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집에서 입을 옷 등 기본템이 좀 필요해서 처음으로 탑텐 옷을 구매해봤습니다. 가까운 매장이 없어서 티셔츠, 플리스 조끼, 추리닝 바지 등을 온라인 주문했지요. 입어보니 일단 사이즈도 그렇고 옷이 몸에 착 맞는 느낌이 넘 만족스러워요. 저만 그런 건지 유니클로는 바지나 상의 어깨 같은 데가 어딘가 좀 벙벙하고 그랬거든요. 단지 다니는 길에 대형 매장이 있어서 편의성 때문에 이용하던 게 유니클로였는데, 이참에 한국 표준 사이즈대로 출고되는 국산 브랜드를 알게 되어서 잘됐다 싶네요.

 


_기생충이 북미에서 점차 개봉관을 확대하며 순항 중인 모양입니다. 유럽, 아시아 등 거의 전역에서 대중영화로서도 반응이 좋은데, 확실히 기생충은 봉준호의 전작들에 비해 보편적인 코드인 것 같습니다. 전작들이 더 취향인 입장에서는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아쉽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다시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만듬새가 조금의 산만함도 없이 경지에 오른 솜씨라는 거였어요. 딱 맞게 짜인 프레임, 낭비 없는 기승전결,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 로컬과 보편의 균형, 예측 불가능한 개성, 정의할 수 없는 장르성, 고급 퓨전요리 느낌. 아마 봉준호인데 너무 세련되니까 섭섭해가 제 아쉬운 인상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되짚어봅니다. 일본 영화감독들의 기생충 평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극찬이던데, 같은 업계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스터나 홍보 아이디어도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광고도 기생 컨셉인 게 제일 인상적이었네요.ㅋㅋ 남의 광고에다가 눈에 검은 줄 쳐놓고 밑에 패러사이트. 몇월 며칠 어느 극장.ㅋㅋ

 


_영화를 비롯한 한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홍콩이나 일본이 그랬듯 언제 갑자기 쇠퇴함을 맞이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동남아 국가들도 경제 성장과 함께 그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다양화 된 매체와 자본에 의해 협업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고요.

최근에 오랜만에 일본영화,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2010년대 이후에는 볼만한 작품이 상당히 드문 분위기라 당황스럽더라고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대중문화 전반이 선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유행하기도 했던 기억이건만, 쇠락은 참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일본 영화계가 망하고 있는 건 결국 제대로 투자가 안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대형 영화사들이 당장 안전한 돈이 되는 내수 시장용 작품에만 투자하고(만화 실사 등), 오리지날 창작 시나리오에는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원작 판권료가 엄청 싸기 때문), 상업영화도 한국 돈 5억 내외로 찍는 일이 태반이랍니다. 수익 배분은 50%가 극장, 10%가 배급사, 40%가 출자자에게 돌아가며, 제작자(감독, 스탭 등)에게 돌아가는 건 0%. 아베 히로시 정도의 배우도 영화 출연료가 많아봐야 5천만원 수준이고 러닝 개런티 같은 건 없다고 하니, 영화감독 해서는 못 먹고 산답니다. 투자자 입김이 세서 감독한테 권한도 별로 없고, 때문에 인재들이 애니, 게임 쪽으로 다 빠져 버리니 스탭 구하기도 힘든 현실이라네요. 그나마 만들어진 일본 영화들도 정치와 사회가 부재하다는 평이 따라다니는데, 조금이라도 예민한 소재에는 투자가 안 되니 도전을 안 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어느 가족>도 영화사가 아닌 후지TV 투자로 힘겹게 찍은 작품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감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그 다음 작품은 아예 프랑스에서 찍었고(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구로사와 기요시 등 감독들이 프랑스나 유럽 쪽 투자를 받아서 찍는 것도 하나의 기류로 형성된 모양입니다. 미이케 다카시(‘고로시야 이치’), 모토히로 카츠유키(‘춤추는 대수사선’) 같은 감독들은 이제 실사 작품이나 애니만 주로 찍는 형편이 됐고, 아예 푹 쉬고 계신 분들도 있고. 소노 시온 감독의 경우 일본 시스템에 질리고 질렸다는 말을 남긴 채 중국 찍고 헐리우드 영화사와 계약한 뒤 미국으로 가버렸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랑 영화 찍는다더니 올해 초 심근경색 수술을 했다는 소식이군요. 배우들도 연기할 곳을 찾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는 추세인데, 중국 쪽이 어차피 더빙을 하고 돈도 많이 주니 배우들에게는 유리한 시장인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무래도 국가 통제가 있다는 점이 가장 걸림돌인 것 같은데, 그래도 거대 자본의 힘은 대단한 것입니다. 최근 자국에서 큰 흥행을 한 <유랑지구>같은 SF영화의 경우들인 돈에 비해 혹평도 많지만 생각보다 중뽕도 덜하고, 나름 헐리우드 스탠다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는 인상이라는 평이 많더군요. 신인 감독들도 100억대 영화로 데뷔하는 게 드문 일이 아니고, 그 정도는 저예산 축에 든답니다. 대만의 인재들도 많이 넘어가고 있고, 대만에서는 그 빈자리를 자신들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타 동남아 국가들의 인재 영입으로 채우려고 하며,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신진 작가들은 아무래도 제작환경이 더 자유로운 대만을 좀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대만은 평소 영화관에 걸리는 영화들도 한국처럼 편중되지 않고, 다양성 면에서는 거의 영화제 느낌인 것 같더군요. 최근 자국 영화계가 다소 침체되어 있다고는 하나 부러운 점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도 요즘 분발하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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