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월이냐. 왜 노원병이냐.

2013.03.04 05:26

drlinus 조회 수:3274

냉정하게 정치적으로만 판단하면 이번 4월 재보선에 노원병에 출마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영도로 가서 박근혜 정부 탄생 일등공신인 김무성과 화끈하게 붙어!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필패입니다.
물론 영도에 출마하면 한순간에 대격전지가 되고 온갖 이슈를 가져가겠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투표율 낮은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이 아닌 타지역에서 이기는 건 지역구 강자들입니다.
그 지역을 열심히 다진 사람이거나 지역구 표를 긁어올 수 있는 조직력이 이미 만렙인 사람들이죠.
지역 기반 없는 초짜 정치인(대선 후보급이었지만 정치적 경력은 없다고 보니까요)이 부산에서.
그것도 김무성이란 능구렁이를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그리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순간 정치인 안철수는 끝입니다.

노무현이란 레퍼런스가 있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정치인이었고 지역 기반 또한 있었던 양반입니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인권 변호사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었고 98년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졌던.
네네.  바로 그 사건으로 전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과 깡(-_-)을 심어주었던 양반입니다.
게다가 만약 영도에 출마해서 패배하면 안철수와 함께 정치를 하려하는 정치인들이 어랏? 하면서 선긋기를 시작할테니까요.
여하튼 케이스가 전혀 다릅니다.

죽은 자식 뭔 만지는 얘기지만 안철수씨가 정말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지난 총선에 출마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짜증도 나고(-_-) 한참 지난 얘기 이제와서 해봐야 뭔 소용인가 싶으니 패스하겠습니다.

10월 재보선이 있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때는 이미 늦다고 봅니다.
그때면 민주당은 이미 전당대회 예전에 끝내서 지도부 구성했고 당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을 때니까요.
새누리당 역시 박근혜 정부 인기와 상관없이 그들의 엄청난 생명력으로 똘똘 뭉쳐 역시나 잘 굴러갈테고.
안철수씨가 정치적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길은 정계 개편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4월 재보선에 출마해 일단 국회의원 되고 정계 개편 신호탄을 팡~ 하고 쏘아올려야죠.

지금 민주당은 아직 어수선하고 박근혜 정부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고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역시 대통령에 눌려 여당의 권위 따위 전혀 없는 모습이고.
이런 타이밍.
자신이 정국의 주인공이 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죠.
여하튼 그렇게 개편된 세력으로 내년 지방선거 치뤄 성공하고 총선까지 드라이브 걸어야 차기 대권까지 시나리오가 착착.

여기까지는 감히 전지적 안철수 시점에 쓴 글입니다.  -_-;;
전지적 시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줄에 말씀드린 것처럼 냉정하게 정치적으로만 판단하면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문제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 모두가 궁금해하던 바로 그것.
안철수씨가 늘상 말하던 새정치가 대체 뭐냐 이겁니다.  -_-;;
저의 소소한 추측으로 이번 재보선에 노원병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안철수씨는 출마하지 않았을겁니다.
시기적으로 조금 버겁더라도 10월을 노렸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도 아닌 서울에서.
다른 지역도 아닌 야권 성향 강한 노원병에 자리가 난겁니다.
매우 당연하게 출마할 수 있습니다만.
노회찬 의원이 대체 무엇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는 지.
그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다면 일단 출마선언부터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되죠.
새정치는 개뿔입니다.

입국해서 노회찬 의원부터 찾아갔어야 합니다.  저라면 일단 비공개로.  -_-;;
문제의 사건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향후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면 그것들을(물론 통비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되었습니다만) 비롯해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부터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자리를 얻어내기 위한 야합이 아니고 정치적 도의도 아니고 선명하고 올바른 정치인이 되겠다는 기본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또한 이것은 대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거지?  라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에 대한 매우 좋은 첫번째 답변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이런 과정들 없이(혹은 부족하게) 대리인을 통해 출마선언을 하셨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쫍.

정계 개편은.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대선까지 가기 위해선 해야만 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지극히 선한 정치적 대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대의라는 것도 권력이 없으면 안되니까요.
문제는.
정계 개편은 새누리당쪽에서의 이탈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남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양반들이죠.
친박연대 같은 케이스가 아닌 이상 그들은 그쪽 진영에서 웬만해선 이탈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결국 정계 개편은 안철수씨가 새누리당과 손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야권 쪽에서 진행이 됩니다.
과연 잘 될까요?
그리고 어느 선까지 진행되는 것이 과연 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말이 좋아 정계 개편이지 막말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야권의 의석수 갈라먹는 결과일텐데 그러한 정계 개편이
야권 전체.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들 힘을 키우는 일이 과연 될까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만약 국회의원 당선되면 차라리 민주당 입당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러면 진작에!  라는 얘기 들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지나간 시간들인데.
야권에 힘을 보태고 함께 새로운 정치(-_-) 하겠다는 선언하며 민주당 입당해서 정계 개편은 잠시 잊고.. 의정 활동 열심히 하면서 
그것으로 국민들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세력 키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미천한 저의 생각일 뿐이지만요.

여하튼 씁쓸하지만 판단은 앞으로의 행보를 보면서 하려고 합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본인이 말했었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상생의 정치.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고.

@ drlin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4
209 어제 국정원걱정 촛불집회 다녀왔어요. [7] 헐렁 2013.07.28 3609
208 [바낭] 이제 두 번 남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잡담 [11] 로이배티 2013.07.25 3317
207 [스포일러없어요] 떠도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포일러를 찾아봤는데 말이지요 [13] 로이배티 2013.07.05 3610
206 "내 아들이 우는 이유" 사이트 아시나요? [13] 곽재식 2013.07.02 4298
205 연예를 다루듯이 정치를 다루는 것 [2] 좋은사람 2013.06.28 1091
204 [회사바낭] 육아휴직 풀로쓰고 진급 밀리기 vs 짧게 쓰고 진급하기 [7] 가라 2013.05.31 2634
203 [스포일러] 지니어스 게임 4화 간단 잡담 [10] 로이배티 2013.05.18 2662
202 지난 주말 워크샵 후기 [10] chobo 2013.04.29 3154
201 [냥/바낭] 맘에 쏙 고양이 인식표/ 봄맞이 가전제품 바꾼 이야기 및 기타 수다. [13] Paul. 2013.04.25 3321
200 듀나인) 사당역 회의장소 추천 부탁드려요~ [2] pennylane 2013.04.24 2188
199 다시 배우는 타이핑-일주일만에 두번째 기기를 입양했네요. [8] Nichael 2013.04.05 3108
198 [회사바낭] 두번째 기회(?).. 일까.. [9] 가라 2013.04.04 2274
197 자꾸 상사한테 따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듭니다. [3] dlraud 2013.03.17 1835
» 왜 4월이냐. 왜 노원병이냐. [9] drlinus 2013.03.04 3274
195 트롤의 천적. [2] 자본주의의돼지 2013.02.01 1288
194 군 생활 이야기 나왔길래... 어느 국회의원 아들놈이 내 후임으로 [8] 빅바흐 2012.12.28 4033
193 올해 서울인형전시회는 어찌하여 소식이 없는 걸까요...ㅡ_ㅠ(인형 바낭, 엄청 스압) [6] hermit 2012.12.27 2094
192 광해를 보았어요(스포 미량 함유) [2] 2012.12.27 1708
191 솔로대첩 가는 이 [8] 닥호 2012.12.24 4596
190 [시국좌담회] 송년회 장소와 시간입니다. 좌담회에 오신 적이 없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6] nishi 2012.12.23 16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