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듀게에 들려서 별로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서 죄송합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몇 군데 없는데 도배를 하는 듯 하여 글올리기 조금 민망하지만,

항상 운전 조심하시고, 특히 블랙박스는 꼭 장착하시고 다니셔서,

저처럼 억울한 사고를 당하시더라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의] 사고당시 블랙박스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재생시 충돌음이 매우 크니 볼륨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 10월 31일 오후 5시 30분경, 생애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신호를 받아서 좌회전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정면으로 들이받았네요.

이 사고로 인하여 오른팔 척골과 요골이 분쇄골절 되어서(모두 7조각이 났습니다...) 수술을 받았고,

3개월에 걸친 입원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에 퇴원을 하였습니다.


사고 장소는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왕복 4차로의 이면도로여서,

60킬로의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과속을 하는 차량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특히 더 운전을 신경 써서 조심히 하고 있었는데,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운전을 매우 조심해서 하는 편이고, 신호위반이나 과속도 전혀 안 하는 운전스타일이라,

98년 면허 취득 후 경미한 접촉사고, 그것도 정차 중에 상대방이 부딪힌 거 몇 번 빼고는 

교통사고를 경험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 겪은 사고로 제법 큰 부상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마주 오는 차량의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여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수차례의 상향등을 점멸함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충돌 직전까지 경적을 눌렀지만,

가해자는 어처구니없게도 교차로의 진입해서야 브레이크를 밟아서,

제동이 거의 되지 않은 속도 그대로 정면으로 충돌하였습니다.

 

충돌 시에 왼손으로는 경적을 누르고, 좌회전 중이라서 오른손으로 핸들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정차한 상태에서 오른손 핸들을 11시 방향으로 위치하고 무의식중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충돌 직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팔을 보니 마치 물결모양처럼 어그러져 있었네요.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오른팔을 억지로 핸들에서 잡아떼는 순간, 통증으로 인하여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충돌로 바닥에 떨어진 전화기를 찾아서 일단 119에 신고를 하고,

왼팔로 겨우 문을 열고 나가 봤더니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에어백에 파묻혀서 미동도 하지 않고, 

동승자는 안전벨트도 하지 않았는지 앞유리에 머리를 부딪쳐서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충격으로 유리는 깨진 상황이었습니다.




부러진 오른팔이 욱신거리고 점점 부풀어 올라서 입고 있던 재킷을 벗고,

보험회사에도 연락해서 차량 이송을 의뢰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몇 장의 사진을 찍어놓고 있었는데, 가해 차량 동승자는 정신을 차리고는

사람이 더 중요한데 사진이나 찍고 있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더군요.

가해자는 미동도 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 줄 알았습니다.

 

신속하게 앰블런스와 경찰차가 현장에 출동하여서,

음주측정과 간단한 상황 설명을 하고, 구급차로 근처 병원에 이송되어서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만,

병원으로 옮겨진 가해자가 정신을 차리고는 터무니없게도, 

제가 신호위반으로 달려와서 충돌했다고 진술했다는 보험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대방 보험도 접수되질 않아서, 처음 응급실 진료비와 입원비는 제보험으로 지불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출한 블랙박스 동영상으로 인하여 과실이 판명되고,

가해 차량 보험사 담당자가 경찰서에서 동영상을 확인하고 

100퍼센트 가해자 과실로 인정하고 진행을 하게 되었네요.

뻔뻔한 가해자의 태도에 사고를 담당한 경찰관도 오히려 저보다도 더 공분을 해주시고,

피해자 진술 시에 불편한 제 모습을 보시고는 걱정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직진신호로 변경되어 무리하게 달려오다가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닌,

요즘 변경된 신호체계로 인하여 로테이션식으로 돌아가면서 변경되는 상황이라,

과속으로 달렸다는 것도, 신호위반을 하고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연히 음주운전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가해자가 70대의 고령의 노인이라 운전미숙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습니다.

이송된 병원에서 음주측정을 별도로 진행했지만, 음주는 아닌 걸로 판명이 났다고 합니다.

 

이 사고로 인해서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분쇄골절로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 약간이지만 영구적인 근력손실과 일시적인 후유장해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관절 쪽은 심한 손상이 없어서, 꾸준히 재활을 하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곤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에서 진행해오던 작업들과,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쇼핑몰 오픈이 몇 달이나 늦춰지는 바람에 이래저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다다음 주부터 의뢰받은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몸 상태가 아직 온전치 않아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네요.



 

 


차량 손상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정식 서비스센터에서 입고해서 한 달이 좀 넘게 수리를 하고,

퇴원하는 시기와 비슷하게 출고 받았습니다. 

 

처음, 냉각수와 오일이 바닥에 흥건히 누출되고, 엔진 쪽에서 연기가 심하게 발생하여

엔진까지 심각한 데미지를 입어서 폐차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누유된 오일이 엔진오일이 아닌, 엔진 앞에 장착되어있던 클러치오일이라고 하더군요.

수동차량이라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여 수리에 큰 문제가 없고 완벽하게 보증을 받을 수 있다네요.

 

차량 출고 후에 이제 겨우 2만 남짓 주행을 하였고, 

전부 순정상태로 주기적으로 꼼꼼히 관리하던 차량이 한순간에 사고차가 되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프레임은 아무 문제 없는 단순 교환으로 끝나서,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사고장소가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가해자가 거짓진술로 인해서 

자칫하면 과실산정으로 골치가 아플 뻔 했지만,

블랙박스를 장착해 놓고 있어서 사고처리를 하면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경험해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사고라는 게 혼자서만 조심한다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

만일에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블랙박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블랙박스는 반드시 장착하시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제 사고 동영상을 본 친구들과 주변지인들은 이번에 대부분 장만을 하였습니다.

 

가해 차량이 경차가 아닌 조금 더 큰 차량이라면

아마 이렇게 글을 올리지도 못했을 테지요.

합의는커녕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 가해자가 괘씸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사건을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당분간은 몸을 좀 추스르면서 일상생활로 복귀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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