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와 적인걸.

2010.10.07 13:00

소상비자 조회 수:3132

아직 둘다 보진 않았지만, 평들이 극과 극을 오가는 듯하는 게 재밌습니다.

'검우강호'는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 중이지만, 어차피 다음주면 개봉할 거라 내일 부산 가지만 거기서 안보는게 별로 아쉽진 않았는데,

워낙 평이 좋다보니 이것도 같이 봤음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모락모락 솟구치네요.

사실 중국영화나 드라마 매우 좋아하고 그쪽 정보를 깊이 파는 입장이면서도 이 영화는 찍는 줄도 몰랐고, 언제 개봉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반면 '적인걸'은 작년부터 언제 개봉하나.. 손꼽아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구요.

 

배우진의 면면도 사실 '적인걸'이 제겐 더 우월합니다.

유덕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온통 허옇게 하고 나오는 배동래 역의 등초라든지, 정아 역의 이빙빙은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들이거든요.

게다가 무측천 시대를 완전, 매우, 몹시, 극도로 좋아합니다.

제가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여성인물이며, 무측천에 대한 빠질이 거의 20여년에 달할 정도이고,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꿰고 있다고 자부할 정돕니다.

유가령이 무측천에 잘 매치되는 이미지이냐는 차치하고라도 무측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측천 시대의 명재상 적인걸이 주인공인 추리물이라는 건

제 취향에 상당히 부합하면서도 매우 기대해볼만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결과물은...

보통 한국에 들어와 개봉되는 중국영화들에 대한 좋지 않은 평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달까..

'스케일에 집중한', '황당한 설정', '때깔에만 치중한', '중화주의를 역설하는'.........

뭐야 대체..ㅜㅜ

니들은 이런거밖에 못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수출하는 건 죄다 이 꼬라지냐고ㅜㅜ

 

한쪽은 감독이 서극, 한쪽은 오우삼.

오히려 결과물을 놓고 보자면 서극이 정통무협에 가까운 작품을 더 잘만들거란 생각이 드는데 말입니다.

적인걸은 추리물을 지향한, 정통무협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요?

추리물로 치면.. 드라마긴 하지만 '대송제형관'이란 작품이 추리물로서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기본 추리수사물의 바탕 위에 인간 심리의 다면성이라든가, 그런 내용으로 나갔다면,

영화의 스케일이나 비주얼은 지금보다 덜할지 몰라도 내용은 더 충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현재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증거물을 몽땅 태우는 황제..라든가 그거때문에 좌절하고 실의해 낙향하는 주인공이라든가;)

뭐, 옴니버스 식의 드라마와 영화는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요.

 

하긴 투자자나 기획사의 입김도 만만찮겠죠.

홍콩에서 제작되는 영화만 해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일정 부분의 배우들은 중국쪽에서 기용해야되고,

내용도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찍어야 되니까요.

당장 '적인걸'만 해도 중국 최대의 연예기획사인 화의형제공사의 간판배우들이 둘이나 포진해있고..;(<-야들 입김으로 2009의천도룡기'는 '소림사'를 소림사라고 부르지도 못했다능..;ㅁ;)

 

그냥 뭐랄까.

중국영화나 드라마 좋아하는 입장에서 가끔씩 한국에 개봉되는 작품들 보면 속이 상할 때가 많아요.

분명 드라마 중엔 정말 뛰어난 작품들이 많고 영화도 찾아보면 좋은 것들 많다구요.

작년에 부산영화제에 상영됐던 '아적당조형제' 같은 건 굉장히 코믹하면서도 그 코믹 코드가 유치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좀 옛날 영화지만 '발자크와 소녀재봉사'도 좋은 작품이고, 그 외에도 많단 말이죠.

그런데 꼭 한국에 들어와 걸리는 건 '스케일만 큰', '황당한 설정의', '중화주의 역설하는' 이런 쪽이니까

중국권 영화에 안 좋은 시선만 많아지고, 중국영화 좋아한다 그러면 괴상하게들 보고..ㅜㅜ

그냥 그런저런 바낭성 한탄입니다;;

 

 

덧. '검우강호' 예고를 보니 확실히 액션이 좋아 보입니다.

특히 양자경 누님!!(만세~)

정우월씨도 좋습니다^^ 물론 서희원이 '저한테는' 듣보잡이어서 좀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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