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구워서 맥주나 한 잔

2010.11.20 02:27

푸른새벽 조회 수:3542

 

 

 

저는 별 욕심이 없이 조금 갖고 조금 쓰는 삶을 살고 있는지라

요 며칠 결혼조건이니 명품 가방이니 하는 얘기들 보고 있으면 그냥

다른 세상 얘기같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여친님에게 한 번 물어봤어요.

여친님은 저와 달리 좀 있는 집에서 곱게 자란 사람.

 

"자기야. 자기는 명품 가방 같은 거 뭐 좋아해? 혹시 갖고 싶은 거 있어?"

 

"응? 난 그냥 엄마가 쓰다가 주는 거. 지금이야 그냥 학교만 왔다갔다 하느라

쓸 일 없지만 나중엔 이것저것 쓰겠지"

 

"그럼 자기는 요즘 자기가 산 물건 중에 정말 벼르다가 질러서 만족한 거 그런 거 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이어리!"

 

"응? 다이어리 뭐?"

 

"난 다이어리를 매일 쓰니께... 연말에 이거 맘에 드는 걸로 고르느라 얼마나 고심하는데"

 

"브랜드가 뭐야? 막 명품 같은 거야?"

 

"잘모르겠는데... 그냥 나는 안에 내지 디자인이 내가 평소에 쓰는 스타일이랑 비슷한 걸로 고르니까"

 

"모닝글로리 이런건가?"

 

"몰라 인터넷에서 내지 디자인보고 골랐다니깐! 왜 이렇게 귀찮게 묻고 그래, 나 그런거 잘 몰라"

 

"그럼 자기 다이어리 말고 다른 거 돈 주고 산 거 중에 좀 값나가고 그런 거 뭐 없어?"

 

"글쎄, 노트북은 그냥 일하느라 산 거고...뭐... 없는데"

 

"하긴 자기는 그런데 관심도 없고 욕심도 없으니까... 안그럼 자기가 날 어떻게 만났겠니"

 

 

 

 

 

 

 

 

 

 

새우에 맥주나 한 잔 하십시다.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마감 세일하는 국산 생새우를 샀습니다.
637g에 4459원!

어디 쪼끄만 횟집이나 포장마차에 가면 대하구이 小라며 2만원 정도에 팔 양이죠.





오래된 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굵은 소금을 세팅.
굵은 소금은 거의 1년도 더 전에 엄니께 얻어온 건데 어디 쓸 일이 있어야죠. ㅋ
그대로 묵혀둔 국산 천일염, 이럴 때 요긴히 쓰네요.

이거 한 번 하면 후라이팬 완전 망가지니까 아주 낡은 걸로 하셔야 합니다.
산 지 얼마 안되는 테팔 이런 걸로 하셨다간 그 후라이팬으로 맞는 일이 생길지도...




새우를 대충 올려놓고





구우면 빨간 빛깔 새우구이.
뭐 대하구이가 알고보면 흰다리새우를 대하라고 한다느니 그런 말들이 많은데
5천원도 안되는 돈으로 사온 새우에 그런 거 일일이 따지는 것도 우습고.
애초에 이건 '대하'도 '흰다리새우'도 아닌 '국내산 생새우'라고 표기돼 있었으니.

어젠가 마트에 가서 수산물 코너에 새우를 봤더니
국내산 생새우는 이미 다 들어가고 없더군요. 무슨 태국산 타이거 새우와
사우디 아라비아산 흰다리 새우가 있었는데 가격은 지금 이 포스팅에 있는 국내산 생새우와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길래 손이 안갔습니다. 그러니까 새우도 제철이 있다는 거겠죠.





아이고...ㅠㅠ






요즘 국산 맥주 중 최고의 찬사를 받는 하이트 드라이 피니시와 함께...




아구아구 먹고 나서 둘째 판.




머리는 요렇게 따로 잘라내서 바짝 구우면 바삭하니 맛있어요.


이렇게 먹고 또 먹어도 남아서 나머지 새우는






라면을 끓였습니다.






와. 이거 4500원 어치 새우로 완전 세 명이서 먹어도 될 정도.

혼자 다 먹느라 힘들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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