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욕망의 불꽃

저는 정하연 작가 좋아해요.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거든요.

달콤한 인생 보다 말았지만... 거기 그런 장면이 있어요.

정보석과 오연수가 부부인데, 오연수가 접촉사고가 났거든요.

집에 와서 얘길 해요. 사고나서 그냥 50만원 줬다고... 그랬더니 정보석이

잘했다고... (정보석은 부자) 그 얘기 듣자 오연수 표정이 밝아지죠. 아, 이 남자가 아직 나한테 애정이 있구나...

그런데 바로 다음에 남편이 왜 싸돌아다니냐 아줌마가 뭐 그런 비슷한 얘길 해요. 그래서 아 돈 잘 줬다고 하는 건

걍 귀찮아서고 나에 대한 애정은 아닌거구나...라고 오연수가 실망합니다. 표정에 그런 게 드러나죠.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인간 심리가 핑퐁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참 재밌습니다. 그래 맞어, 저렇지, 그런 거.

 

이번에 욕망의 불꽃 1회를 보았는데, 첫 장면에서 서우와 신은경의 배틀 장면 있잖습니까...

거기서 신은경이 서우한테 유승호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데... 그것도 여러 전략이 들어가 있어요.

협박하다가, 협상하다가, 애원하다가... 뭐 기타 등등.

이런 식으로 타인을 설득하는 전략이 다채롭게 나옵니다. 전통적인 극작술 방법이라고 할까... 내용은 막장이지만 풀어나가는 형식은 굉장히 클래식하죠.

하지만 왠지 좀 올드한 느낌도 듭니다. 이렇게 개연성을 따지다보니

막장인데... 이건 가벼운 막장이 아니야... 예를 들면 아내의 유혹은 심각하게 보다가도 낄낄거리고 빠져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욕망의 불꽃은 좀 심각하고 올드한거 같아요. 보기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2. 비포 선셋

방금 전에 다시 봤네요. 처음 본 것은 몇년전인데, 그때는 재미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 울컥하더라고요. 뭔가 목놓아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 이젠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사랑에 상처받은 주인공들은 그렇게 말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인 사랑이 있을 수도 있잖아... 예전에 어리고 서툴러 놓쳤다면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아... 지금 너... 다시 100%일 수도 있잖아... (비록 앞으로 아닌 것이 밝혀지더라도. 주인공들도 그거 알고 있겠죠)

사람은 누구나 100%의 사랑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 하루키가 쓴 100%의 여자아이...라는 아주 짧은 단편이 떠오르는군요.)

게다가 엔딩은 왜 그렇게 절묘한지!

 

3. 호우시절

비포 선셋과 좀 비슷한 부분들도 있지만, 후반부는 아니죠... 오히려 전반부가 정말 재밌었습니다.

비포 선셋도 그렇지만, 삼십대가 되어 알 거 다 아는(?) 남녀들이 서로 수다 떨면서 핑퐁처럼 전략적인 공을 이리저리 넘기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섹스에 대한 농담 물론 포함되고요... 서로 은근슬쩍 자기 마음을 보여주면서, 내숭도 떨다가, 자기 패를 보여주고, 상대방의 패를 보고...

마음은 진실되어도 그 방법은 가볍고 쿨하고 전략적이지요. 이런 것들이 참 재밌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거 정말 못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끔 그런 영화들을 보면 참 재밌어요. 호우시절도 그렇고, 비포 선셋도 그러죠.

남녀간의 수다가 재밌는건 이렇게 가벼운 잽을 주고받거나 핑퐁게임을 하는 식의 감정의 흐름 때문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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