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지하철 무료승차는 실제 현업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애초에 출발선 자체가 복지혜택이 아닌 단순히 '노인공경'이라는, 양택식 전 시장(혹은 박정희)의 
70년대 선심성 정책에서 시작된 것이고 제대로 된 산술적 근거가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창구에서 무임권을 남발하다시피 했고, 그것이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게 왜 심각한 적자가 되느냐 하면. 전동차 자체가 전기먹는 하마이기 때문입니다.


1.
대개 전동차 1편성을 구파발에서 수서(지금은 오금이죠)까지 굴리는 데 약 100여만원어치의 전기를 소모하게 되는데, 
이는 KTX가 풀 쓰로틀 땡겨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것과 별 차이가 안 납니다(이 경우 110만원). 

원인은 전동차 자체의 구조에 있습니다. 
역간거리가 긴 일반 전기열차에 비해서 지하철은 역간거리가 짧기 때문애, 
불과 약 2분만에 발차 -> 가속 -> 최고속도 -> 감속 -> 정차 의 매커니즘을 밟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동차의 MTC비율(전체 차량 중 모터가 달린 차량 비율)은 거의 1:1입니다.
= 10량 중 5량에 전동기 모터가 달려 있다는 얘기죠. (도철 쪽은 8량 중 4량)

KTX가 앞/뒤 동력차와 가운데까지 해서 20량 중 4량에만 모터가 달려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에너지 효율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KTX 영업거리 444.5Km와 구파발-수서가 같다는데.
(그런데 과거 일본 신칸센은 MTC비율이 16:0이었죠. 가속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완전히 전기먹는 괴물입니다. 
그래서 한국 고속철 수주사업에서 딱지맞고, 열받아서 내놓은 차량이 현재의 규슈 신칸센과 중국 고속철입니다.) 


2.
또한 지하철은 계속 지하를 평탄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지형지물을 극복하기 위해 의외로 지하철 선로 자체가 
위아래로 왔다갔다합니다. 이러한 높이차를 구배라고 하는데, 이 급구배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도 
지하철은 상당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KTX는 효율적으로 영업속도 300Km/h를 내기 위해서 선로 설계 자체를 고속선에 대응할 수 있게 완전히 뜯어고쳤었죠.
(설계미스+부실시공 탓도 있었지만요. 덕분에 우리 고속철도는 사실 설계상 400Km/h 대응 가능한 구조입니다.)

(*KTX는 여러 모로 한국철도의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서, 현재 막대한 부채의
철도공사를 먹여살려주는 구조입니다. 승객 과금이 올라간 탓도 있지만 일단 전기동차 자체가 유류비를 확 줄여줍니다.
무궁화/새마을 기관차견인 편성 기준으로 서울에서 부산 가는 444.5Km 운행시 소비되는 유류는 약 600리터 가량입니다.
기름값 어마어마하게 먹죠. 그래서 KTX뿐만 아니라 장항선이나 경춘선에 들어가는 '누리로' 같은 전기동차, 그리고
독일제(지멘스) 전기기관차 같은 대체재를 마구 발주하고 돈도 없는데 전기선로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겁니다.
전기가 싸거든요.)


3.
요컨대, 전동차는 많은 승객을 한꺼번에 빨리 실어나르기 위해 에너지를 팍팍 소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단 얘깁니다. 

(*그럼 지하철을 왜 놓냐? 란 근원적인 문제를 들고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실제로 이거 때문에 10,11,12호선이 파토났었습니다.
IMF였기 때문에 지자체의 킹왕짱 서울시에서도 놓을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일단 버스보다 훨-씬 능력좋은 대량 교통수단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그래서 건교부(현 국토부)에서 '그럼 우리가 돈좀 대줄 테니까 전철 좀 놔봐...' 라고 해서 신분당선, 신안산선을
민자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돈냄새가 훨씬 찐하게 나는 신분당선부터 삽을 떴죠. 그리고도 수요는 계속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머리좋은 김문수가 딱 보니까 파리의 RER처럼 광역 급행 교통망이 하나 있으면 대박치겠다... 라고 착안을 한 거죠. 이게 GTX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다섯살 훈이는 웬 도로터널을 놓겠다면서 웃기는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데, 좀 책상에 머리 박고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수도권 인구가 2천만명인데 그게 다 서울 안에만 사니? - 개인적으로는 수도권 교통은 그냥 중앙정부로 이관해버렸으면 싶기도 합니다.)

여튼. 말이 또 딴 데로 샜는데, 돌아와서. 
이처럼 전동차를 이용한 대형 지하철은 대량 수송을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교통수단이지만, 그만큼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시에도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돈놓고 돈먹기식 사업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임권이 남발된다? -> 회계상으로는 이것이 고스란이 적자로 기록되죠. 
승객이 한 사람 타고 안 타고에 따라, 에너지 효율 기록은 요동을 칩니다. 심지어 지하철 시운전 때는 
차량 만차 상태를 보기 위해서, 2톤짜리 물탱크 세 개씩 한 량당 싣고 다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통계에도 제대로 안 잡히는 노인승객들이 무제한 프리패스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거, 회계장부상에는 거의 암적 존재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냐면, 환산해 보니 
코레일 직원 내부 승차도 거의 1년에 40억의 영업손실로 나오는 지경입니다.
이런 이유로 직원복지 차원의 거시기도 전부 다 막아버릴 정도로 쥐어짜는 판국...
(저는 사당역에서 전동차 운전석 그 좁은 칸에 직원들 예닐곱이 꽉 끼어 오는 
진풍경도 봤습니다. 걸리면 안되니까. 하도 신기해서 찍어 놓았던 사진도 있음.
http://pds6.egloos.com/pds/200710/17/32/b0007832_471514b395d8f.jpg
http://pds6.egloos.com/pds/200710/17/32/b0007832_471514c14253a.jpg )


그게 아니면 적자보전을 위해 요금을 올려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로 국민 복지에 타격이 갑니다. 
한 번 타는 데야 기백원 차이지만 한 달이면 몇 만원, 심한 경우 십몇 만원 차이가 가계부상에 타격이 오죠.
특히나 일반 중산층이 아닌 서민 가계에는 타격이 큽니다. 이런 타격에 벌벌 떨 수밖에 없는 사람도 의외로 많구요. 
예컨대, 신림동 골짜기에서 강남역으로 바로 가는 8541이란 버스가 새벽에 딱 세 대 운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존의 289-1/5412가 없어지면서 새벽 네시 반에 강남역 일대 청소용역 등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교통편이 사라져서, 
시에서 특별 버스 노선으로 4시 30분~5시까지 딱 세 대만 운행하는데 만차율 240%입니다.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

이런 계층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마냥 과금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만, 그렇다고 지하철이란 대중교통수단의
적자 보전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현재 지하철 수송원가가 1700원 가량이죠.  이걸 1천원만 받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MB가 시장시절에 독하게 맘먹고 올려서 이정도입니다. 사실 MB가 이끌었다기보다는, 시정연 같은 조직에서
"불도저같은 불한당이 하나 왔으니 이 참에 전부다 밀어 부쳐버려야 한다" 는 식으로 간 이유가 큽니다마는....) 


결론.
무임권 제도는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지금처럼 묻지마식으로 남발하는 건 문제가 큽니다. 궁극적으로는 요금을 받아야죠. 
가뜩이나 노인 인구 계속 늘어나고 있는 판에 말입니다. (2035년에 노인부양비가 거의 2:1에 근접한다죠?)


대안.
일단은 당장 요금을 일괄징수하기보다는, 청소년카드나 의료보험의 경우처럼 무임권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카드식으로 등록하고 카드 찍고 다니게 하는 게 나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통계에도 잡히고
나중에 1일 이용 제한을 1800원으로 제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적자를 줄여 나갈 수가 있겠죠. 적어도 지금처럼
칠랑팔랑 묻지마식으로 운임권을 던져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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