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작이고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5분입니다. 스포일러랄 건 전혀 없는 영화라서 대충 막 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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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후배 상남자!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하단의 출연진 목록을 보면 '케이프 피어'의 마틴 발삼도 보이고 뭐 그렇습니다.)



 - 뭐라뭐라 하는 국제 정세 관련 자막과 함께 난데 없이 헬리콥터 한 대가 폭발합니다. 미군 특수 부대 '델타 포스'가 타국에서 무슨 임무를 수행중이었는데 그게 망한 상황이구요. 얼른 비행기 타고 퇴각해야 하는데 폭발한 헬리콥터 안에 갇힌 부하 하나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 포기해!' 라는 지휘관의 지시를 개무시한 우리의 히어로 척-노리스가 달려가 으쌰으쌰 구해 오죠. 그러고선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휘부 땜에 이 일 못해먹겠다!' 하고 은퇴 선언을 해요.


 장면이 바뀌면 여객기 하이재킹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대충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델로 한 거라는데 현실에선 미국과 이웃 국가들이 개망신 당하고 끝난 테러리스트들의 승리! 사건이라는데, 이 영화는 다르겠죠. 우리에겐 척-노리스가 있으니까요. 뭐 스토리 소개는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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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최강 남자 척 노리스의 위엄을 보... 는 건 좋은데, 저 무기를 저런 자세로 쏘는 건 과연 괜찮을까요.)



 - 처음 본 겁니다. 그냥 그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표지 사진 본 기억이 있구요. 당시 국딩 친구들과 주절주절 뻘소리 배틀하며 놀 때 '델타 포스'가 짱 센 군인들 대명사로 불렸던 기억이 있고. 또 어렸을 때 무슨 티비 프로그램에서 몇몇 장면들만 짧게 본 게 전부였죠. 근데 그게 아주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이, 그 장면이 그거였거든요. 미사일 오토바이!! 우왕!!! ㅋㅋㅋ 그래서 전 무슨 SF스런 첨단 장비 갖춘 싱기방기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007스럽게 활약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근데 실제로 보니 당시 예상과 많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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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바로 이 장면 때문에,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이 영화를 챙겨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ㅋㅋㅋ)



 - 그러니까 처음에 적어 놨듯이 실제 사건을 가져다가 만든 이야기인데, 대대적 실패와 나라 망신으로 끝난 사건을 소재로 삼아 해피 엔딩으로 바꿔 놓았으니 의도가 빤히 보이죠. 참 레이건 시절답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다 보고 나서 위키 등등을 찾아보니 이게 조금 더 웃기는 사연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작, 감독, 각본까지 맡은 '메나헴 골란'이 이스라엘 출신 사람이고, 레바논 테러리스트들의 승리로 끝난 실제 테러 사건에 매우 불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쪽 자본과 장비 등등 지원을 끌어내서 헐리웃 영화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게 된 거죠. 그래서 영화 내용을 보면 유태인들이 겪는 수이 아주 큰 비중으로 묘사가 되어서 또 당황스러워요. 과장이 아니라 영화의 앞쪽 절반은 척 노리스는 거의 안 나오고 테러범들에게 박해 받는 이스라엘 승객들 얘기로 채워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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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유태인은 소중하지요. 엄....)



 - 대충 이런 식입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 중 앞쪽 절반은 레바논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장악하고 승객들을 위협하며 음모(?)를 진행하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이 파트는 대략 테러범들의 승리(?)로 일단락 되지만 그 와중에 영웅적으로 이들에게 저항하는 승객 & 승무원들의 드라마를 보여주면서 숭고한 분위기(...)를 좀 조성하구요. 이어지는 후반부는 당연히 척 노리스와 졸개들이 테러범들 본거지로 쳐들어가서 다 부수고 터뜨리고 죽이고 구출하고 뭐 그러는 액션 파트입니다만...

 구성이 이렇게 되다 보니 좀 특이해요. 전반부엔 척 노리스가 거의 안 나오다시피 하거든요. 당연히 델타 포스도 안 나오구요. 전 단도직입 스타일의 옛날 B급 악숀 무비 같은 걸 생각하고 틀었는데, 당황 많이 했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의도는 되게 진지한 영화였어요. 척 노리스가 주인공이라기도 좀 애매하게, 특정 인물보단 실제 사건을 주인공(?) 삼아 만든 이야기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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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들에게 굴하지 않는 결국 시키는 건 다 하지만 존엄을 끝까지 보여주는 작은 영웅들!!!)



 - 하지만 그 진지함은 만든 사람들 사정이고, 관객 입장에선 웃기는 점들이 많습니다.


 일단 영화가 되게 설명이 없어요. 단적인 예를 들면,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우리의 테러범들은 자기들 테러의 목적을 밝히지 않습니다. 아니 전 이런 영환 처음 봤네요. ㅋㅋㅋ 개연성 날아가는 걸 덮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후반에 델타 포스가 잠입 구출 작전을 펼치는데, 이런 영화에서 작전 개시 전 필수 요소인 '미션 브리핑' 장면이 아예 없습니다. 다짜고짜 작전을 시작하니 보는 입장에선 쟈들이 왜 저러는 건지 모르는 채 그냥 봐야 해요. 그러니 이게 잘 풀리는 건지 꼬이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각본가님은 왜 이러셨나 싶고... ㅋㅋㅋ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져서 쳐내 버린 걸까요.


 액션 없이 비교적 진지하고 멀쩡한 드라마로 전개되는 전반부의 여객기 납치 파트도 좀 괴상합니다. 이 테러범들은 굳이 승객들 중 유태인들을 색출해서 이유 없이 괴롭히고 그러는데 정말 그게 아무 이유가 없구요. 그걸 핑계로 계속해서 이런 위기 상황에 멋지게 대처하는 강인한 유태인들의 멋짐을 뽐내는데 보다 보면 이게 전반부의 주제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부분에 힘을 많이 줍니다. 독일인 여성 승무원이 나와서 '나는 독일 사람이라구요! 그래서 저는 유태인들을 팔아 넘길 수 없어요!!' 라고 외치는 감동적인(?) 장면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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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리스트들 묘사도 좀 괴상합니다. 치사 유치 못돼먹은 빌런이었다가, 인간미와 매너를 갖춘 비극적 악당이었다가, 다시 잔인하고 못돼먹었다가... 비굴하다가...)



 - 마지막으로 후반부에 계속 이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뭐, 딱 그 시절 액션 연출 스타일로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액션에 개연성을 챙기고 내러티브를 만들면서 연출하는 요즘 스타일 말고 걍 "쾅! 우다다다다다!!!!" 하면 "꾸아악~!!!" 하고 사람들 날아가는 그 시절 스타일 있잖아요. 당연히 좀 싱겁지만 뭐 오랜만에 이런 스타일 액션 연출 보니 나름 재미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이스라엘 현지의 적극적인 협조 덕인지 (촬영 장소가 거기였대요) 엑스트라들도 와장창 나와서 스케일도 커 보이구요.

 

 다만 척 노리스의 간지를 강조하려는 연출이 종종 실소를 유발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분명히 나름 사실적인 톤으로 시작을 한 영화였는데. 후반부에 척 노리스 띄우느라 그게 망가져 버려요. 테러범 두목을 사살할 상황에서 굳이 총을 버리고 주먹질과 발차기로 승부한다든가. 오토바이에서 미사일이 푸슝푸슝 날아가서 다 터뜨린다든가. 트럭 대여섯대 분량의 테러범 병력이 이동을 하다가 호올로 길을 가로 막고 서 있는 척 노리스와 오토바이를 보고 쫄아서 패닉 상태에 빠진다든가... 뭐 그 시절 센스로 재밌고 멋질 거라 생각해서 넣은 연출일 테고 저도 웃겨서 그 장면들이 싫진 않았지만, 덕택에 영화의 급이 툭 떨어지는 느낌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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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쏴버리면 될 상황에서 굳이 맨주먹으로 쥐어 패고선, 안 죽이고 뚜벅뚜벅 걸어 나와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아니 군인이 작전 중에 대체 왜. ㅋㅋㅋㅋ)



 - 뭐 길게 말할만한 게 있는 영화는 아니었으니 이 쯤에서 정리합니다.

 어린 시절 뇌리에 박힌 비디오 케이스 사진와 척 노리스의 현재 이미지 때문에 매우 하찮아진 인상... 에 비해 사실 꽤나 진지하게 만들어진 전쟁물이었습니다만.

 앞서 얘기한 여러가지 요소들 때문에 자진해서 급이 좀 많이 떨어져요. 굳이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나... 싶지만 뭐 각본 쓰고 연출하고 제작까지 하며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메나헴 골란씨의 능력과 한계가 거기까지였던 거겠죠. 

 그래서 뭐랄까... 매우매우 낮았던 애초의 기대치에 비하면 생각보다 훨씬 멀쩡한 영화로 시작해서 결국 애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끝나는 두 시간 오 분의 경험이었습니다.

 저처럼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쓸 데 없는 의무감을 느끼시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보실 필욘 없겠죠. 배달의 기수 맛이 첨가된 테러 사건 재연 무비... 라는 느낌에 심지어 척 노리스도 별로 안 웃겨요(??). ㅋㅋㅋ 그냥 대략 기대만큼 즐겁게 봤습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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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델타-포스다!!!!!)




 + 자꾸 제작, 각본, 감독님을 좀 폄하하는 식으로 글을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이 분 경력을 보면 무시할만한 분은 아닙니다. 헐리웃과 이스라엘에서 각본 & 감독을 46편. 제작을 232편 했어요. 연출작 중엔 이 영화와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버 더 톱' 정도가 최고작이지만 제작은 워낙 많이 했다 보니 나름 익숙한 제목의 영화들이 꽤 보이기도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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