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군대를 다녀온 적이 없는 입장이라

보통은 이런 주제가 나오면 그냥 흥미롭게 듣는 정도입니다. 

주변에 XY 염색체 가진 사람이 드물다보니 군대에서 뭐 했단다 하는 정도의 말도 낯설거든요.

그런데 간혹 보면 자신의 경험담+약간의 감정적 과장이 섞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군대가 이래저래 힘들다고 하고, 날도 추운데 현역 군인들 고생이네, 가여워라 하는 정도의 감상적 소회 말고

정말로는 어떤 건가요?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도 애매한데

그나마 제일 가까운 사람인 제 동생은 군대 생활이 비교적 잘 맞아서 심지어 계속 남아 있을까 생각도 했다고 하고요. ;;

그래도 간혹 나오는 사건사고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대부분 남자들이 별 탈 없이 다녀오는 곳이고 하니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해야 하는 고3 생활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아니, 고3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으니(제가 마음 편한 고3을 보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보다 조금 더 어렵다고 하는 재수 생활과 비교하자면?? 

혹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고생하는 대학 졸업반/졸업 후 취업반 생활과 비교해보자면?? 

우문일까요.

그리고 늘 나오는 말처럼 과연 군대는 점점 더 편하고 안락해지는 것인가.

요즘은 미국식으로 개별 침대가 제공되는 곳도 있다고 하고 따뜻한 물 샤워도 사철 가능하다고 하고

그렇지만 짐작키로는 그런 육체적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역시 단체생활과, 활동의 제약과 이런 게 더 힘든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특정 성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2년씩(예전에는 3년이었죠?) 고생하는 청년들 보면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네들 끼리 비교하자면 또 앞집 민구도, 뒷집 영만이도 그냥 다녀오는데 

왜 우리집 수철이만 고생한 것처럼 생각하는지 어떤 때는 좀 애매하기도.

그렇지만 모두가 함께 고생했으니 너의 고생은 별 거 아니다 하고 윽박지를 수는 없지요. 

각 개인의 고통의 몫이 있는 건데

웹상에서 군대 문제는 늘 논란이라 조심스럽기는 한데, 그냥 드는 생각을 쏟아보자면 그래요.

군대 문제에 제도적 불합리성이 있다면 제도를 고쳐야 하는 거지

왜 감정의 영역으로 넘겨서 해결하려고 하는 걸까요. 그렇다고 해결 될 것도 아니고. 

제도를 고치는 건 어렵지만, 당장에 악플 하나 달고 속 풀린셈 치는 건 쉬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국가 입장에서도 훨씬 편하고 싸게 먹히는 방법일 테고요. 

그래서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라는 이유로 불가침의 영역이 되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경험 안 해봤으니 말 할 자격 없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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