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방학맞이 겜덕질 part 2. 입니다(...)



1. 스펙옵스: 더 라인(엑박/플삼/PC) - 좀 색다른 스토리의 총질 게임을 원하거나, 가격 대비 효율을 원하신다면.



게임계에서 밀리터리 FPS, TPS 장르란 한국의 아이돌 장사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시장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고 매우 잘 팔리고 있지만 이미 너무 많은 히트작들이 무수한 시리즈들을 뿜어내고 있어서 수식어 레드오션에 가깝고.

또 그런 기존의 이미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들이 워낙 압도적인 자본으로 제작되는지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은 크게 돈을 벌기 힘들죠.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팬이 많기에 중박만 쳐도 먹고살만하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대박을 내면 정말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제작되고 있습니다만.


암튼 뭐. '예거'라는 회사의 첫 작품인 이 '스펙옵스: 더 라인'은 그 와중에 차별화된 요소를 들이밀어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판매량은 망.)

그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스토리.


이 게임은 아예 그냥 전쟁의 참상과 비인간성을 보여주는데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의 전부를 할애합니다. '모던 워페어'로 대표되는 다른 총질 게임들도 그 내용의 폭력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코드는 심어 놓지만, 그래봤자 결국엔 수퍼 히어로들의 활약으로 대충 어설프게 타협을 하며 마무리하거든요. 근데 얘(?)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심지어 주인공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시리즈물 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라는 식이어서 이것이 과연 신생 제작사의 패기로구나! 라는 생각을. -_-;


비록 모 유명 전쟁 영화의 스토리를 아주 많이 답습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본인들도 신경이 쓰였는지 중간에 그 영화에 대한 매우 노골적인 오마쥬를 넣어뒀더군요;) 또 엄밀히 따져보면 중간중간 아귀가 안 맞는 부분들과 죄 없는 두바이를 멸망시켜 놓고 시작한다는 설정상의 파렴치함이 슬쩍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개성있는 각본이고 꽤 용감한 시도라 칭찬해줄만 합니다. 중간중간 분기를 넣어서 엔딩을 여섯가지로 나누어 놓은 것도 괜찮구요.


그 외의 게임 플레이나 연출, 그래픽 같은 부분에선 그냥 '대체로 준수하다' 정도의 평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아. 전 PC판으로 했습니다. 콘솔은 그래픽이 꽤 구리다고-_-)

그래픽은 크게 허접하지 않고 깔끔한 정도. 연출은 그냥 적절한 수준. 게임 플레이도 딱히 빼어나거나 개성적인 구석은 없지만 적당히 즐길 정도는 됩니다. 플레잉 타임은 대략 9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게임의 난이도가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데다 제가 총질을 잘 못 하는 편이라는 걸 감안하시고.


그래서 결론은, 총질 게임 자체는 밉지 않지만 정의의 사도 미군이 출동하는 '모던 워페어'류의 총질 게임 스토리가 꼴도 보기 싫으셨다면, 싼 맛에 한 번 플레이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듯. 정가 다 주고 사시진 말구요. 약간 저렴하게 사야 본전 생각에서 안전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작품입니다. ^^;

근데 뭐 요즘 이 게임을 정가로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망해서 덤핑되었거든요. (제작사에게 애도를.)


(그냥 이런 분위기로 시작부터 끝까지 달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참고로 오늘까지 스팀에서 7.49$로 세일하고 있습니다. ^^;

++ 게임 자체는 영문입니다만. 유통사의 허락을 받은 공인(?) 한글 패치가 존재합니다. 가끔 오역이 밟히긴 해도 뭐 그저 감사할 뿐.



2. 데드라이트(엑박/PC) - 비주얼만 괜찮으면 다 좋다는 분. 독특한 분위기의 소품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이 게임은 원래 엑스박스360 마켓의 다운로드 전용 게임으로 개발되었고, 나중에 스팀에도 출시되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쌀 수밖에 없는 운명의 게임인 거죠.

고로 패키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플삼으로도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참고하시고.


좀비 영화, 좀비 드라마, 좀비 게임이 지겹도록 넘쳐나는 와중에 이 소규모 제작사가 선택한 차별화 지점은 일단 비주얼, 그리고 스토리입니다.


위의 저 장면이 그냥 게임 플레이 화면인데, 스산하고 절망적이면서 고독한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래픽은 3D로 그렸지만 진행은 2D로' 라는 방식을 통해 얻은 비주얼과 분위기지요. 엔딩까지 보고 나서도 부분 부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어지간한 대작들의 큰 돈 들인 비주얼과 비교해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인상적인 비주얼이 바로 이 게임의 가장 좋은 점이지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는 '갑작스런 좀비의 창궐로 세상이 망해가는 가운데 실종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삽질하는 아저씨 이야기'라는 흔해 빠진 좀비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만. 그 연출이나 디테일이 꽤 괜찮은 편입니다. 게임 중에 얻는 주인공의 일기 페이지들, 사망자들의 유품 같은 아이템들로 그 '디테일' 역할을 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참신할 건 없지만) 모범적으로 활용되고 있구요. 근데 이노무 아저씨는 왜 일기장을 도시 전체에 흩뿌려놨는지 그리고 결말에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반전'을 좀 심어 놓았는데... 이건 더 자세하게 얘길하면 스포일러를 피하기 힘드니 그냥 뭐,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정도로만 얘기해두겠습니다;


근데 저 스크린 샷만 봐선 게임 플레이가 어떤 방식인지 짐작하기가 좀 어려운데, 



영상 후반부를 보면 대략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래픽이 3D이든 말든 좌, 우, 위, 아래로 움직이고 뛰고 매달리고 도끼 휘두르면서 좀비떼에게서 도망가는 게임이에요.

'스태미너' 게이지가 존재해서 달리기든 도끼질이든 좀 격한 액션들은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지형지물을 이용한 도망과 탐험이 위주가 됩니다. 요즘 난무하는 좀비 게임들 중 대부분이 죄 없고 나약한 좀비들을 각종 중화기로 학살-_-하는 게임이라는 걸 감안할 때 나름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좀비판 페르시아의 왕자라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

장점이라면 어려운 컨트롤도 없고 크게 골치 썩을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플레이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그래서 너무 쉬운 감이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좀 짧습니다. 보통의 게임 실력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이트로 부지런히 달리면 세 시간 남짓. 좀 부족한 사람(?)이 느긋하게 플레이해도 다섯 시간 정도면 끝이 납니다. 엔딩 보고 나면 추가 난이도가 생기고 그것까지 깨고 나면 숨겨진 엔딩이 나온다고는 합니다만. 스테이지 구성은 그대로에 좀 더 잘 죽게 바꿔 놓은 정도로 다시 플레이해볼 가치는 좀 떨어지구요.


그래도 

1) 애초에 가격이 14.99$인 작품이니 영화 두 편 가격 정도로 적당하고.

2) 그래픽, 분위기와 스토리가 즐길만 하고.

3) 액션치라고 해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만 하고.

4) 컨셉 아트, 메이킹 동영상과 같은 부가 요소도 충실.

과 같은 장점들이 있기에 일단 추천 해 봅니다. 


+ 스토리의 디테일과 결말에 대한 해석이 참 분분한데. 요즘 다운로드 전용 게임들, 중소 제작사의 게임들 추세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들 좋아할만한 떡밥으로 부족한 제작비 커버하기(...)

++ 아무리봐도 엑박용 다운로드 게임 '섀도우 컴플렉스'의 영향이 큰 작품인데. 제작사는 전혀 다른 회사더군요. 엑박이 있고 아직 '섀도우 컴플렉스'를 안 해 보신 분이라면 그것도 꼭 해 보시길. 훌륭한 작품입니다.

+++ 훌륭한 퀄리티의 유저 한글 패치가 있습니다. 게임 엔딩 보고난 후에 알았어요. orz



3. 마크 오브 더 닌자 - 오늘의 강력 추천작입니다.



위에서 소개했던 '데드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엑박 다운로드 전용 게임 -> 스팀 발매 의 과정을 거쳐 팔리고 있는 게임입니다. 가격도 14.99$로 같구요.


장르는 맨 처음에 적었듯이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닌자의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을 이용해서 최대한 들키지 않고, 싸우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는 거죠.

그런데 보시다시피 그래픽이 2D입니다. 3D 울렁증 걱정도 없고 길 잃을 걱정도 없고. 기술의 가짓수는 많지만 조작이 간편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클리어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6시간 정도... 인데.
여기서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나옵니다. 맘 먹고 플레이하면 몇십 시간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
일단 목적지까지 가는 길과 방법이 수십가지가 있기 때문에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도전해도 쉽게 질리지 않구요.
하다가 재미를 들려서 '아무도 안 죽이고 스테이지 클리어' 라든가 '한 번도 안 들키고 클리어' 같은 목표를 잡기 시작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경비에게 들키면 리스타트, 걸리면 리스타트, 경비를 깔끔하게 못 죽이고 개싸움으로 죽이고 나면 아쉬워서 리스타트 등등등. 근데 그렇게 일부러 엄격하게 플레이할 수록 더 재밌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나 '스플린터 셀', '씨프' 같은 잠임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듯;

스토리는 딱히 별 건 없구요.

양키 센스 폭발하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 그래픽에는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어쨌거나 그 퀄리티는 매우 괜찮습니다. 색감도 좋고 부드럽고 세밀한 움직임도 좋고.



간단한 퍼즐형 플랫포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플레이하기도 좋고, 본격 잠입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집요하게 플레이하기도 괜찮습니다.

재밌어요. 오늘 글에선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만.


게임 패드는 있어야 편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라는 게 유일한 단점이군요. ^^;




+ 역시 한글 패치가 있습니다. 줄거리의 비중이 큰 게임은 아니긴 합니다만, 퀄리티는 좋아요.



4. 틈틈이 조금씩 진행하고 있는 '진 북두무쌍'은 스토리 모드의 볼륨이 압권이군요. 원작의 시작부터 권왕과의 대결 까지라는데 이제 가짜 형님(?)과 싸우고 있습니다. 중간에 남두수조권 레이도 컨트롤하고 진짜 히로인(이라고 저만 생각하는) 마미야도 플레이하고 좋습니다. 다 좋은데, 보스전이 너무 빡세요. 노멀 난이도로하면 너무 쉽다길래 하드 난이도로 했더니만 켄시로가 쟈칼 따위에서 수십번씩 죽는 굴욕을 당하고. ㅠㅜ



5. 가족분께서 어제 '워킹 데드 더 게임'의 엔딩을 보셨습니다. 결말까지 상당히 맘에 들어하시니 질러드린 보람이 있긴 한데, 엔딩 보자마자 저더러 얼른 플레이하랍니다. 본인이 해 보지 않은 다른 선택 루트를 보고프신 모양. -_-;; 그래서 천하제일 패륜 악당 모드로 진행을 해볼까 하구요. '이거 어떻게할까?' -> '엿먹어ㅋㅋㅋㅋ' 뭐 이런 식으로. 원래 자유도 높은 서양 게임들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놀아줘야 제맛인 겁니다. 하하.


...라고 하니 울티마 6에 나오는 가드 하나 죽여보고 싶어서 마을 사람들 학살하고 시체를 쌓아 부둣가에 가둬둔 후 함포 사격으로 30분을 두드리던 청소년기의 추억이... (쿨럭;)



6. 게임 덕후질은 여기까지하고 내일부턴 다른 일을 좀 해 보려구요. 

며칠 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방학이 2주 밖에 남지 않아서... 엉엉.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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