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완벽 스포일러 범벅 버전]의 잡담입니다.

스포일러 피해가며 얘기하기 답답한 영화라서 그냥 스포일러 버전도 한 번 적어 봐요. 아마 읽을 분들 거의 없으시겠지만 뭐 일기인 셈 치고. ㅋㅋㅋ

어쨌든 그런 것이니 아직 안 보신 분들 중에서 언젠간 봐야겠다... 싶은 분들은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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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방지용 재활용 짤!)



1.

그러니까 이 영화의 본체(?)는 '장화, 홍련'입니다.

숲과 호수에 인접한 외딴 곳의 어여쁜 집. 도입부에서 주인공 둘이 뛰어노는 도중에 물가 장면도 나오구요. '엄마라고 주장하는 자'가 등장하는 부분의 공포 분위기도 그렇죠. 게다가 결국 둘 중 하나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게 본인 잘못이라는 죄책감을 누르기 위해 정신줄을 놓고 죽은 혈육의 모습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상태. 그래서 결국 정신 승리(...)를 위해 망상 속에 빠져 '엄마라고 주장하는 자'를 악역 삼아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죠.


다만 다 큰 처녀였던 임수정과 다르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9살짜리 어린 아이들이구요. 아빠는 이혼으로 애들을 포기하고 떠나간 상태이고.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는 본인이 겪은 사고 때문에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거.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생겨버린 아들래미를 제대로 챙기기가 불가능한 상태인 겁니다.



2.

이 영화의 전반부는 쌍둥이 형제가 주인공이에요. 그리고 우리 어린이들 입장은 이렇습니다.

예전엔 그렇게도 다정하고 살갑던 엄마가 얼굴에 붕대 친친 감고 오더니 동생은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며 무시해요. 그래서 가뜩이나 낯 가리는 동생은 엄마에게 말도 못 걸고 거리를 두며 빙빙 돌죠. 그리고 그걸 엄마에게 항의하는 형은 엄마의 버럭!!은 물론 종종 신체적 폭력까지 당해야 합니다. 한 번 그러고 나면 잠시 후 미안하다고 다가와서 안아주고 난리를 치지만 이미 그걸 숱하게 겪은 형 입장에선 다 소용 없구요. 게다가 이제 엄마가 밥도 안 해줘요. 냉동 식품을 하나 가득 주문해서 쌓아두고 렌지에 돌려서 들이미는 게 다네요. 이 사람이 자기 엄마일 리가 없다는 심증만 굳어집니다.


그래도 나름 평화롭게 해결해 보려고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어요. 

집에서 도망쳐 나가 멀리 떨어진 교회까지 가서 도움을 청해보지만, 경찰서로 데려다 주겠다던 목사님은 형제를 차에 태우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엄마가 기다리는 집에다 애들을 떨궈 놓고 가버립니다. 당연히 엄마는 더더욱 불같이 화를 내고, 이제 망했습니다. 결국 9살 어린이가 다 큰 어른인 엄마를 상대로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깁니다.



3.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드디어 엄마가 붕대를 풀고 맨얼굴로 자식을 마주하게 되는 부분에서 이제 슬쩍 주인공이 엄마로 바뀝니다.

이후 내용들로 짐작해볼 수 있는 그 엄마의 입장은 대략 이래요.


그냥 모든 게 다 너무 벅차고 힘들어요. 남편이랑 깨진 건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모양새를 보면 남편이 영 좋지 못한 잘못을 해버린 듯 하구요.

사랑하는 자식 챙겨 보겠다고 자기가 키우기로 했는데 (아마도) 첫째의 실수로 둘째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후로 아들놈은 멘탈이 나가서 죽은 동생이 옆에 있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릴 하며 더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고까지 나서 얼굴을 다쳤는데, 이 양반 직업이 아나운서... 암튼 티비에 나가는 방송인입니다. 자칫하면 밥줄 끊어지게 생겼구요, 수술은 크게 해서 당분간 몸 관리 엄청 하며 쉬어야 하는데 딸린 9살짜리 식솔까지 있네요.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욱하는 마음에 실수로 아들에게 폭력까지 쓰구요. 바로 후회하며 사과해 보지만 아들의 맘은 이미 어딘가로 떠나버렸고. 자꾸만 자기더러 자기 엄마 아니라고, 진짜 엄마를 데려오라고 난리입니다. 붕대라도 풀면 잘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러고 나니 오히려 더 격렬하게 반응하며 도망쳐 버리고, 경찰에 신고하려는 시도까지. orz


그래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내일 다시 이야기 해보자... 라고 결심합니다만.



4.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들래미는 자기를 침대에 참 단단하게도 묶어뒀구요.

'니가 가짜라는 걸 인정하고 진짜 엄마를 데려와라' 라고 요구하며 고문을 시작합니다.

얼굴에 물을 끼얹는 정도는 애교. 눈동자 색이 다르다며 손가락으로 눈알을 콕콕 찔러대고. 돋보기 렌즈로 피부를 태우고. 도와달라 소리 지르지 못하게 입술을 순간 접착제로 붙여 버리고. 칼과 가위, 자작 석궁을 들고 계속해서 위협하며 폭언을 퍼붓고.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해명을 해도 소용이 없죠. 믿지를 않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마지막 순간. 아들이 마지막 기회를 주겠답니다. 

먼저 동생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맞혀 보래요. 환장합니다. 첫째의 망상에서만 존재하는 둘째가 뭘 하는지 어떻게 맞혀요.

그러자 자비로운 아들래미는 진짜진짜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동생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뭔지 말해보래요.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노래를 불러 보지만, 오답이랍니다. 네. 그래서 엄마는 죽은 아들의 최애곡이 뭔지 모른다는 큰 죄를 안고 불에 활활타서 죽어요.



5.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 타버린 집 인근의 옥수수밭에서 두 아이가 엄마를 다시 만나는 모습으로 끝납니다.

저 멀리 숲속에서 걸어 나온 엄마에겐 이제 둘째도 보여요. 환하고 인자하게 웃으며 둘째가 가장 좋아했던 그 자장가를 불러주고요.

두 아들이 엄마의 손을 한 쪽씩 잡고 영화 내내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구김살 없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



6.

결국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첫번째는 어제 글에도 적었듯이 아동 학대 이야기죠. 다만 막장 인간들의 안드로메다급 천인공노 버전 학대 같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보호자에 의해 벌어지는, 의도치 않은 학대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당하는 아이 입장에선 그냥 학대죠. 엄마의 사랑과 따스함을 그리워한 것 뿐인데. 결국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은 폐허가 되구요. 할 수 있는 한 힘을 다해 바깥 세상에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그것도 다 '악의 없는 무신경함'에 의해 좌절되구요.


두번째는 어제 글엔 적을 수 없었던 부분, 엄마 입장에서 보여지는 여성 수난 서사입니다.

본인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결국 자식들 삶을 먼저 챙기고 돌봐야 하는 겁니다. '엄마'니까요. 그걸 잘 해내는 초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직접 나아 키운 아들래미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모르는 게 무슨 엄마야!' 라는 소리나 들으며 활활 타버려야죠.


그리고 그냥 하나로 뭉쳐서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인생 꼬이고 멘탈 나간 약자들끼리 '가족'이라는 굴레로 묶여서 서로를 괴롭히다가 다 함께 파멸하는 슬픈 이야기요.



7.

암튼 뭐랄까.

막판에 몰아치는 그 불쾌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꽤 괜찮은 영화였네요.

물론 절대로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만. ㅋㅋㅋ 이젠 그냥 '별장에서 생긴 일'이나 보고 넘기려구요. 




+ 감독님 신작은 뭐 없나? 하고 검색해보니 쌩뚱맞게 M. 나이트 샤말란이 걸리네요. '서번트'라는 애플티비 오리지널 시리즈를 벌써 시즌 3까지 내놓은 상태였군요. 아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애플티비. ㅋㅋ 암튼 거기에서 요 영화 감독님이 에피소드 하나를 맡아 감독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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