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날 밤 일 때문에 밤을 꼬박 세우고 나니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세 시간 정도 퍼질러 잤음에도 밀려드는 잠을 이겨내지 못 하고 절반 이상을 자 버렸으니 제대로 된 소감 같은 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_-;;

 

- 좋은 의미에서 '옛날 헐리웃 오락 영화' 티가 풀풀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블럭버스터들에 비해 소재나 아이디어, 이야기 전개 면에서 좀 덜 자극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갈 데 까지 가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이건 말이 되는 진지한 얘기라고!' 라는 식으로 힘을 꽉 주는 것 없이, 좀 가볍지만 그만큼 그냥 순수한 즐거움이 흘러 넘치는 느낌. 물론 어려서 처음 볼 땐 그 정도도 충분한 자극이었습니다만. 요즘 영화들과 비교할 때 그런 느낌이라는 얘기죠. 요즘엔 이렇게 순하게(?) 즐거운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서.

 

 - 아무래도 3편이 셋 중에선 가장 까이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전 그 때나 지금이나 1>3>2 순으로 재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2편의 '나름대로'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가 이 시리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좀 이질적이었던 것 같아요. 뭐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의 숙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결말부는 여전히 즐겁긴 해도 1편의 '내가 사라질지도 몰라' 라는 위기에 비해 2편의 위기들은 그 성격이 너무 리얼하고 구체적으로 어두워서. -_-;;

 

 - 마이클 J 폭스가 제 기억보다 훨씬 곱게 잘 생겨서 좀 놀랐습니다. 그 시절 인기 절정의 청춘 스타였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미모더라구요. 제가 남자라서 남자 배우의 외모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나. 그냥 성격 좋고 순하게 생긴 미쿡 남자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정말 고왔습니다. 엄마 역의 레아 톰슨(어렸을 땐 다들 그냥 '리 톰슨' 이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도 꽤 매력적인 외모였는데. 어린 마음엔 헐리웃의 대스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의 경력은 좀 초라했죠. [하워드 덕]의 대멸망 때문에 꼬여서 사라져 버린 거라고 오랜 세월 믿고 살았습니다. 오늘 imdb를 뒤져보니 지금까지도 계속 꾸준히 활동하고 있긴 하더군요. 마티의 여자 친구 엘리자베스 슈의 미모야 말 할 것도 없겠고... [리빙 라스베가스] 에서도 아름답긴 했지만 이 시리즈 시절의 미모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뭐 사실, [리빙 라스베가스]를 볼 땐 이 분이 마티 여자 친구였다는 건 알지도 못 했었어요;

 

 - 계속해서 쓸 데 없는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이 영화 덕택에 배운 영어가 좀 있었습니다. 'Chicken'이 닭 말고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는 것과 'You're fired'가 '너 발사되었어'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To be continue'가 아니라 'To be continued'라는 것.

 

 - 3편 마지막에 드로리안이 박살날 땐 오히려 어렸을 때 보다 더 안타깝고 아쉽더라구요. 키트만큼은 아니었어도(...) 어린 시절 드림카였는데 말입니다. 타임머신 기능도 기능이지만 일단 문이 위로 올리면 무진장 좋은 차인 거지 말입니다.

 

 - 88마일, 과거에서 마티 엄마와 마티가 키스를 나눈 후 엄마의 대사('꼭 남동생과 하는 키스 같아')라든가, 삘 받은 마티가 기타 연주 중에 오버한 후 머쓱해하는 장면, 드로리안의 동력을 위해 번개를 전선으로 연결한 후 파닥거리며 쓰러지는 박사의 모습. '미래로 돌아가나요?' 라는 대사. 고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마티가 드로리안 위에 올라타고 떠오르는 장면. 미래의 편리한 옷들과 3D 죠스 19편 간판, 마이클 J 폭스의 1인 다역, 마티를 돌려 보내고 기뻐하는 박사 뒤로 마티가 달려오는 장면, 압축 장작으로 미친 듯이 달리는 기차, 호버 보드를 보내 박사와 애인을 구출하는 장면, 뺑글뺑글 돌다 쓰러지는 자동차 번호판들, 쥘과 베르느, 스크린을 향해 박력있게 날아오는 기차 타임머신, 영화 제목과 끝 장면 자막에 나오는 그 글씨체와 색깔. 그리고 타임 슬립 후 길바닥에 남는 두 갈래 불길. 등등등..  기억 속 깊숙히 새겨졌던 장면들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 유일하게 극장에서 보지 못 한 것이 한이었던 1편을 드디어 극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큰 스크린에 빠방한 음향으로 보았다는 것. (절반은 졸았지만;) 20년만에 이 영화의 테마 음악을 빵빵한 사운드로 지겹도록 들었다는 것. 여러모로 소원 성취의 밤이었습니다. ^^

 

 - 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어차피 절반은 잠으로 보냈으므로. 블루레이는 블루레이대로 질러야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보아하니 외쿡판에 한글 자막도 없을 거라는데, 좀 착한 가격에 나와 주길. ㅠㅜ

 

영양가 없는 글 적어놓고 면피해보고자 예고편들을 모아봤습니다. 화질은 참... 별로네요;

 

 

1편

 

 

 

2편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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