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4 16:37
- 2000년작입니다. 숫자 깔끔하고 좋네요. 런닝타임은 89분. 스포일러가... 꽤 있을 겁니다. 어차피 그런 거 의미도 없는 영화이고 하니.
('노 시퀄'이라고 해놓고 5편까지 나왔습니다.)
- 스토리 소개를 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생략하고.
이게 기본적으로 [스크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베이스에 깔고 가는 이야기죠. '스크림'의 도입부를 패러디해서 고스트 페이스 킬러를 등장 시키는데, 그 학교 학생들 중에 '나는 네가...'의 주인공들과 같은 비밀을 갖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식. 이후의 전개도 기둥 줄거리는 이 두 영화를 오가며 각각의 유명한 장면들을 개그 버전으로 튜닝해서 이어 붙이는 식입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엑소시스트, 식스센스 등 네임드 호러 무비들 장면을 집어 넣고... 그걸로도 채워지지 않는 장면들은 더럽거나, 야한데 더러운 개그 장면들로 대충 땜빵.
한 마디로 유명 호러 무비 컴필레이션 패러디 + 90년대식 화장실 유머. 이렇게 정리가 되겠네요.
(대략 주인공 무리들.)
- 사실 되게 이상한 게, 저는 정말로 제가 이 영화를 예전에 봤는지 안 봤는지 헷갈려요. 극장에서 보지 않은 건 분명한데, 단순하게 '출발 스포일러 여행' 같은 데서 본 거라고 생각하기엔 쓸 데 없이 많은 장면들이 기억이 난단 말이죠. 어제 이걸 보면서도 내내 그랬습니다. 이런 게 있었나? 아 이건 알겠네. 이런 게 있었나? 아 이 장면 유명했지... 를 반복했고 다 보고 난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대체 본 건지 안 본 건지. ㅋㅋㅋ 어쨌든 이젠 분명히 '다 본 영화'입니다만.
(유우명했던 그 장면! 이것은 여성 혐오인가 아니면 여성 혐오적 설정에 대한 풍자인가... 같은 걸 진지하게 논할 이유는 없겠구요.)
- 이걸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패러디 모델이 된 공포 영화들이 아니라 그 시절을 풍미했던 다른 선배 패러디 영화들이었습니다. 주말의 영화로 봤던 '에어플레인', 레슬리 닐슨을 한국 인기 배우로 만들었던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 그리고 찰리 쉰의 '못말리는 람보' 같은 영화들이요. 무려 'ZAZ 사단'이라는 명칭까지 붙여 불리던 그 양반들의 전성 시대였죠.
암튼 영화는 ZAZ 사단과는 별 관계가 없지만 ZAZ 영화들이 이 영화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건 너무나 분명합니다. 단순히 패러디 영화라서가 아니라, 조립(?) 방식이 그냥 똑같거든요. 그래서 이걸 보다 보니 ZAZ 사단의 예전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ㅋㅋ 원조는 이것보다 나을지 못할지 살짝 궁금해져서요.
(우리 귀여운 고스트페이스찡...)
- 이것 또한 워낙 작정하고 '저질이라도 웃기면 된다!' 라는 영화인지라 과연 이걸 보면서 제가 얼마나 웃을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생각 외로 꽤 웃었습니다? ㅋㅋ 이게 뭐 89분의 런닝타임 내내 쉬지 않고 드립을 던져대니 그 중 얻어 걸리는 게 하나도 없기도 힘들구요. 그리고 생각보다 패러디 센스가 괜찮아요. 그게 자꾸 과장된 섹스 어필이나 바보 흉내로 흘러가 버려서 그렇지 아이디어 자체는 웃기는 게 꽤 많았구요. 또 가끔씩 '예상보다 고퀄' 장면들이 나와서 당황스럽게 웃깁니다. 예를 들어 클라이막스의 '매트릭스' 패러디 격투씬 같은 게 그렇죠. 진짜로 '그 특수효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잘 찍었더라구요. 참으로 하찮지만 그걸 또 참 열심히 찍으셨네. 라는 느낌.
(역시 유명했던 이 장면 같은 경우엔 영화 팬들의 격렬한 지지를 받았던 기억도. ㅋㅋ 그리고 레지나 홀은 풋풋하다 못해 그냥 다른 사람 같네요.)
- 그리고 세월이 흐른 덕이 있습니다. 위의 매트릭스 장면도 그렇고, 그 시절엔 지긋지긋하고 식상한 유행이었던 부분들이 2022년에는 그냥저냥 괜찮아진 게 있어요. 또 이 영화에 패러디 된 영화들 중 다수가 그 시절에 핫한 영화였다 보니 이젠 탑골 무비가 되었고. 고로 추억팔이 컴필레이션을 보는 재미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결정적으로 그냥 이런 패러디 영화 자체가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요. 소재도 내용도 장르도 추억팔이라는 추억팔이 삼위 일체 달성!!! 덕택에 평소에 다른 요즘 영화들을 볼 때보단 상당히 관대한 눈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뭐라 설명을 달기도 난감한. 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요즘 시절에 보기에 편안할 영화는 아니겠죠. 세상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배려 없이 막 나가는 그 시절 개그 스타일도 그렇구요. 또 실제로 보면 호러 패러디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실 유머들도 혐오감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요즘 기준으론 거의 웃기지가 않구요. 또 어쨌거나 장르 특성상 대놓고 '막' 만든 영화라 완성도 같은 거 논할 물건도 아니고. 위에서 기대보다 상당히 웃었다고 적었는데, 그게 웃은 건수 기준입니다. 타율로 따지면 사실 그리 높지 않아요. ㅋㅋ 그래서 결론은,
(대충 이런 느낌의 원초적 개그가 대부분!)
- 뭐 이제사 굳이 보실 필요 있겠나요. ㅋㅋㅋ
'그 시절' 유행이자 장르 스타일 그 자체인 영화이다 보니 사료적인 가치는 있겠습니다만.
순수하게 웃기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거라면 이보다 시대에 맞게 재밌는 영화도 많겠구요.
며칠 전에 봤던 비슷하게 악취미 개그 영화였던 '무비43'과 비교해도 완성도는 많이 구려요.
안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안나 파리스가 이러는 거 보고픈 분들이라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
+ 이게 5편까지나 나온 것도 이 글 적느라 검색하고 알았습니다만. 'ZAZ 사단'의 데이빗 주커가 3편을 연출했다는 것도 방금 알았네요. 그래서 레슬리 닐슨이 나왔나 봅니다. ㅋㅋㅋ
++ 이 시국에 이런 류의 패러디 컴필레이션 무비 하나쯤 나와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무리겠어요. 요즘 대세 영화들 패러디하려면 마블 영화가 왕창 들어가야 할 텐데 디즈니에서 그걸 허락할 리가.
2022.05.24 17:06
2022.05.24 19:19
저는 말씀하신 패러디들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본 게 1편 요고 뿐이라. ㅋㅋㅋ 안나 패리스랑 레지나 홀은 후속작들에도 나왔더라구요. 그리고 안나 패리스 근황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왕좌의 게이'에 나왔군요. 허허허허허. 6시즌이나 나온 인기 시리즈인가봐요.
그게 살짝살짝 집어 넣는 건 허락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영화 한 편을 통째로 갖다가 막장으로 패러디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허락한다 해도 값을 엄청 부르려고 해서 못 만들지 않을까요. 이런 영화는 무조건 가성비로 가야 하는데. ㅋㅋ
2022.05.24 17:06
옛날에 호러존에서 이 영화랑 프레디 VS 제이슨 개봉 정보를 보고
오버 살짝쿵 보태서 "이 두 편만 보면 더 이상 공포영화 안봐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물론 지금도 공포영화 잘 보고 있죠 ㅋㅋ
무서운 영화는 후속편도 몇 편 봤는데 뒤죽박죽 섞어서 기억하고 있는거같네요
떠오르는 장면이 많은데 그 장면이 몇 편에서 나온 장면인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안나 패리스가 너무 귀여웠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네요 ㅎㅎ
2022.05.24 19:33
ㅋㅋㅋㅋㅋ '사다코 vs 가야코' 까지 보셔야 완벽해지지 않을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조만간 봐야겠네요.
기억이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워낙 근본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에 패러디 장면 하나하나만 기억에 박히는 영화라. 두 편 이상 보면 다 섞여 버릴 듯. ㅋㅋ
안나 패리스는 참 귀엽더라구요. 이런(?) 영화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참 인기 있었던 게 납득이 가는 귀여움이었습니다.
2022.05.24 17:53
2008년에 <슈퍼히어로 Superhero Movie>란 패러디영화가 나오긴 했어요.
이 영화에서도 직접 인용은 못하고 비틀어서 표현했고요,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은 잠자리맨으로.
마블 패러디 영화도 이런 식으론 나올 순 있겠죠.
2022.05.24 19:34
아 검색해보니까 뭔지 알겠어요.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포스터랑 영화 소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
근데 말씀대로 잠자리맨은 잠자리맨인데, 엑스맨 캐릭터들은 다 본명으로 그냥 나왔네요? 울버린, 프로페서X 등등. 판권이 다른 회사에 있어서 어느 쪽이랑은 딜이 되고 어느 쪽이랑은 안 되고 그랬던 걸까요.
2022.05.24 18:10
무서운 영화 삼에 나오는 그것이 생각나면서, 닥스2의 완다도 생각나네요...
2022.05.24 19:35
무서운 영화 삼도, 닥스2도 안 봐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 ㅠㅜ
그러고보니 닥터 스트레인지2 보러 가야 하는데. 흥행 잘 되고 있으니 금방은 안 내리겠죠? ㄷㄷ
2022.05.24 19:35
2022.05.24 19:39
이렇게 말씀하시니 3, 4도 다 봐야 하나 싶구요. ㅋㅋㅋㅋㅋ
5이후로 속편이 안 나오니 당연히 폭망했겠거니 했는데 확인해보니 2천만 달러 들여서 7800만 달러를 벌었어요. 하아... 이거 은근 농약 같은 시리즈였군요.
2022.05.24 19:53
왓챠에 4편 빼고 다 있네요
4편은 왜 없는지 너무 궁금한데 일단 1~3편 정주행 시작합니다 ㅎㅎ
2022.05.24 20:49
아... 괜찮으실까요? ㅋㅋㅋ 보아하니 2편 평이 많이 쳐지고 1, 3이 그나마 상대적 호평인 듯 합니다.
2022.05.24 20:37
키노뽕같은 거 가득찼을 때는 눈흘기던 시리즈였는데 또 시간이 지나니 지금보면 재밌을것도 같은 생각이 드네요 ㅋㅋ
2022.05.24 20:50
뭐랄까. 눈쌀이 찌푸려지는데도 그냥 웃기는 장면들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고 그렇습니다. ㅋㅋ
맞아요. 저도 그 시절엔 씨네필 워너비 뽕이 차 있어서 그만(...)
2022.05.25 01:02
2022.05.25 01:52
아... 죄송합니다. 무비43의 강점이라면 사실 그냥 이야기들이 다 단편이라 굳이 다른 농담들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어서 '무서운 영화' 대비 구성이 깔끔하다는 것 하나 정도입니다.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ㅋㅋㅋ
네 뭐 그런 영화들의 전성기가 딱 세기말, 세기초 그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이런 거 잘 안 나오죠.
2022.05.25 13:32
2022.05.25 14:44
심지어 흥행 실패한 작품도 거의 없습니다. 제작비 서너배씩 너끈하게 뽑아내네요. ㅋㅋ
휴 잭맨 그거 정말... 남에게 보여주고 반응 관찰하고 싶은 에피소드였죠. 보는 내내 힘들었지만 다 보고 나니 웃음이... 허허허허.
2022.05.25 13:46
2022.05.25 16:46
인터넷 여기저기서 이 시리즈에서 나온 짤막한 클립들은 꽤 자주 봤었는데 한번도 풀영화로 본 적은 없습니다 ㅎㅎ 샤킬 오닐이 쏘우 패러디하는 장면이나 8마일 패러디 등이 기억에 남네요. 안나 패리스가 그래도 이 시리즈를 통해 인기배우로 한동안 먹고살았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작년에 라이언 레이놀즈 나왔던 프리 가이나 최근 칩앤 데일 같은 영화들을 보면 의외로 그런 패러디에 디즈니가 관대(?)합니다. 돈벌이가 되니까 그런 거겠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