데리고 외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개도 산책이 필요하다구요?

그건 개와 개주인 사정이고, 그런 사정을 봐주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공포를 느껴야 하는 근거는 없습니다.

 

 

2.

아침에 개 관련 글을 퍼온 글을 보고 글을 쓰려다가 윗페이지를 가보니 뿌잉뿌잉♡님의 글이 있어서 글 쓰려는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명쾌하고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셨기 때문이니다. 저는 오늘 아침부터 이어져 오는 '개와 아이'에

대한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점은 '(남편과 아내 중에) 누가 잘못했고, 누가 이혼의 귀책사유를 제공했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남편은 아내를 폭행했고, 이걸 합리화할 근거 따위는 없습니다.

(반면 남편이 개를 폭행한 것이 같은근거의 이혼사유는 될수 없다고 봅니다. 남편이 개를 폭행한 것을, 아내가 참지 못하는 것은

 '성격차'라는 점에서 이혼 사유가 될수 있겠지만, 그건 당사자들의 문제니까요)

 

이 글에서 얘기되어야하는 사안은  뿌잉뿌잉♡님이 글에서 언급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행위에 따른 책임'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분명히 개를 키우는 행위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는 인격이 아니라서 어떤 책임도 물을수 없는 '개' 소유주의 몫입니다.

 

방금 올라온 글에

 

"관리 이야기, 책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개가 그 아이를 물었던 날은 개가 유료훈련소에서 돌아왔던 다음날이라고 했죠. 훈련소에 맡겼던 거죠.

 안전문 설치하고 격리하고 있었대요. 개를 아이와 함께 아무렇게나 방치한 게 아니죠. 개는 주인이 화장실 간 사이에 안전문 틈새로 빠져나왔대요.

 그 정도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 게 되는 거지, 그게 아내가 개가 자기 애보다 더 사랑스러워서 개를 아무렇게나 끼고 돌았다거나 "

 

-> 이 대목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안전문을 설치하고 격리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으니깐 관리소홀도, 책임소홀도 아니다?

 

개를 키우고 통제하는 이상, 그 개가 저지른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포함해서 개 주인에게 있습니다.

책임이란 결과에 대한 책임입니다. 개가 사람을 물었는데 개 주인에게 관리 책임이 없다는 얘기는 황당하네요.

'잘못했으니 맞아야 한다'고 얘기하는거 아닙니다. 누가 무슨 잘못을 했어도 사적인 폭행은 가해자의 잘못입니다.

다만 책임이 개를 관리하고 책임져야할 개주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의견이 대수롭지 않게 나오는건 어이가 없네요.

 

 

p.s

남편이 재빨리 아이를 응급처치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개를 걷어찬 행위나, 후에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개 폭행)는 남편의 선택의 문제이니 병원대신 개를 걷어찬걸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후자(아내 폭행)는 누가 뭐래도 잘못한 것일겁니다. 원글과 뿌잉뿌잉님의 글에서 아내 폭행을 긍정하는 내용은 아주 극소수였는데,

이 페이지에  올라온 두개의 글에는 '폭행을 두둔하다니 충격적이다'라는 글에 수십개씩 달리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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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키우시는 분들, 온전하게 책임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조막만한 강아지든, 송아지만한 개든 공공장소에는 통제 가능한 목줄을 잡고 나오시구요. (똥도 좀 치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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